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도 시작되었다
건강관리카드 제도는 산업안전보건법 제137조에 근거하여 정부가 직업병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업무에 노출된 노동자에게 퇴직 후에도 무료 건강검진을 제공하고, 관련 질환 발생 시 산재 절차 간소화 등의 예방과 보상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법은 존재하나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모순된 제도 
조선소의 경우 정부가 건강관리카드 발급 대상 물질인 석면의 사용을 2000년 초까지 인정하고 있지만, 정작 산재나 건강관리카드를 신청할 경우 이를 부정해 왔다. 이처럼 법이 존재함에도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는데, 제도가 시행된 90년 7월부터 21년 3월까지 거제지역에서 카드발급 이력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문제의 심각성을 뒷 받침 한다.  [첨부-1]

그러나 불과 1년 6개월 뒤 거제지역에서 총 278명의 노동자에게 건강관리카드가 발급(22.9.30.기준)되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21년 2월 18일 <대우조선노동자 건강관리카드 집단발급>, 21년 11월 10일 <건강관리카드제도개선>, 22년 1월 26일 <발전노동자 건강관리카드 집단 신청>기자회견 등 노동자의 투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처럼 권리는 저절로 보장되지 않았다.  [첨부-2]

발암물질 노출 정보 알면서도, 사업주 서명받으라는 정부
이번에 발급된 삼성중공업 원·하청 노동자 5명의 건강관리카드 또한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거제고성통영 노동건강문화공간 새터”와 함께 대우조선과 같은 환경에서 석면에 노출된 삼성중공업 노동자의 건강권 보장을 위하여 지난 9월 27일 삼성중공업 정규직 노동자4명, 하청노동자 1명의 카드발급  서류를 안전보건공단에 제출했다. 

  아울러 사업주의 보복 조치로 산재 신청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하여 카드발급 신청자의 보호조치를 요청했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사업주의 석면노출 증명서가 없으면 카드발급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노동자의 명단을 사업주에게 노출시켰다. 결국, 사업주의 석면취급 불인정에도  우리단체가 제출한 자료를 통해 카드가 발급되었지만 노동자는 계속해서 불안에 떨어야 했다.  [첨부-3]

10년~50년의 잠복기, 발암물질 노출자에 대한 정부의 추적·관리 절실
직업성 암의 경우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50년의 긴 잠복기를 거쳐 질환이 발생하다 보니 직업병인줄 모르고 뒤늦게 유족보상을 신청하거나, 산재를 신청해도 평균 1년을 상회하는 업무처리 지연에 사망 후 결과를 통지받는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도의 활성화가 더욱 절실한 것인데, 실제 무료건강검진으로 폐암을 조기 발견하고, 산재처리 기간이 3~4개월로 대폭 단축된 대우조선의 사례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첨부-4]

거제지역의 사례를 비추어 볼 때 노동조합이나 노동단체의 지원 없이는 건강관리카드의 발급이 어려웠다. 따라서 정부가 카드발급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또한 대공장은 물론 작은 사업장의 유해물질 취급 여부, 관련 질환의 산재신청 내역 등 발암물질에 노출된 정보를 정부가 취합하고 있기 때문에 추적·관리하는 것을 넘어 노동환경 개선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정부의 의지만으로도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우리는 이번 삼성중공업 원·하청 노동자의 석면건강관리카드 발급을 환영하며, 나아가 제도의 개선으로 발암물질에 노출된 모든 노동자의 건강한 삶이 보장받기를 촉구한다.
▮정부는 발암물질에 노출된 노동자에게 건강관리카드를 발급하라!
▮정부는 대상물질 확대하고, 발급기준 완화하라!
▮정부는 발암물질 노출 사업장 공표하고, 사업주 보복조치 엄벌하라!

                      22년 11월 24일
             거제노동안전보건활동가모임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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