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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산책(287)고혜량] '공곶이에 가면'고혜량; 시인/수필가/시낭송가/고운 최치원문학상/낙동강수필공모전대상/월요문학작품상/청마시낭송대상

   월요일 아침산책(287)
     공곶이에 가면

 

 

 




 

      고혜량

쉬지 않고도 올라오면
먼데 내도(內島)가 마주하고
착한 산등성이 아래
공곶이에는 
이 세상 곱게 살다간 영혼이
수선화 하얀 꽃으로 흔들리고 있다

좁은 돌계단 하나하나
더딘 걸음으로 내려오면
돌담집 입구에 개한마리 졸고 있고
어디선가 손짓발짓 하며 나타나던 
벙어리 아저씨
작년에도 만났는데
이제는 없다

산자락 마다 진달래 피고
송화가루 장독위에 내리던 어느 날
봄날과 함께 떠난
말 없던 성자여
공곶이 다시 찾아
이 모퉁이만 돌아서면
그 선한 눈빛이 자꾸
공곶이 물빛 되어 아른 거린다

고혜량 상세프로필
고혜량)창신대 문예창작과 졸업. 《문학청춘》隨筆등단, 《문장21》詩신인상 수상. 거제수필문학회장, 한국문인협회원, 거제문협 사무국장 역임. <고운 최치원문학상> <월요문학작품상> <전국청마詩낭송대회 大賞> <전국 낙동강 수필공모전 大賞(환경부장관상)> 수필집으로 《꽃은 어둠 속에서 핀다》있음.

감상)  

눌산 윤일광 시인

공곶이는 1868년 병인박해를 피해 숨어들었던 천주교 신자 윤사우 일가의 은신처였다. 이후 진주에 살았던 천주교 신자 강명식 씨가 예구마을 처자와 인연이 되어 1969년부터 밭을 일구어 꽃과 나무를 심어 이룩한 정원이다.
교통이 불편하고 인적이 드문 곳이라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가 2005년 영화 <종려나무숲> 촬영지로 소개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겨울에는 동백꽃으로 물들고, 봄에는 수선화와 설유화가 만개하여 온통 꽃천지를 이룬다. 이제는 거제 8경의 하나로 일년 내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고혜량 시인의 시 <공곶이에 가면>에 나오는 소재의 인물은 ‘벙어리 아저씨’이다. 제목으로만 본다면 가파르고 척박한 산비탈에 호미와 곡괭이로 농원을 일구어 낸 주인이거나, 수선화가 곱게 핀 공곶이의 전경이 나올 만 하지만, 시인의 이런 독자의 기대를 벗어나 엉뚱하게도 작년에도 만났던 벙어리 아저씨를 소재로 삼았다.
시는 기대로부터 얼마나 벗어나는 가에 따라 낯설어진다. 독자가 기대하는 전개나 뻔한 결말은 식상해지고 만다. 능숙한 시인일수록 일상적이고 상식적 언술이 아니라 비범한 언표를 사용한다. 
독자는 이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지만 ‘곱게 살다간 영혼’ ‘선한 눈빛’ 등으로 미루어 어떤 사람인지를 짐작하게 한다. 그리고 ‘곱게 살다간 영혼’은 ‘수선화 하얀 꽃으로 흔들리고 있고’, ‘선한 눈빛’은 ‘공곶이 물빛 되어 아른 거린다’는 시적묘사가 소재의 인물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느끼게 한다.
‘벙어리 아저씨’에 대한 시인의 평가는 ‘말 없던 성자’로 귀결된다. 우리는 언제 이 이름 모를 벙어리 아저씨처럼 시적소재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비록 위대한 인물은 아니라 하더라도 이렇게 기억해 주는 시인이 있다는 그것만으로 성공한 삶이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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