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중한 것은 사랑을 받는다.광열하게 내리쬐는 태양의 계절이다. 밀짚모자를 쓰고 길을 따라 걸어간다. 녹음이 짙은 산야는 보면 볼수록 아름답다. 길가에 성장한 식물들은 키 재기 한다. 사람 키보다 높게 성장한 풀도 있고, 허리 정도 자라난 풀들도 있다. 걸어서 가다보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눈에 담고 있는 것은 꽃이다. 아름답다.언제 피었는지 모른다. 이름도 모른다. 꽃에 홀딱 반했다. 호주머니에 있는 스마트 폰을 손에 쥐고 열어서 사진에 담고 싶다. 바람이 불어온다. 꽃은 바람결 따라 흔들거린다. 바람이 멈출 때까지 기다리면서 꽃에 푸∼욱 빠진다.

  내 마음은 순수한 동심의 세상으로 변했다. 머리에는 오만가지 잡념이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저 꽃에만 집중한다. 바람이 멈춘다. 순간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핸드폰 카메라에 요리조리 멀리서 가까이에서 찍는다.찰칵찰칵 사진 찍는 소리가 난다. 사진을 여러 장으로 찍어야지 한 장의 작품이 탄생한다.기분이 좋다. 행복한 시간이다. 식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은 없다. 분명 꽃 이름이 있을 것이다. 필자는 그냥 부르기 쉽게 들꽃이라고 하고 싶다. 정확한 이름을 알 때까지는 들꽃이다. 하늘에 구름도 가고. 바람도 가고, 세월도 가지만 꽃을 보는 마음은 청춘이다. 순진하고 티 없는 나를 발견한다. 눈가에 잔주름이 생겼지만, 꽃을 보고, 눈에 담고, 마음에 심는 순간은 행복한 시간이다.이마에 땀이 주르르 흐른다. 얼굴에 지렁이가 기어가는 느낌이 든다. 순간을 못 참고 손으로 땀을 닦는다. 땀은 여름이 깊어지고 있다는 신호이다. 등에도, 가슴에도, 바지에도 땀으로 범벅이 된다. 입술을 타고 입안으로 들어온다. 소금처럼 간간하다. 불쾌한 느낌보다 기분이 좋아진다. 땀은 몸속에 노폐물을 배출한다고 했든가? 나는 외롭지 않다. 고독하지도 않다. 쓸쓸하지도 않다. 비록 혼자이지만 길가에 피어난 식물들이 나의 친구요, 동반자다. 활짝 피어난 꽃을 보면서 "아름답다, 예쁘다." 하면서 중얼거렸다.

  꽃은 바람세기에 따라 끄덕끄덕 "좋아요, 감사해요" 하면서 반응을 보인다.내 입꼬리가 귀에 걸린다. 어디서 날라 왔는지 흰 나비 한마리가 나풀나풀 날개 짓을 하면서 중심을 잡고 꽃에 안착한다. 꽃과 나비 그리고 나는 금세 친구가 되었다. 참 보기에 좋다. 살아가면서 이런 만남은 드물다. 나비는 변덕을 뿌린다. 꽃에 오래 있지 못하고 날개 짓을 하면서 날아간다. 멀리가지 못하고 꽃을 중심으로 내 주위를 빙빙 돌고는 다시 꽃에 앉는다.무희가 춤을 추고 쉬고 있는 모습 같기도 하다. 자연 속에 또 다른 느낌이다. 그저 평온한 마음과 기분이다. 자연과 인연은 만병통치약이라는 느낌이 든다.시기하지도 않고 ,질투하지도 않고, 업신여기지도 않고, 핀잔을 주지도 않고, 타박을 주지도 않고...

 스님이 인간과 인연을 끊고, 속세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수양하는 과정은 자신과의 싸움이다.아름드리나무 그늘 아래에서 시원한 솔바람에 땀을 식히면서 쉬고 있다. 핸드폰에 담은 꽃 사진을 보면서 마음에 드는 작품을 손질한다. 작품을 만드는 것은 배경과 위치를 적당하게 배합하는 과정이다. 무엇보다도 선명도가 좋아야한다.숲에서 들려오는 각종 새소리는 나를 외롭지 않게 한다. 나는 혼자가 아니라 벗들이 많이 있다는 느낌이 든다. 자연 속에서 나의 존재를 발견한다. 그래서 독불장군은 없다고 했던가? 내년에도 이 자리에서 꽃이 피어날까? 하는 궁금증이 발동한다. 일년초이라면 다시는 못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꽃씨가 떨어져서 주위에 새싹을 피우면 볼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간직하고 싶다. 핸드폰 메모지에 날짜와 위치를 기록 한다. 기억은 순간이지만, 기록은 영원하다.익어가는 여름을 합창하는 매미 소리가 한창이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흐른다. 매미 소리에 마음부터 시원해진다.나는 자연인이다. (2022. 7. 23.)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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