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 (268)

다시 찾아온 손님

   추영미

눈부신 그 바다
첫 대면의 신고식은 맵싸했다.
겨울바람의 정찰병 같은
매서운 바람 온종일 불던 날
밀착되어 제2의 피부인지 마스크인지
헷갈리던 답답함을 훌훌 벗어던진
맨얼굴에 바짝 들러붙어
온종일 이리저리 쓰다듬으며
흘린 땀도 식혀주고
정성스레 얼굴 구석구석 만지던 
바람이 다시 초대한 
몹시도 불편한 손님
대충 나은 듯한 아니
내 곁을 저만치 떠난 듯한 가벼움에
홀가분하게 집을 나섰건만
다시 목과 폐를 조여 오는
감기란 손님
코로나 후유증인지
밤새도록 뱉어내는 기침은
온몸의 기운을 앗아간다
이참에 살도 앗아가 주면
얼마나 좋을까

눌산 윤일광 시인

감상) 겨울이 되면 반갑지 않는 손님이 있다. 감기다. 요즘은 그냥 한 며칠 쉬면되는 감기가 아니라 매서운 독감이다. 시의 화자는 감기가 대충 나은 듯해 바다에 간다. 그날따라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었다. 답답함에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맨 얼굴로 바다와 마주하고 섰다가 돌아오니 ‘다시 목과 폐를 조여 오는’ 불편한 손님이 ㅏ시 찾아왔다는 일상의 이야기다.
독자는 이런 상황을 흔하게 접하기 때문에 소재의 참신성을 느끼지는 못한다. 그러나 일상적이고 평범한 소재를 22행으로 행간의 여백 없이 처리한 시인의 구성능력에 시적긴장감이 스멀스멀 느껴진다.
요즘의 시들은 연을 나누기보다는 하나의 연으로 처리함으로 시각적 산문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다. 물론 시의 기본형식은 ‘연과 행’이다. 연과 행이 있음으로 리듬을 만들어주고 이미지의 선명성을 높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시의 유행처럼 산문시 쓰기를 좋아한다.
독자가 이 시를 읽으면서 작은 미소를 짓게 하는 것은 시의 마지막 부분이다. <밤새도록 뱉어내는 기침은 /온몸의 기운을 앗아간다 /이참에 살도 앗아가 주면 /얼마나 좋을까> 아픈 것조차 다이어트로 연결시키려는 해학과 인간적 진실이 엿보여 독자를 즐겁게 해준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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