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 (258)
     한여름 밤의 꿈

    남정 임  홍  기
1. 산호섬
불구덩이 속에 핀
작은 웅덩이
푸르다 못해 
눈이 시린 검은 비취
솟아나듯 불어오는 냉기

2. 해변
강렬한 빛으로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반짝이는 모래밭
구릿빛 젊음이 출렁이며 요동친다

3. 일장춘몽
뒤척이다
천 길 낭떠러지
낙상하여 화들짝 깨어보니
꿈일세

감상)

눌산 윤일광 시인

 사람들은 꿈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가진다. 지난밤에 꾼 꿈이 오늘의 내 생활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를테면 꿈이 어떤 결정을 내리는 근거가 되기도 하고, 하루를 조심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꿈은 자신의 심리적 상태와 어떤 연관이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적 연구인 《꿈의 해석》에서, 꿈은 무의식의 영역이 존재한다고 말하면서 꿈이 어떤 예지력을 갖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꿈을 꾸고 나면 그 꿈이 갖는 의미에 대하여 궁금해 하면서 자의적 해석을 내리기도 한다.

남정 시인의 시 <한여름 밤의 꿈>의 결론은 ‘깨어보니 꿈일세’라며 꿈은 꿈으로 끝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는 이 시가 설정하고 있는 두 가지의 상황을 해석해 보려고 고민한다. 곧 <산호섬>과 <해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과 빛’ 그리고 ‘냉기와 젊음’에 대한 공통점을 인식하려든다. 시의 해석은 구태여 그럴 필요가 없다. 시는 시로써 존재할 뿐이다.

우리는 꿈을 꾸고 난 뒤 꿈의 내용을 조합해 보면 헝클리어 비현실적이듯 꿈을 조합하여 하나의 의미로 묶어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러기 때문에 소재의 일관성이나 줄거리의 현실성은 굳이 따지지 말고 존재하는 시로써의 자기 느낌만으로 ‘꿈시’를 이해하면 된다. 간혹 잠들기 전에 연필과 공책을 머리맡에 준비해 두자. 꿈을 꾸다가 깨었거나 아침이 되면 얼른 그 꿈을 기록해 보자. 때로는 산선하고 초현실적인 작품을 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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