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같이 어둡고 무겁게만 느껴지는 장례식장입니다. 내 마음의 지주였던 사람의 삶이 한 줌의 재로 변했습니다. 하얀 단지에 담겨 좁은 창구로 빠져나옵니다. 여기저기서 남은 자들의 흐느낌이 그의 죽음을 각인시켜 줍니다. 저 모습이 망자가 남기고 가는 마지막 모습인가 봅니다.

엄마 같은 큰 언니가 떠났습니다. 이 우주 공간에서 같이 숨 쉬고 웃고 말하던 그 모습은 이제 볼 수도 만져서 느낄 수도 없습니다. 영안실에 누워있는 언니의 주검을 바라보는 순간 나는 끝없는 나락으로 빠졌습니다. 오랜 병상 생활에 힘겨워하던 그 모습이 주검이 되어 오롯이 눈앞에 있습니다. 영혼은 빈 몸뚱이만 남겨두고 또 다른 시간 속으로 길을 떠났습니다.

생전에 둘이서 즐겨 다니던 사찰입니다. 예전에 둘이서 항상 같이 앉았던 자리에 오늘은 혼자입니다. 영단 위에 언니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사진 속에는 인자한 미소가 나를 반기는 듯합니다. 당장이라도 내려와 그때에 못다 한 이야기들을 털어놓을 것 같은 표정입니다. 인적이 없는 법당 오직 언니와 나 둘뿐, 흐르는 눈물을 꾹꾹 누르면서 삶과 죽음의 엄연함이 아프게 다가옵니다. 

시간은 지금도 쉼 없이 흘러가고 우리도 언젠가는 사라집니다. 바닷가 모래사장의 흰 모래알만큼이나 많은 생명이 억겁을 지나서 가고 또 갑니다. 누구나 다 아는 법칙입니다. 알면서도 억제 못하는 일이 사람의 마음입니다. 특히 동기간의 주검 앞에 서면 아무런 도움이 되어주지 못한 후회로 공허함만 가득합니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젊어서는 바쁘다는 핑계로 형제 자매간의 우애가 얼마나 소중한지 잘 몰랐습니다. 내 식구 챙길 줄은 알아도 옆에서 나이 들어가는 그들의 어려움과 외로움에는 눈이 어두웠습니다. 

이제 나이 먹고 무엇이 소중한지 염치를 알만하니, 세월은 우리를 그냥 두지 않습니다. 한 분을 시작으로 동기간들이 우리 곁을 떠나는 현상이 반복됩니다. 언니들이 없는 지금 지난날의 희로애락은 추억 속의 한 장면이었고 찰나였습니다. 그들이 떠난 빈자리는 그 누구도 채울 수가 없습니다. 남겨진 자매들은 많은 날을 추억하며 그리워합니다. 지금도 만나면 깨알 같은 추억 한 줌만 들어 올려도 밤이 새도록 이야깃거리가 됩니다. 그래도 모자라면 흘러간 옛 노래로 헛헛함을 달랩니다. 어쩔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서럽게 눈물이 자꾸 흐릅니다.

저물어가는 가을밤 창문을 열고 난간에 기대어 섰습니다. 초열흘 달이 서녘으로 기울고 소슬바람이 마음을 적십니다. 마당에 키 큰 나무들은 겨울을 준비하는 듯 잎들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바람은 떨어진 낙엽들을 구석으로 몰아갑니다. 세상 만물은 제가 갈 곳을 압니다. 나이 들면서 생과 사가 둘이 아님을 어렴풋이 알 것 같습니다. 허물기는 어렵지만, 애착과 집착은 남은 내 생애 큰 숙제입니다.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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