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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홍춘희]애광원 친구들과 봉수대 나들이

장승포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거제대로에는 하얀 벽과 빨간 지붕으로 리조트처럼 예쁘게 지어진 거제도애광원이 있다. 섬길 사람들은 이렇게 예쁜 집에 살고 있는 애광원 친구들을 만나 일대일로 손을 잡고 함께 걷기로 하였다.
거제도애광원 관계자께서 나오셔서 우리 일행을 환영해 주셨고 애광원에 대해서 안내를 해 주셨다.  애광원에는 170여 명의 지적 장애인이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애광 영아원

지적 장애인 거주 시설인 애광원, 중증 장애인 거주시설 민들레집, 장애인 직업재활 훈련시설 애빈, 지적 장애인 특수교육기관인 거제애광학교, 지역사회 속의 장애인 공동생활가정 성빈 마을이 있다. 또  영유아보육시설인 옥수 어린이집이 포함된다. 애광원은 장애인이 한 공간 안에서 살고, 공부할 수 있고, 일을 배워 직업을 갖고 평생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다. 이렇게 평생의 삶이 유기적으로 이어진 곳은 세계적으로도 흔하지 않다고 한다. 거기에 좋은 위치와 멋진 전망까지 갖춘 곳은 거제도애광원이 세계에서 유일한 곳이 아닐까 생각한다. 푸른 하늘과 바다가 맞닿아 있는 애빈 하우스 옆 분수 정원은 조각상들로 멋지게 장식되어 그야말로 어느 휴양지에 와 있는 느낌이다. 

애광원은 전쟁 중인 1952년 애광영아원으로 시작되었다. 당시 거제에서 부모를 잃어 버리고 서럽게 울며 이리저리 헤매고 있던 전쟁 유아들, 태어난 지 일주일밖에 안된 영아들이 있었다. 거제도로 피난을 온 김임순 원장님께서 이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워 거두어 보살피게 되었다고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고아들은 성장하여 애광 영아원을 떠나 독립하였다. 이후 1978년 장애인들을 받아들여 지적 장애인을 위한 시설로 전환하였고 1980년에는 지적장애아 특수학교인 애광학교가 개교하였다. 애광학교는 유치원에서 초중고 과정, 전공과 과정이 있다. 애광학교는 교사 1인당 3명의 학생 수를 확보하고 있어 학생 개개인의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제공하여 장애 학생의 잠재 능력을 최대한 계발하고 있으며 장애 경감과 전인적 발달을 도모하기 위한 물리치료, 작업치료, 언어 재활, 심리 행동 적응훈련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중증 장애인 거주시설인 민들레집은 1987년에 개설되었다. 24시간 침대에 누워 지내는 중증 장애인들을 먹이고 갈아입히고 대소변을 받아내는 일과 재활 훈련을 지원한다. 장애인들이 기초체력 운동과 치료 수업을 통해 일상생활의 만족도를 높이고자 한다. 아울러 2차적 장애의 예방과 질병의 예방, 건강 상태 향상을 위한 치료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정에서도 돌보기 어려운 중증 장애인에게 주거를 제공하고 개인의 특성에 맞는 서비스 지원을 위해 일한다는 것은 정말 신이 내린 사명감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여기에 종사하고 계신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 보낸다. 봉사자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고 한다.

1997년에는  장애인 공동 생활 가정인 성빈 마을이 개설되었다. 애광원에서 독립하여 일반주택에 거주하며 일반 가정과 같은 환경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4명이 한 가정을 이루어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하며 사회적 통합과 자립을 실현한 공간이기도 하다. 이들은 아침에 애광원이나 외부 일터로 출근하였다가 일이 끝난 후 오후에 공동생활 가정으로 퇴근한다. 나의 짝인 혜빈이도 여기에서 생활한다고 한다. 이 가정에서 혜빈이의 역할은 청소라고 하였다.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애빈은 2000년에 개설되었다. 체계적인 직업재활 서비스를 통해서 능력과 소질을 개발하여 적성에 맞는 직업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아울러 취업의 기회를 제공하는 작업장이다. 애빈에는 원예, 봉재, 제과제빵 과정이 있다. 애빈에서 만든 빵과 쿠키는 윈드밀 테라스 카페에서 판매하고 있어 맛을 볼 수 있다. 또 우리 지역 어린이집이나 관공서, 교회 등에 납품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주문을 받아 판매하기도 한다. 장애인 재업재활 근로자들은 여기에서 빵을 직접 만들고 상응하는 임금을 받는다. 장애인 스스로 생산 판매하는 수익사업에 참여함으로 직업을 통한 자아 성취를 이룰 수 있다.

2004년 장애인 체육관인 효종관이 개관되었고  2008년에는 장애인 숙소인 둥지마을이 증개축 되었다. 

2011년 분수정원이 개설되었고 12년에는 풍차언덕 테라스 데크가 설치되었다. 분수정원에서 바라다보는 장승포 바다는 그 풍경이 최고이다. 아울러 테라스 데크 길은 담쟁이 덩굴이 붉게 물들어 정말 아름다운 공간이다. 이런 공간을 누리며 사는 애광원 친구들은 정말 행복한 친구들이다. 애광원에서 생활하는 모든 지적 장애인은 존엄한 인간으로서 교육과 재활 훈련을 통해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

관계자의 설명을 들은 후 드디어 애광원 친구들을 만나러 나갔다. 참다래 덩굴이 탐스럽게 열매를 맺고 있는 좁은 길을 따라 올라가니 애광원 친구들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애광원 친구들은 매주 수요일마다 애광원 뒤쪽으로 난 오솔길을 통해 옥녀봉 봉수대까지 산책한다고 한다. 여기에는 꼭 일대일로 봉사자가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한다. 애광원 친구들은 돌고래 같은 맑은 목소리로 반갑게 먼저 인사를 건넨다. 먼저 다가와 인사하며 내 손을 잡은 친구가 있었다.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예쁜 소녀였다. 아주 잘 걸었다. 걷기가 다소 불편하여 동행자가 항상 주의를 기울여 함께 해야 하는 장애우도 있다. 

우리는 만난 순간부터 손을 잡고 함께 걸었다. 애광원 농장을 지나 야자 매트가 깔린 잘 정돈된 오솔길을 따라 걸었다. 농장에는 역시나 퇴비 섞는 냄새가 났다. 그 냄새가 싫지 않은 가을날이었다. 키 큰 나무들과 그 아래를 두 손 꼭 잡고 걷는 길은 참 행복하였다. 장애인이 집 안에만 머물지 않고 밖으로 나설 수 있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비장애인이 돕는 것은 우리 사회의 당연한 모습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림은 우리 사회의 통합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름을 물어보니 혜빈이라고 대답했다. 그다음 나이를 물어보았으나 모른다는 대답이 왔다. 나이를 모른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아 올라가면서 몇 번이나 더 물어보았다. 나이는 알 수 없었지만 이름은 알게 되었다. 세상의 기준으로 나이라는 숫자에 집착해서 자꾸 물어보았다. 가파른 길을 오를 때 혜빈이는 허리를 쭉 펴서 잠시 쉬었다. 그리고는 또 씩씩하게 앞서 걸으며 나를 당겨주었다. 누가 누구를 위해 걷고 있는지 헷갈린다. 적어도 혜빈이는 나보다 더 잘 걸었다. 드디어 사방이 다 개방되어 푸른 하늘이 한눈에 들어오는 옥녀봉 봉수대 정상에 도착하였다. 

옥녀봉 줄기인 연대골 산등성 해발 226m에 있고 지름 10∼20m의 3단 석축으로 설치되어 있다. 북쪽으로는 강망산 봉수대, 남서쪽으로는 가라산 봉수대, 서북쪽으로는 계룡산, 동쪽으로는 장승포 일대, 서쪽으로는 아주 옥포, 남쪽으로는 일운면, 와현, 바다 건너 가덕도 봉수대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김정호의 대동지지(大東地志)에 보면 거제현에는 옥림산 봉수대가 있었다고 언급이 있다. 대마도가 보이는 이곳은 옥포진 방어의 요충지로 왜적의 침입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조선시대 전국 봉수의 주요 간선은 5개 직봉으로 이루어졌다. 이 가운데 제2거(炬)는 동래-서울 간으로 직봉 44개와 간봉 110개로 이루어져 있으며 옥녀봉 봉수대는 간봉 중의 하나이다. 

정상에서 흘린 땀을 날리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눈이 시리도록 푸른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찍었다. 천국과 가까워진 이곳에 서 있는 것 만으로 마음이 맑고 깨끗해지는 기분이다. 김순선 선생님이 애광원 장애우를 위해 준비한 샌드위치와 귤을 나누어 먹었다. 하모니카를 불어주신 김용호 선생님, 춘향가를 멋지게 불러 주신 김순선 선생님, 유치환 님의 행복이란 시를 모두가 행복해지게 낭송해 주신 김현길 선생님, 신문지로 꽃을 만드는 재미를 알려주신 박경숙 선생님, 그리고 애광원 친구들과 걷기를 추진해 준 김범경 선생님 모두 많은 일을 해 주셨다. 무엇보다도 신문지로 공을 만들어 신나게 던지고 기타 소리에 박수로 호응하며 즐거워하던 애광원 친구들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과수원길, 연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나성에 가면 등의 노래를 큰 목소리로 함께 불렀다. 모두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쉬움을 남기고 하산을 시작하였다. 함께 맞잡은 손에서는 땀이 흐른다. 애광원 친구들도 한껏 더 흥겨움에 빠진 듯했다.

몸이 불편하여 나들이를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일대일로 함께 걸어준 것에 대해 애광원 담당자께서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우리 보통 사람들에게 별일 아닌 일상이 장애인들에게는 너무 소중한 일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아울러 나의 작은 관심이 장애우들에게 큰 힘이 됨을 알았다. 오늘 나의 동행 파트너 혜빈이를 만나 내가 혜빈이에게 해준 것보다 더 큰 것을 얻었다. 너로 인해 나의 소중한 하루를 다시 알게 되었고 너로 인해 오늘 걸을 수 있는 내가 정말 감사함을 깨닫게 되었다. 나의 오늘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다. 혜빈이와 손을 잡고 걷는 동안은 나의 일상의 근심 걱정을 모두 내려놓고 몰입할 수 있었다. 잠시나마 이런 천국을 경험하게 해준 혜빈이와 애광원 친구들 그리고 애광원 선생님들께도 감사한다.

당신은 장애가 있거나 장애가 없거나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지금도 그 사랑 당연히 받고 있고 당연히 받아야 한다. 당신이 이 세상에 존재함 그 자체가 우리에게 큰 기쁨임을 상기한다. 인간은 인간인 그 자체로 존엄을 인정받아야 함을 오늘 우리 예비장애인들은 공감하고 인정한다.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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