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왼쪽
오른쪽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고·칼럼
[월요아침산책(297)정오현] '구들장'정오현)57년하청출생/부산공전졸업/서울디지털대문예창작과졸/'09년《문학저널》詩등단/KBS사람과사람들‘내인생의두가지선물’출연/'14년시집《주름의시간》출간/눌산교실수강

     월요 아침 산책(297)
         구 들 장

 






 


      정 오 현

매운 추위 다닥다닥 달겨붙는
겨울밤은 깊고도 어둡다
찹찹한 아궁이 앞 쪼그리고 앉아
생솔가지 연기 눈물 훌쩍이며
군불 지핀다
지핀다는 것,
마음에 울음 태우는 것
불티는 불티대로 연기는 연기대로
방구들 데우며
흐물흐물 타오르는 불길 속
울음은 굴뚝을 타고 사라진다
찹찹하던 구들장
어깨와 어깨를 맞대고
불심은 아랫목애서 윗목으로
고래를 타고 길을 열어준다
방이
마음에 불심을 깊이 내릴 때
따뜻한 것처럼
구들장은 새벽이 오기까지
군불을 오래오래 붙들고 있다

 

감상)  

눌산 윤일광 시인

​​​​정오현 시인은 이미 14년 전에 등단한 기성작가다. 등단하고 5년 만에 시집《주름의 시간》을 상재했으니 시인이라는 이름이 결코 낯설지 않은 칭호다. 요즘처럼 등단이 쉬운 때가 일찍이 없었다. 등단이 과거급제 만큼이나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런 말을 하면 ‘라떼’로 몰아붙이니 그런 말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등단이 쉽다면, 등단으로 시인의 반열에 올랐다고 착각하지 않아야 한다. 등단이 곧 시인이 아니라 등단 후 자신의 이름으로 된 시집을 상재하면서 시인이 된다. 등단 후 아직 시집 한 권 내지 않았다면 스스로 시인됨을 유보해 놓아야 한다. 이건 수필도 그렇고 소설도 그렇다. 정오현 시인의 시집 《주름의 시간》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정시인의 시에서는 향토색 짙은 고향냄새가 난다. 시에서 흙냄새가 나고, 된장국 냄새가 나고, 굼불 땔 때 나는 매캐한 연기가 풍긴다. 자기 색깔의 리듬과 자기 색깔의 이미지를 구축한다. 이는 정오현의 시의 세계가 제 자리를 잡았다는 증거다.
시 <구들장>을 읽으면 독자는 고향이 생각나고, 어머니가 생각나고, 유년의 배고픔이 스멀스멀 기억의 표피를 뚫고 나와 번져난다. 군불은 ‘마음에 울음 태우는 것’이라는 이 한마디에 독자는 읽음을 멈춘다. 그 행간에 숨어 있는 수많은 의미가 시인으로부터 시적화자를 거쳐 독자에게 와 꽂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울음이 ‘굴뚝을 타고 사라지면서’ ‘마음에 불심을 깊이 내린다’는 일련의 흐름으로 독자는 잠시 눈을 감고 의미의 심연에 빠져들게 된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저작권자 © 거제타임라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정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