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거제시조選-132
벼랑위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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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윤 주
가녀린 잎사귀도
하늘을 찌르는데
하물며 솔가지야
결기가 오죽하랴
강풍이 휘몰아쳐도
자태 한번 의연하네.
돌틈에 내린 뿌린
그 고초를 누가 알리
벼랑과 벗해선지
생기가 넘치누나
허공을 화폭 삼아서
그려 놓은 노송돌세.
| 시인상세프로필 ▲윤윤주 -웅천찻사발보존연구회 회원/거농문화예술원 실장/동아대 서양화 전공/ -2021년 현대시조 등단/제39회 대한민국미술대전전통미술공예 특선./-제46회 부산미술대전문인화 특선./제43회 경상남도미술대전문인화 입선./제21회 대한민국여성미술구상대전 문인화 특선./제47회 부산미술대전 특선./한국미협회원/능곡시조교실 수강/거제시조문학회 회원 |
◎사람을 알아주는 일(2)
최근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음을 매스컴은 전하고 있다. 미사일 도발은 물론 7차 핵실험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8일엔 핵무기 보유 정책을 새로 법제화 했다. 북한은 체재의 유지를 위해 핵을 개발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북한이 핵보유국이라고 큰소리치게 된 것은 한 사람의 과학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전남 담양 사람으로 중앙고보를 졸업하고 장학생으로 일본 마쓰야마 고교에 입학하여 고학으로 졸업했다. 교토대학 화공과에 입학하여 1931년 수석으로 졸업했다. 당시나 지금이나 교토대학의 화공과, 물리과는 세계 최고의 명문대학으로 일본에서 나온 10여 명의 노벨상 과학 부문 수상자 가운데 한 사람만 빼고 모두 교토대학 출신인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1938년 미국이 가볍고 탄력성이 강하나 습기를 빨아들이는 힘이 적은 나일론을 발명하여 양말, 옷감, 어망 등을 아주 싸게 만들게 되었다. 그는 1939년 합성섬유 1호 비날론을 발명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왜냐하면 나일론보다 싸고 쉽게 만들 수 있는 합성섬유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 공로로 대학원을 거치지 않고 정식 교토대학 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전무후무한 사람이 되었다. 그는 1945년 11월 일본 정부의 간곡한 부탁을 뿌리치고 귀국했다. 이승만 정권은 그의 명성 때문에 그를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장 겸 기획부(현 기획재정부) 자문위원으로 임명했다. 기획부 자문회는 매달 열렸지만, 공장의 전력공급마저 부족해 정부의 시책 성토장이거나 몇몇 정치 사기꾼들의 놀음판이었다. 그의 발언은 무시되었고, 그가 발명한 비날론이 무엇인가 조차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는 미국에서 매년 원조해주는 돈의 1/100 정도만 쓰면 공장을 세울 수 있고, 국내는 물론 수출된 옷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엄청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정부에 건의했지만, 번번이 묵살되었다. 그는 서울대학교 이공학부에서 고분자학을 강의했지만, 실험실도 없고 몇 번 건의한 실험기구와 도서 구입비 등도 묵살당했다. 결국 그는 기획부 자문위원직과 서울대학교 교수직을 일방적으로 버리고 낙향했다.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났고, 북한의 김일성이 ‘조선민주주의공화국 공업기술연맹’을 통하여 1950년 7월 26일 그와 그의 제자들인 마형옥, 옥지훈, 권태문, 신현석, 이현규, 국순응, 장칠표 등을 가족들과 함께 데리고 갔다. 이 가운데 이현규와 국순응은 다시 월남했다. 그와 제자들은 평안북도 청수군(수풍수력발전소 부근)에 마련된 지하 연구실에서 비닐론 생산을 산업화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전쟁이 소강상태로 이어지자 인근의 합성고무연구실, 비료연구실, 염료연구실에서 이공대학 출신들을 군에서까지 차출하고 지하에 대학 강의실을 건설해서 고급인력을 양성했고, 학생들을 동구권 대학에 파견했다.
1952년 4월 27일 평양의 모란봉 지하극장에서 과학자대회를 열고 전후 복구대책을 논의했다. 그해 10월 9일 ‘조선민주주의공화국 과학원’ 조직을 탄생시켰고, 그는 화학연구소 소장을 맡았다. 1953년 휴전 이후 ‘청수화학공장’을 준공하여 비닐론 시제품을 생산했다. 이로써 비날론 섬유가 일반화되었고 김일성은 “전쟁으로 잃은 것도 많지만, 그를 얻은 것은 잃은 것을 배가 한 소득”이라는 말을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헝가리, 동베를린 등을 방문했고 함흥에 부지면적 50만 ㎡, 배관 장치의 길이 100여 리, 1만 5천 개의 도면 분량만 트럭 두 대분이었다. 이 공장의 준공은 북한 주민의 생활을 향상시켰다.
당시 남한의 생활 수준이 GNP로 80달러 전후였는데, 북한은 200달러가 넘었다. 그 후 그는 국방과학원에 들어가 북한군 소장 계급을 달고 무기 개발에 종사했다. 방사포에 사용될 고성능 화약을 만들어 이 포의 이름이 그의 이름을 따 ‘이승기 포’로 명명되었다. 1965년 6월 북한 영변에 2메가와트급 연구용원자로 IRT-2000을 가동시키면서 그를 초대 원자력연구소 소장에 임명했다. 그는 핵무기 개발을 주도했다. 지금 세계의 시선이 집중된 영변의 핵시설도 그가 만든 것이다. 그는 1996년 2월 8일 사망했고, 북한에서는 김일성 사후 두 번째로 인민장을 선포했다. 그는 이승기(李升基•1905-1996)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연예인 이승기와는 음이 같은 다른 사람이다.
白雪이 잦아진 골에 구름이 머흐레라
반가운 梅花는 어느 곳에 피었는고
夕陽에 나 홀로 서서 갈 곳 몰라 하노라.
(병가(甁歌)에 있는 목은(牧隱) 이색(李穡)의 작품이다. 고려 유신(遺臣) 삼은(三隱) 선생(牧隱 이색, 圃隱 정몽주, 冶隱 길재)으로 1395년(태조 4)에 한산백(韓山伯)에 봉해지고, 이성계의 출사(出仕) 종용이 있었으나 끝내 고사하고 이듬해 여강(驪江)으로 가던 도중에 죽었다.
/ 백설이 잦아진 골에 구름이 머흐레라 / 그 인품에 그 시라 할까, 첫 장부터 도저한 기품이 보인다. 반가운 매화는 공민왕인가, 아니면 뜻을 같이한 선비란 말인가. 은자의 작품에 은자다운 일운(逸韻)이 흐르고 있지 않은가.)
이승기는 말년에 「겨레의 꿈 과학에 실어」를 썼다. 북한의 고등학교에서 필수교재로 사용하고 있는 이 책의 서문에서 “나는 통일된 조국에서 가장 부강한 과학 입국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일본 정부의 간곡한 부탁도 뿌리치고 해방된 조국을 찾았으며 조국에서 내가 할 일을 찾으려 했다. 그리고 이승만 정권에 실망하고 북조선에 와서 생애의 반을 보냈다.…만약 통일된 조국에서 나의 꿈이 실현되었다면 나의 행복은 배가 되었을 것이다.” 이승기 박사의 월북을 정당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승기 박사의 행동에 비판을 가할 수도 없는 일이다. 학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에게나 국가에게 봉사하고 싶은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이후 다음 주에 계속)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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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곡이성보계간현대시조발행인 |
시조 작품 〈벼랑 위 소나무〉는 돌 틈을 비집고 뿌리 내린 소나무의 의연한 모습에서 자연이 허공을 화폭삼아 그려 놓은 노송도라 느낀 감회를 2수 연작으로 읊은 윤윤주 시인의 작품이다. 우리나라의 소나무는 대체적으로 원추형인 것이 일반적인 수관(樹冠)의 특징이다. 속리산 입구의 정2품 소나무 수관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것이다. 벼랑 위의 소나무는 원추형이 아닌 휘이고 구부러진, 풍상을 견뎌낸 노송도 속에 등장하는 모습이었지 싶다.
소나무는 정착성이 유별난 수종이어서 옮겨심기가 까다롭다. 소나무 뿌리의 기운을 돕고 유익한 박테리아를 증식시키는 데는 막걸리가 제격이다. 한 말 정도의 막걸리를 먹은 소나무의 솔빛은 윤이 나고 수세가 왕성해 진다.벼랑 위 소나무에겐 막걸리는 호사다. 오로지 우로(雨露)가 생명수다. 소나무에 관한 기록으로는 ‘삼국사기’ 제 48권 열전9에 나오는 황룡사의 노송도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솔거(率居)는 선천적으로 그림을 잘 그렸다. 그가 일찍이 황룡사 벽에 노송도를 그린 적이 있었는데 줄기가 비늘 같았으며, 가지와 잎이 구불구불하여 까마귀, 솔개, 제비, 참새 등이 가끔 멀리서 바라보고 날아들다가 벽에 부딪혀 떨어지곤 하였다. 세월이 오래되어 색깔이 변하자 절의 승려들이 단청으로 덧칠을 하였다. 그 후로는 까마귀와 참새가 다시는 날아들지 않았다.“
문헌상의 기록으로만 전해지는 인물인 솔거는 신라 진흥왕 때의 화가다. 동사유고(同事類考)등의 기록을 종합하면 솔거는 가난한 농가의 아들로 태어나 천신(天神)의 가르침을 받은 신필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얼마나 그림을 잘 그렸기에 신필이라 하였는지 모르나 왜 소나무를 그렸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소나무를 표현한 그림으론 국보 제 180호로 지정되어 있는 추사의 세한도(歲寒圖)를 빼놓을 수 없다. 소나무는 변하지 않는 절개를 상징하거나 장수의 영물 십장생(十長生)으로 여겨져 사랑을 받았다. 찬바람 서리에도 변하지 않고 언제나 한결같기에 소나무를 앞 다투어 노래한 시인들이 많았으나 조선 초기 한성부윤을 지낸 운학제(雲壑齊) 정구(鄭矩)의 시가 그 중 뛰어나다. - 사립문 앞 소나무 몇 백 년 묵어서 / 비바람에 시달려 그 몸 늙어 용이 되어 / 산골짜기 그 구정마다 눈이 덮여도 / 우뚝 선 모습 늠름하구나(原詩, 松山幽居) - 청렴한 마음과 변하지 않는 절개를 읊었다.
소나무 잎은 바늘잎이다. 창공을 향해 섰는 소나무의 잎새가 마치 하늘 찌르는 것 같다. 그 / 가녀린 잎사귀가 하늘을 찌르는데 하물며 솔가지야 결기가 오죽하랴 /. 결기는 결 바르고 결단성 있게 행동하는 성질을 일컫는다. 노송에서 느끼는 절조, 어쩌면 시인의 심성일지도 모를 일이다. / 강풍이 휘몰아쳐도 자태 한번 의연하네. / 강풍은 9월에 두 번 닥친 태풍을 말함이리다. 시인이 바라보고 있는 벼랑 위 소나무는 기백번의 태풍을 맞았지 싶다. 태풍을 견딘 그 강인함, 그 인고를 배우고 싶어라. 흙 한줌 없는 벼랑, 그 돌 틈으로 뿌리내린 소나무다. 그 고초를 누가 알겠는가. 천지를 움켜잡고 엉버틴 모진 세월이다. 그렇긴하나 / 벼랑과 벗해선지 생기가 넘친다. / 마치 고난을 이긴 성인과도 같다. 그 자태는 / 허공을 화폭 삼아서 그려 놓은 노송도네. / 가람 선생은 ‘풍란’ 시조에서 “높고 조촐한 그 품이며 그 향을 숲 속에 숨겨 있어도 아는 이는 아노니”라고 읋었다. 시인은 한국화가이기도 하기에 허공을 화폭 삼아 그려놓은 노송도를 즐감하였으리라. 벼랑 위 소나무의 그 품새며 그 품격을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태풍 뒤 급강하한 기온, 그래선지 소나무 잎에 윤기가 흐른다. 사람들의 표정에도 생기가 넘치면 좋으련만. 능곡 시조교실 제공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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