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아침을여는시(272)

      이 가을에

     신  미  경 
이 가을에
물듦에 시선이 머무는 것은
녹음을 비워내듯 마음속
욕심을 덜어내야 함을 알기 때문이다

이 가을에
붉음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은
가슴속 열정이 다시 한 번 힘을 내
붉게 타오르고 싶기 때문이다

이 가을에
바람실린 낙엽에 환호하는 것은
할 일을 마치고 화려하게 귀가하는
작은 삶들을 응원하기 때문이다

이 가을에
자꾸만 마음이 설레는 것은
다시 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싶기 때문이다
감상) 

눌산 윤일광 시인

 신미경 시인의 ‘이 가을에’는 마치 영국을 대표하는 낭만파 시인 바이런의 시를 읽는 것 같다. 그들의 작품은 결코 어렵게 쓰지 않지만 시에는 설렘이 있다.
이 시는 네 개의 연을 구성되면서 각 연의 첫 행은 ‘이 가을에’라는 두운을 두고 있고, 아울러 각 연의 마지막 행은 ‘싶기 때문이다’라는 각운을 두어 가을을 대신하여 그들이 할 말을 시인이 대신하고 답하고 있다.
1연 ‘물듦에 시선이 머무는 것은’ 2연 ‘붉음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은’ 3연 ‘바람실린 낙엽에 환호하는 것은’ 4연 ‘자꾸만 마음이 설레는 것은’처럼 가을의 꿈과 희망을 대구법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시가 너무 규칙성을 띄면 구조로는 성공할 수 있지만 현대 자유시가 갖는 자유분방함이 없다. 시는 수학의 공식과 다르게 스스로의 세계를 만들고 그 세계 속에서 상상력을 키워내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흠이 있다. 그러나 신미경 시인은 아직 시를 공부하는 단계에서 이런 시적구조로 조직화한 것에 대해서는 칭찬해 주고 싶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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