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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거제시조選-131」윤미정 '좀마삭 단풍 '▲윤미정-경상남도 자원봉사자 체험수기 일반부 최우수상(2009년)/2020년 현대시조 등단/능곡시조교실 수강/거제시조문학회 사무국장

  금요거제시조選-131
     좀마삭 단풍




 



 


 

     



     윤  미  정

   좀마삭 당찬 잎에 
   힌남노* 스쳐가자

   간땡이 부었는지 
   낮술을 들이마셔
 
   홍당무 뺨치는 낯빛 
   희득번득 웃는다. 


   붉나무 붉다지만
   좀마삭에 비하리오  

   만약에 단풍경염이 있다고 한다면야 

   진홍색 이파리 앞에
   뭍 단풍이 무색하리.

*힌남노 : 2022년 11호 태풍이름

 ◎사람을 알아주는 일(1)
 사람은 누구나 대접받기를 원한다. 홀대를 반기는 사람은 없다. 사람의 능력을 바로 알아주는 곳에서 역량을 옳게 발휘하게 되면 본인은 물론 그런 사람을 거느린 집단도 그만큼 이득을 보게 마련이다. 옛날 중국에서의 일이다. 진나라가 망하고 초의 패왕인 항우와 한왕인 유방이 천하를 두고 다툴 때의 일이다. 한신(韓信)이라고 하는 숨은 인재가 있었다. 한신은 처음 초군에 소속되어 있었는데, 훌륭한 전략을 세워도 항우가 도무지 받아들이지를 않았다. 자기의 재능을 발휘하지 못한 한신은 한왕의 군 쪽으로 갔다. 그러나 유방에게서 실력을 인정받을 기회가 좀처럼 마련되지 않았다. 우연한 기회에 승상인 소하에게 비범한 재능이 인정되었다. 그리고 얼마 있다가 한군의 전세가 불리하게 된 틈을 타서 많은 병사들이 도망을 쳤다. 이때 한신도 자기 능력에 비해 낮은 현직에 불만을 품고 도망했다. 이것을 안 소하는 한신의 뒤를 쫓았다. 이 사실이 유방에게 알려지자 손발을 잃은 것 같이 낙심했다. 그런 후 22일 만에 소하가 돌아왔다. 왕은 크게 기뻐하면서도 노한 어조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승상이라는 위인이 도망을 하다니 이게 무슨 일이요?”
 “도망한 것이 아닙니다. 신이 어찌 도망이야 하겠습니까?”
 왕은 다시 “그럼 어디를 갔다 왔다는 말이요?”하고 되묻자, “예, 신이 도망한 것이 아니고 도망한 부하를 쫓아가서 잡아 오려던 참이었습니다.” 이 뜻하지 않은 말을 듣고 왕은 “누구를 쫓아갔단 말인가?” 소하는 “예, 바로 한신이옵니다.” 왕은 놀라 물었다. “무엇이, 한신을. 이때까지 도망친 장군이 10여 명이 넘은 형편인데, 경은 그래 한 놈을 찾아서 쫓아갔단 말인고, 그 이름조차 모르는 한신을 그렇게 했다는 것은 곧이들리지 않는다. 거짓말이 아닌가?” 
 
소하는 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까지 도망친 장군들과 같은 인물이라면야 얼마든지 있습니다. 왕께서는 이름 없는 한신이라고 하셨으나, 그것은 한신을 아시지 못하고 하는 말씀입니다. 한신으로 말하면, 지금 이 땅에는 둘도 없는 인물입니다. 왕께서 지금의 영토에 만족하시려면 한신이 필요치 않겠으나, 만약 동방에 더 진출해서 천하를 다스리시려면 한신의 전략과 전술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안 될 것입니다. 따라서 한신의 힘이 필요하냐, 필요치 않으냐 하는 것은 왕께서 천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느냐, 그렇지 않으시냐와 꼭 같습니다.” 이 말을 듣고 왕은 “그야 짐의 목표는 천하를 얻는 데 있지.” 소하는 “그러시다면 한신을 중용하셔야 합니다. 한신을 중용하기만 하면 반드시 큰일을 할 것입니다.” 왕은 “좋소. 짐은 한신을 잘 모르나, 경이 그토록 추거한다면 경을 위해서도 한신을 장군에 임명하겠소.” 왕은 이 말에 소하가 만족할 줄 알았는데, 그는 “아니 올씨다. 그 정도는 중용하는 것이 못됩니다.”라고 말했다. 왕은 다시 “그러면 대장군으로 하라.” 이리하여 한신은 한군의 대장군이 되었고, 한신의 영재는 이때부터 발휘되었다.

    녹초(綠草) 청강상(淸江上)에 굴레 벗은 말이 되어
    때로는 머리 들어 북향(北向)하여 우는 뜻은
    석양이 재를 넘으니 님자 그려 우노라.

 [병가(甁歌)에 있는 서익(徐益)의 작품이다. 만죽정(萬竹亭) 서익은 선조 때 의주부윤을 지낸 사람이다. 우리 고시조 중 은유로 이만큼 호연한 기상을 읊은 시가도 드물다 할 것이다. 광해 정란을 당하여 선조(宣祖)를 그려 지은 시라 한다. 변방에서 도성의 일을 근심하는 큰 선비의 기상이 나타나 있다.] 평생을 통 속에서 살았다는 그리스의 거지 철인 디오게네스는 대낮인데도 등불을 밝혀 들고 아테네 거리를 헤맸다고 한다. 사람다운 사람을 찾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소하가 한신을 알아보듯 찾아보면 멋지고 경륜을 지닌 훌륭한 인재도 있으련만.(이후 다음 주에 계속)
《감상》

능곡이성보계간현대시조발행인

 시조 작품 〈좀마삭 단풍〉은 윤미정 시인이 11호 태풍 힌남노가 스쳐간 후 진홍색 단풍이 든 짱짱한 좀마삭을 두고 그 고혹적인 아름다움을 2수 연작으로 읊은 작품이다.

 식물 중 왜소종이거나 잎의 크기가 작은 것에는 애기나리, 애기똥풀, 좀복숭아, 좀마삭처럼 이름 앞에 ‘좀’ 자나 ‘애기’ 자를 붙인 것이 많다.
 덩굴식물(蔓木)인 마삭줄은 협죽도과에 속하며 줄기에서 뿌리가 내려 다른 물체에 붙어 올라간다. 잎이 큰 마삭줄은 백화등이라고 부르며 흰꽃이 핀다. 좀마삭은 줄기가 가늘고 작고 두터운 잎에 윤기가 흐르는 것이 특징이다. 마삭줄은 종류가 다양하고 가지의 모양새가 앙증맞아 분재나 석부작의 소재로 많이 쓰인다. 지난날 소나무가 대세일 때 마삭줄은 제거의 대상이었다. 귀한 소나무를 감고 올라간다는 이유였다. 따지고 보면 대접을 받아야 하는 나무는 마삭줄인데 대접은커녕 제거의 대상이었고 보면 세상사에는 다 때가 있는 모양이다.

 작고 두터운 잎에 흐르는 윤기를 두고 시인은 / 좀마삭 당찬 잎 / 이라고 했다. 무늬종이 아닌 좀마삭은 잎 새의 간격이 짱짱하여 이를 두고 당차다고 한 표현은 사실감이 넘친다. 그 당찬 잎에 태풍이 스쳤다. 그것도 태풍 매미를 능가한다고 매스컴에서 난리를 피우던 힌남노였다. 그 무서운 힌남노를 견디고는 / 간땡이 부었는지 낮술을 들이마셨단다./ 진홍색의 좀마삭 단풍, / 홍당무 뺨치는 낯빛 희득번득 웃는다. / 태풍의 뒤 끝에 단풍든 좀마삭 잎사귀의 움직임을 두고 ‘희득번득 웃는다.’는 종장의 마무리는 사물을 객관화 하는 관찰력이 만만치 않음을 잘도 보여 주고 있다.

 붉나무는 옻나무과에 속하는 낙엽 소교목이다. 가을에 빨갛게 물드는 단풍이 아름다운 나무로 잘 알려져 있다. 그렇긴 하나 시인의 눈에는 붉나무의 단풍보다 좀마삭 단풍이 더 붉고 아름답게 보이는 모양이다. 내친김에 만약에 단풍경염이 있다고 한다면야 진홍색 좀마삭의 이파리 앞에 붉나무를 비롯한 뭍 단풍이 무색하리란다. ‘무색하리’란 표현이 맛깔스럽다.
 ‘무색’은 ‘무안색(無顔色)’이 어원이다. 백낙천이 당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노래한 ‘장한가(長恨歌) 중에서 ’무안색‘이란 표현이 나온다. 회모일소백미생(回眸一笑百媚生) 육궁분대무안색(六宮粉黛無顔色), 그녀가 한 번 눈을 돌려 찡긋 웃으니 곱게 분바른 궁녀들 얼굴색이 없어졌네. 이렇게 양귀비 때문에 궁녀들 얼굴색을 잃어버렸다는 무안색에서 유래된 말이 무색과 무안이다.무색은 요즘은 잘못을 깨닫고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할 때 쓰는 말이다. 후안무치(厚顔無恥)보다는 무안과 무색이 나아 보인다. 좀마삭 단풍이 가을을 당기고 있다.
 능곡 시조교실 제공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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