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 (274)
        고 백             

    청라 김 지 영 

올긋볼긋 화려한 모습에 
나는 왜 울컥 가슴이 아린지 모를 일이다

새벽녁 어슴푸레
일 나가는 엄마의 몸빼바지 속에
빛바랜 늦가을이 그려져있다.

앞마당 빨래줄에 걸린 단풍
사시사철 질줄을 몰랐다. 

올긋볼긋 
산자락과 참 많이 닮은 당신

다 떠나보내고 메마른 겨울
외로이 버틸 당신과 참 많이 닮은 산자락

감상) 

눌산 윤일광 시인

  고백(告白)이란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는 것이나, 감추어 둔 것이나, 숨겨두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사실대로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한자로는 알린다는 뜻을 가진 고(告)와 흰 백(白)을 쓴다. ‘희게(숨기는 것 없이) 고한다’는 의미다. 
‘희다’는 무채색이다. 흔히 ‘하얗게 불태웠어’라든지 밤에 홀로 잠 못 이루면 ‘하얗게 샌 밤’이라고 표현한다. 하얗다는 것은 어떤 일에 몽땅 바치고 난 상태로 이제는 남은 것이 없을 정도로 마음의 소진상태를 이른다. 문학에서는 시각적묘사에 해당한다.
고백이라는 말 속에는 왠지 떨림이 느껴지면서 아무렇게나 쉽게 말하기 어려운 비밀스러움이 묻어 있다. 대개는 ‘사랑’이라는 말과 짝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시의 화자가 고백하는 대상은 누구인가?
독자는 쉽게 눈치 챘겠지만 ‘엄마’다. ‘올긋볼긋한 산자락 → 엄마의 몸빼바지’로 환치되면서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풀어내고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엄마라는 존재에 대하여 무관심했다. ‘엄마, 사랑해’라는 한 마디가 그렇게 어려웠는지 끝내 마음속에만 두고 살아왔다. 그리고 나서 ‘다 떠나보내고’ 나서 그때야 그리워하는 것이 엄마라는 존재다.
시의 화자는 ‘외로이 버틸 당신과 참 많이 닮은 산자락’을 보면서, 그 산자락을 물들인 단풍을 보면서, 그 단풍의 빛깔에서 엄마의 몸뻬바지를 떠올리며, 이제사 고백하는 한 마디 ‘엄마, 사랑해’(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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