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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산책(295)허순옥] '구례 오산에서'.허순옥) 경남 사천시 출생. 눌산 문예창작교실 수료

 월요일 아침산책 (295)
    구례 오산에서










      허순옥 

지리산을 마주보는 오산
사대 고승 발자취 깃든
사성암에 올랐다

암벽마애불전에
배나온 허리를 접고
꾸부리고
한 참 속내 다진다

대웅전 앞마당에도
기와불사에도
신년기도에도
일일이 불러대는 가족

행복하기를
건강하기를
시험합격하기를
좋은 배필 만나기를

내 소원도 걸었다
소원지 하나에
바램을
넌지시 끼워 넣는다

한결같은 소원들 팔랑팔랑
바람길에 춤춘다

감상) 

  눌산 윤일광 시인

사성암은 전남 구례 오산 정산 부근의 깎아지른 암벽을 활용하여 지은 사찰이다. 이곳에서 4명의 고승인 의상, 원효대사, 도선, 진각국사가 수도하여 사성암이라 하였다고 전한다. 오산 사성암은 굽이치며 흐르는 섬진강과 구례읍 등 7개면과 지리산 연봉들을 한 곳에서 모두 볼 수 있는 우수한 경관 조망점이며, 오산 정상의 사찰 건물과 바위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시의 화자는 ‘사대 고승 발자취 깃든 사성암에 올라’ 가족들의 행복과 건강을 일일이 챙기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는 ‘시험합격과 좋은 배필 만나는’ 일까지 어머니로서의 간절함이 묻어 있다. 전형적인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지면서 가족사랑의 애틋함이 느껴지는 시다.

있는 그대로 사물의 사물성을 드러내는 시를 ‘사물시’(physical poetry)라 한다. 비평가 랜섬이 분류한 시 종류의 하나로 그에 따르면 시는 크게 사물을 다루는 시와 관념을 다루는 시로 나뉜다. 사물시는 사물에 중점을 둔 시라고 정의할 수 있다. 허순옥 시인의 <구례 오산에서>는 사물시로 비유보다는 사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시가 주는 즐거움은 5연이다. ‘내 소원도 걸었다 /소원지 하나에 /바램을 넌지시 끼워 넣는다’는 부분이다. 가족들 다 챙기고 나서 마지막에 넌지시 끼워 넣은 시인의 소원은 무엇이었을까?

소원지가 바람에 팔랑거리는 모습이 독자의 영상에 잔영으로 남아 작은 미소를 짓게 한다. (눌산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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