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 (256)
       비오는 날 

       곽 호 자

톡 톡 톡
쇠 문 삐걱거려 님인가 하였더니
짓궂은 비바람이 흔들고 가는구려

우리, 지금
올 리도 갈 리도 없이
理性의 잣대 그어진지 오래
너와 나의 경계선은
시퍼렇게 날이 서서
그림자마저 움찔하요만

쇠 문 삐걱거려 님인가 하였더니
유리창 두드리는 낙숫물 소리
톡 톡 톡.

감상) 

눌산 윤일광 시인

연담 시인의 시 <비오는 날>을 읽다보면 육당 최남선의 <혼자 앉아서>라는 시조가 떠오른다.

가만히 오는 비가 낙수져서 소리하니
오마지 않은 이가 일도 없이 기다려져
열릴 듯 닫힌 문으로 눈이 자주 가더라

육당의 시와 연담의 시는 묘하게도 그 분위기와 정서가 닮았다. 가장 밑바닥에 깔리는 시적화자의 정서는 ‘그리움’이다. 시의 배경은 ‘비오는 날’이다. 육당은 ‘오마지 않은 이(온다고 하지 않은 님)’이라면, 연담은 ‘올 리도 갈 리도 없이 理性의 잣대로 그어진지 오래된 너’이다. 그러면서도 육당은 ‘열릴 듯 닫힌 문으로 눈이 자주 간다’면, 연담은 ‘쇠 문 삐걱거릴 때면 님인가 하여’눈길이 간다.
다르다면 육당은 현대시조이고 연담은 자유시다. 육당의 시조는 율격 때문에 언어가 갇히는 느낌이지만 연담은 자유시라서 언어가 자연스럽다. 특히 ‘흔들고 가는구려’ ‘그림자마저 움찔하요만’ 같은 표현은 구어체 문장으로 독자의 심금을 묘하게도 울리고 있다.
우리에게 이런 그리움이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눌산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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