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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거제시조選-166」윤미정- '하동 녹차'▲윤미정:경남자원봉사자체험수기일반부최우수상(2009년)/현대시조등단/거제시조문학회사무국장/제2회금요시조문학상수상

 「금요거제시조選-166」           
      하동 녹차

 

 

 

 




-하동세계차엑스포를 다녀와서
      윤  미  정

    야생차 시배지에
    세워진 차문화관

    씨앗이 뿌리내려
    천이백년 이어온 길

    초록빛 야생차밭은
    세계 속의 농업유산.


    펄펄펄 끓는 물에
    우려낸 천년의 향

    감칠맛 떫은 맛은
    혀끝으로 피어나고

    온몸을 돌고 돌아서
    혈관 타고 내린다.

◎위대한 우정
金蘭之交는 무쇠나 돌처럼 변함없이 견고하고 난과 같은 향기를 지닌 친구와의 우정을 말한다. 金蘭은 <<주역(周易)>> <계사전(繫辭傳)>>에 이인동심기리단금(二人同心其利斷金) 동심지언기취여란(同心之言其臭如蘭), ‘두 사람이 마음을 같이하면 그 예리함이 쇠를 자를 수 있고, 마음을 같이하여 하는 말은 그 향기가 난초와 같다’에서 유래한다. 중국 당나라 때 대홍정(戴洪正)이란 사람이 친구를 사귈 때마다 친구의 신상에 관한 명세를 장부에 기록하고는 향을 피워 조상에게 고했다. 그 장부를 금란부(金蘭簿)라 하였는데 표지를 붉은 비단으로 꾸몄다.

 戴洪正의 ‘戴’자는 머리에 인다는 일 ‘대’자다. 바로 ‘불구대천(不俱戴天)’의 그 ‘대’자인데, 불구대천은 하늘을 같이 이지 못한다는 뜻으로 이 세상에서 같이 살 수 없을 만큼 큰 원한을 가진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금란지교는 대홍정의 금란부에서 비롯되었는바, 대홍정과 금란지교 - 대홍정과 불구대천이 연상되어 묘한 기분이 된다.  스페인에서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지역의 주민들은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지낸다. 마드리드는 스페인의 수도이고 바르셀로나는 스페인의 옛 수도이며 두 번째로 큰 도시이자 가장 큰 항구도시이기도 하다. 바르셀로나 하면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몬주익 언덕에서의 황영조 선수가 떠오른다. 바르셀로나는 1492년 마드리드의 이사벨라 여왕 주도로 스페인(에스파냐)으로 통일된 후 마드리드 중앙정치권으로부터 압박과 차별을 받으며 살아왔기에 지금도 자기들만의 언어를 고수하고 아직도 분리 독립을 주장해 오고 있다. 그런데 동시대에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른 테너 가수는 3명이었다. 이태리의 루치아노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 1935. 10. 12 ~ 2007. 9. 6), 스페인의 플라시도 도밍고(Placido Domingo, 1941. 1. 21 ~ ), 호세 카레라스(Jose Carreras, 1946. 12. 5 ~ )가 그들이다.

 마드리드 출신의 플라시도 도밍고와 바르셀로나 출신의 호세 카레라스 두 사람은 라이벌인데다 배타적(排他的)인 지역 정서가 있으니 사이가 좋을 리 없었다. 결국 두 사람은 상대방이 나오는 무대에는 절대 서지 않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른다.  1987년 카레라스의 인기가 절정에 달했을 무렵 그는 도밍고 보다 훨씬 상대하기 힘든 강적을 만났다. 평소 잦은 공연으로 피로에 젖었는가 했는데 불행히도 백혈병(白血病)에 걸린 것이다. 생존 확률은 10분지 1에 지나지 않았다. 백혈병과의 투쟁은 심신을 고갈(枯渴)시켰고, 더 이상의 활동은 불가능했다. 그 동안 상당한 재산을 모아 놓았지만 한 달에 한 번씩 해야 하는 치료를 위해 스페인에서 미국의 시애틀까지 왔다 갔다 하니 비용이 많이 들었다. 결국 그의 경제사정은 극도로 열악해졌다. 골수이식이며 치료에 많은 재산을 쏟아 부었지만 병에서 회복되지 못했다. 그 즈음 그는 마드리드에 ‘헤르모사재단’이라는 자선단체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헤르모사재단’은 백혈병 환자를 돕는 단체였다. 그는 신청서를 보냈고, 헤르모사재단의 도움을 받아 마침내 건강을 되찾았다. 그는 질병과의 싸움에서 이긴 뒤 테너가수로 활동을 재개했다. 그는 다시 세계적인 테너가수에 걸맞는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그는 헤르모사재단에 기부금을 보내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재단의 정관을 읽어보던 그는 놀랍게도 재단의 설립자이자 이사장(理事長)이 다름아닌 플라시도 도밍고라는 것을 발견했다. 플라시도 도밍고가 병든 카레라스를 돕기 위해 그 재단을 설립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다.

 플라시도 도밍고는 카레라스가 경쟁자의 도움을 받는다는 수치심을 느끼지 않게 하려고 줄곧 익명(匿名)을 고수했던 것이다. 크게 감동받은 카레라스는 어느 날 마드리드에서 열린 플라시도 도밍고의 공연장을 찾아 그를 놀라게 했다. 카레라스는 공연 도중 무대로 올라가서 도밍고의 발 앞에 공손히 무릎을 꿇고 공개적으로 감사의 말을 건넨 뒤 용서를 구했다. 도밍고는 그를 일으켜 세우며 힘껏 끌어안았다. 위대한 우정이 싹트는 순간이었다. 음악가의 세계에서 라이벌을 이렇게 배려하고 자신의 물질까지도 내놓은 플라시도 도밍고의 따뜻한 배려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릎 꿇은 카레라스보다 도밍고가 더 커 보이는 이유이다. 1990년 로마에서 월드컵 전야제 ‘세계 3대 테너’ 공연이 있었다. 앞에서 언급한 3명의 합동공연인데 그들은 어느 사이에 절친이 되었고 다 같이 축구광이었다. 이 공연은 건강을 회복한 카레라스의 복귀 공연이기도 했다. 이 날의 공연은 세기의 공연이었고 세계 Top을 달리는 세 명 테너의 기량과 우정을 확인한 감동 그 자체였다.

      자네 집의 술 익거든 부디 날 부르시소   
      草堂에 꽃 피거든 나도 자네를 청하옴세
      백년 덧 시름없는 일을 의논코져 하노라.

 이 시조는 잠곡(潛谷) 김육(金堉, 1580 ~ 1658)의 작품이다. 어린 나이에 임진왜란을 겪고, 장년에는 인조반정을 목격하고, 늙어서는 병자호란을 맞이했다. 그는 이런 역사 경험 속에서 벼슬아치로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낸 인물로 꼽힌다. /백년 덧 시름없는 일/은 자신이 겪고 목격하고, 맞이한 역사적 경험을 말하는 것이리라. 위대한 우정은 몰라도 金蘭之交의 벗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이후 다음 주에 계속)

《감상》 

현대시조발발행인 능곡이성보

시조 작품 〈하동 녹차〉는 ‘하동세계차엑스포’를 다녀온 시인이 하동 녹차를 두고 차 시배지의 역사와 음미한 차 맛에 대한 소회를 2수 연작으로 읊은 윤미정 시인의 작품이다.

 2023하동세계차엑스포는 ‘자연의 향기, 건강한 미래, 차(茶)!’라는 주제로 5월4일부터 6월3일까지 하동 스포츠파크와 화개면 하동 야생차 문화 축제장에서 열리고 있다. 경상남도와 하동군이 공동 주최하고 하동세계차엑스포조직위원회가 주관하는 2023하동세계차엑스포는 차 분야에서 최초로 정부 승인을 받은 국제 행사다. 하동 야생차의 역사와 우수성을 소개하는 차 천년관, 지리산의 자연과 하동 야생차를 미디어아트로 이용해 표현한 주제영상관, 녹차의 의학적 효능을 소개하고 몸과 마음을 치유해주는 웰니스관, 나라별-시대별 차의 역사와 문화 예술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월드티아트관, 차 관련 산업융복합관 등이 운영되고 있다.

하동 녹차는 신라 흥덕왕 3년 (828년) 당나라에서 돌아온 사신 대렴공이 차 종자를 가지고 오자 왕이 지리산에 심게 했다는 ‘삼국사기’의 기록으로 시배지로서의 위치가 견고하다. 이로써 1200년의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 차 시배지로서 역사성 주장에 힘이 실렸다. 
역마살이 있는 시인이 ‘2023하동세계차엑스포’를 놓칠 리가 없다. 발길이 차문화관에 닿았다. / 씨앗이 뿌리내려 천이백년 이어온 길 / 이었다. 질펀한 초록빛 야생차밭은 세계 속에 빛나는 농업유산이었다. 차를 다린다. / 펄펄펄 끓는 물에 우려낸 천년의 향 / 이었다. 그 차맛이려니, 더러는 감칠맛도 더러는 떫은맛도 있었으니 그 맛은 혀끝으로 피어난다. 눈을 감고 음미하노니 / 온몸을 돌고 돌아서 혈관 타고 내린다. / 이쯤해서 녹원(綠源) 이상범(李相範) 선생의 차 시가 떠오른다.

   쪼르르 쪼르르 방안을 밝히는 소리
   그 보다 초록의 세상 온 우주를 흔드는 소리
   낙수가 바위에 구멍을 내듯 그리 뚫릴 나의 혼줄.

 차는 색과 향, 그리고 맛이 중요하기에 눈, 코, 입으로 마신다고 하던가. 머잖아 2023하동세계차엑스포 행사장으로 가봐야겠다. 거기서 눈, 코, 입으로 차를 마시는 호사를 누리고 싶다. <능곡 시조교실제공>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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