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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261)윤석희]'지금은 아무것도 아니다'윤석희)《수필과 비평》에서 隨筆, 《문장21》에서 詩로 등단 ·수필집 《바람이어라》《찌륵소》 펴냄 ·계룡수필문학회원 ·눌산문예창작교실 수료

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 (261)

지금은 아무 것도 아니다

 

 


한솜 윤석희

오래된 책들을 정리하다
종이 썩는 냄새 거슬리는 책갈피에서
편지 한 장이 나왔다

이제 이름조차 까마득한 반 세기 전
한 청춘의 절규가 행간에 묻혀있다
간직한 것도 버린 것도 아닌데
이제 와서 새삼 애틋한 그리움도 아닌데
공연히 글썽인다

그 때 절절했던 인연들이
다 어디로 흩어진 것일까
그 때 옳다고 부르던 노래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흘러 간 것인지
그냥 흘려 보낸 것인지
세월만 백발이다

차마 버릴 수도 없어
정중하게 불을 붙여 바람에 실려 보낸다

더는 노래가 되지 못하는 기억의 조각들
의도치 않았어도 담아 두고 있었다면
이렇게 다 사르리라
남김없이 털어내리라

그 때 빛나던 열망들아
지금은 정말 아무 것도 아니다


감상)

눌산 윤일광  시인

 ‘지금은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말 할 수 있을 때가 언제인가?그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움켜쥐고 살아가는 게 우리 인생 아니겠는가? 우리가 이렇게 말 할 수 있기까지 어쩌면 ‘한 청춘의 반세기’가 지나간 후, 비로소 ‘세월만 백발’이 되었을 때 느끼는 감정이리라. 그때는 정말 소중해서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책갈피 속에 꽁꽁 숨겨두었던 기억의 조각들이 발견되었을 때 공연히 글썽이는 것은 그리움이다. 시의 화자는 ‘이제 와서 새삼 애틋한 그리움도 아닌데’라고 항변하지만 오래된 편지 한 장의 행간마다 묻어 있는 그리움을 어찌할 수 없다.
‘그때의 절절했던 인연들’ ‘그때 부르던 노래들’ 이제는 불살라 허공으로 흩어버린다 해도 슬퍼하지 않는 것은 ‘지금은 정말 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생각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그럴까요. 우리가 가진 기억의 편린들이 그렇게 쉽게 잊어질 수 있을까요? 잊는다고 하는 것은 잊지 못함에 대한 반어(irony)이며, 오히려 애틋한 그리움만 더 진하게 남는다
.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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