문화재<4>통제사 조경 비석발견(統制使 趙儆)

거제군 문화공보실에서 문화재 업무를 볼 때다. 그때 살아져 가는 많은 문화유적을 발굴하여 보존하게 되었다. 1971년 4월 8일 거제대교가 개통되고 나서 거제도는 급진적인 발전을 가져 왔다. 사등면 오양리는 거제 대교와 2km 지점에 있는 마을이다. 이곳에 거제의 관문을 지키는 오량성이 있다.  이른 봄부터 이 지역에 경리 정리가 시작되었다. 오량성 주변이고 오량역이 있었기 때문에 무슨 유적이라도 나올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매일 이 지역을 답사 하던 중, 1976년 5월 31일, 오량리 848-4번지, 유덕준의 논에서 도자 앞 이빨에 비석 한 개가 걸려서 깨어진 채 발견되었다. 작업을 중단 시키고 네 동강이 난 비석을 살펴보니 그 비석에 통제사조경비석 매치처(統制使趙儆碑石埋置處)란 글이 있었다. 

 이글의 뜻은 이곳에 통제사 조경의 비석을 묻어 두었다는 내용이다. 매치처의 비석은 조경의 아들조심태가 썼다.부서진 비석 아래를  발굴해 보니 조경의 비석이 있고, 이 비석을 보호하기 위해 비석과 같은 돌을 양쪽에 새워 두었다. 그 비석은 통제사 조경의 아들 조심태가 아버지의 비석을 묻어 둔다는 표지 비석이다. 그 비석 밑에 통제사 조경 비석이 있었다. 양쪽에서 비석을 보호하는 돌이 있었기 때문에 통제사 조경 비석은 잘 보존되어 있었다.비문에 통제사조경애휼역졸비(統制使趙儆愛恤驛卒碑)라 새겨져 있다. 이 비석의 뜻은 잦은 흉년과 수해로 오양 역민 들이 병이 들고 굶어 죽을 지경에 이르렀을 때, 통제사 조경이 오량 역민 들을 사랑 했던 그 고마운 마음을 이 비석에 담아 오량 역졸들이 세웠노라하였다.
  
조경은 107대 통제사를 했고 조경의 아들 조심태는 143대 통제사를 했다. 부자간에 통제사를 한 가문이기 때문에 그 당시로서는 대단한 가문이었다. 그 시대는 반상의 계급 사회로, 신분을 중시하던 때라, 지위가 높은 통제사의 비석을 천하고 천한 역졸들이 세웠다고 하니, 이 비석을 세운 사람들이 천민이라, 조경의 아들은 부끄럽게 생각 했다. 그렇다고 아버지의 비석을 깨트려 없애 버릴 수도 없고, 난감 했다. 비석을 죽은 사람 장사 지내 듯이 그 곳에 묻고 표지 석을 덮어 두었다. 그 당시는 천민들이 세운 비석이라고 부끄럽게 생각 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이야 말로 어떤 비석보다 가치가 있는 비석이다. 조경은 반상의 계급 사회에서도 귀천을 가리지 않고 백성을 사랑한 애민 정신을 가지고 있었던 지도적인 인물이었다.

 비석의 주인공인 조경은1541년에 태어나서 무과에 급제하여 선전관·제주목사를 거쳐, 1591년(선조 24) 강계부사로 있을 때 그곳에 유배되어 온 정철(鄭澈)을 우대하였다는 이유로 파직되었다가,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경상우도방어사가 되어 황간·추풍 등지에서 왜적과 싸웠고, 그 뒤 금산에서 왜적을 물리치다 부상을 당했다. 그해 겨울 수원부사로 독산성(禿山城)에서 적에게 포위된 권율(權慄)을 돕고, 이듬해 도원수 권율과 함께 행주산성에서 대첩을 거둬 가선대부(嘉善大夫)의 훈록을 받았다.

  행주산성의 승리로 한양을 탈환하게 되면서 도성서도포도대장으로 임명되었다. 1593년(선조 26) 『기효신서(紀效新書)』의 신진법(新陣法)을 명나라 장수 낙상지(駱尙志)의 소청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새로 편제된 훈련도감당상을 겸하고, 이듬해 훈련대장이 되었다. 그 뒤 동지중추부사·함경북도병사·훈련원도정·한성부판윤을 거쳐 1599년(선조 32) 충청병사·회령부사를 지냈다.조경이 통제사를 할 때 오량 역민 들을 잘 돌본 공덕을 기리기 위해서 오량 역민 들이 세운 비석이다.

  그 당시는 양반과 상놈의 계급 사회로, 역민 들은 천민들이다. 천민들이 통제사인 아버지의 비석을 세웠다는 것은 수치스런 일이라며, 조경의 아들 조심태가 통제사로 부임하여 그런 사실을 알고 아버지의 비석을 땅에 묻었다. 이 비석은 조경의 아들 조심태가 143대 통제사로 부임하여 오량역을 시찰 하던 중 오량 역 앞에 세워진 자기 아버지의 비석을 발견하고 그 내용을 보니, 오량 역민 들이 통제사 조경을 사랑하여 눈물로 이 비석을 세웠노라 하는 내용이다. 

 아무리 천한 역민 들이 세원 비석이라도 아버지의 비석을 함부로 없앨 수도 없고, 남이 보지 못하게 묻어 버려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그 곳에 묻으면서 불효자 아들이 이곳에 비석을 묻어 둔다는 글을 남기고 묻었다. 그 비석은 도자의 이빨에 다 부셔졌지만, 조경의 비석은 땅 속 깊이 잘 묻히어 있어서, 오량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발굴을 하여, 흙을 씻어내고, 마을 앞 정자나무 아래로 이전 하여 그곳에 통제사 조경 비석을 세웠다. 그 비석 아래 깨어진 비석을 두어 옛 역사를 증언 하게 하였다. 그때 그 순간을 놓쳤더라면, 이 비석의 역사를 알 수 없을 것이다. 내가 문화재 업무를 보면서 그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출장을 가면, 없어지기 직전에 있던 유적을, 간신히 구제 하는 행운을 얻었다. 이런 일들은 우연이라고 할 수는 없다. 천신이 나에게 명령 하여 이런 귀중한 문화재를 보존하게 한 것으로 안다.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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