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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산책(286)여란 이양숙] '아부지를 닮았다'이양숙:아호여란(如蘭)/장목면출신/종합문예지《문장21》신인상수상/카페<다락>경영/눌산문예창작교실수료

    월요일 아침산책(286)
     아부지를 닮았다

 

 


 

   
 

      이양숙

나는 천상 우리 아부지를 닮았다
술 한 잔 거하게 마시고 돌아오는
길 옆 모퉁이
지글 지글
끓어오르는 뻘건 선지국
마다하지 못하고 자리를 잡았다

쓸쓸하고 외롭고
또 외로워
뻘건 국물에 소주 한잔 따라 놓으니
울 아부지 얼굴이 아른거린다

몇 십 년 전
동네 점방에서
양념딸 손 꼬옥 잡고
두꺼비 소주  한 잔에
읊조리던 노랫가락
그때는 몰랐던
내 아부지의 술사랑

양념딸이 이어 받아
오늘도 끝없는 술 사랑을 합니다
그리운 정녕 아부지가 그리운
술 취한 밤입니다

그리고
눈물이 흐르는.

(감상) 

눌산 윤일광 시인

여란의 시에서는 언제나 술냄새가 풍긴다. 쓸쓸하고 외로운 시인의 고독을 시에 얹고 산다. 여란에게 있어 술은 시다. 아니 어쩌면 삶의 진실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여란의 시를 이해하려면 먼저 술을 이해해야 한다. 시의 화자는 양념딸이다. 양념딸은 고명딸의 지방말이다. 고명은 음식의 모양과 맛을 내기 위해서 음식 위에 뿌리는 양념을 가리키는 말로서, 고명딸이라 함은 아들만 있는 집에 고명처럼 맛을 내주는 딸이라는 뜻이다. 시인의 술사랑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는 진술이 삶의 내력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리운 정녕 아부지가 그리운’ 날 시인은 술잔을 앞에 놓고 얼비치는 아버지의 모습에 눈물 흘리고 있다. 그때는 몰랐던 아버지의 한을 이제야 이해하는 때늦음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시 <아부지를 닮았다>는 너무나도 인간적인 시적진술 때문에 독자는 숙연해 진다. “같이 한잔할까요?”하고 아무나 끼어들 수 없는 진지함이 시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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