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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소리: 박춘광] '직업(職業)과  사명감(使命感:ense of Duty)'본사 대표/발행 및 편집인/수필가

외롭다.  
지독히도 외롭다.

암 선고를 받은 날 밤. 아무도 없는, 누구도 대신 이 순간을 맞아줄 수 없는, 엄정한 순간을 기다리는 고뇌는 형언하기 어려운 고통이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스스로를 되돌아 보기란 여간 괴로운 것이 아니다. 고독은 사춘기를 거쳐오면서 뼈가 에이도록 경험해 온 터라 설명이 필요 없지만 두번씩이나 삶과 죽음 회오리 속에 허우적되는 자신과의 싸움은 더 처절하고 외롭다. 막상 또다시 암에 걸려 생사의 기로에 있으니 감상적인 어떤 표현보다 죽음의 두려움을 안고사는 자신을 좀더 깊이 바라보게 된다. '내가 헛되어 보내는 오늘은, 어제 죽어간 어떤 이가 그토록 살고 싶어한 내일'이 아닌가? 오늘은 '내 남은 생애의 첫날'이라는 심정으로 살리라. 이 나이에 무슨 명예와 영광을 바라며 무슨 부(富)를 찾을 것인가? 열길 토굴 속에 내동댕이쳐진 한마리 야생마 처럼 표효하는 내 꼴이 난망하다. 온갖 물질문명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생사여탈을 휘두르는 직업도, 병마의 잔임함도 운명의 척도가 됐다. 대형종합병원 대합실에 하루만 앉아 있어 보라. 세상의 온갖 괴로움에 치를 떠는 군상들을 수도 없이 마주친다. 저 어린 것이 무슨 운명이길래 저런 고통 속에 지내며, 백발에 머리까지 전부 흰눈을 이고 있는 이의 일그러진 표정과 병과 싸우느라 촌로의 깊이 펜 주름살을 보면 멀지 않은 장래 나의 모습 같아서, 고개를 돌린다. 앞을 스쳐가는 영구 운반카는 섬짓하다. 가슴 속 깊숙이에 찬바람이 분다.

 나의 직업은 지역언론인이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해 종사하는 일이 직업이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먹고 살려면 직업을 가져야 한다. 취재를 하다보면 나라고 왜 유혹의 난간에 서지 않았겠나. 언론인이라지만 제대로 자격을 가진 것도 아니고 세월이 흐르다 보니 경험에 의해 제법 세상의 경력도 쌓였다. 때도 묻었다. 방송,일간지 등과 달리 지역신문이라는 한계 때문에 활동의 자유성은 보장돼 있으나 보도의 전파성이나 영향력은 지역성을 벗어나지 못해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지역에서나 이름을 조금 알 정도이지 제대로 언론인 다운 대우도 받지 못하는 직업이기에 궁색하기는 별로 변치 않는다. 취재 대상 인물들도 대부분 지역사람들이라 그 과정에 심적갈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다반사다. 언론인으로서의 가장 귀중한 덕목은 '언론 본래 사명'을 위해 정의와 진실을 구현하는 공정보도를 해야하는데 사명감을 스스로 깨트리라는 요구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오로지 그 가치관을 지키며 살아가고자 애쓴다. 하지만 "너는 얼마나 깨끗하게 산다고 남을 비판하는 것이냐"는 등 인격모독과 명예훼손의 사례를 접하면 피가 거꾸로 치솟는 것 같다. 심지어 "영감탱이 이제 삐딱한 소리도 고만해라""무슨 개소리를 언론사라고 하는 곳에서 실어주나. 해도 적당히 좀 하셔라. 이렇게 대놓고 빨아대는 짓은 좀 역겹지 않나? 언론사라고 간판 달고 쪽 팔리지도 않나?",'제목 꼬라지 하고는 박기자님!" 등을 볼때면 늙고 병든 기자에게 비수를 꽂는다.

 8년전 위암으로 고생 고생을 하며 겨우 완치판정을 받았는데 억세게 재수 없는 인간이라 이번엔 입인두암이 생겼다. 항암주사와 방사선 레이저빔치료를 받았다. 엎친대 겹친격이고 설상가상이니 정말 재수 없는 인생이다. 통증을 견디며 입원치료를 받으니 주위서 위로 전화가 온다. 그중에 가장 나를 걱정하고 진심이 담겨 마음에 와 닿으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서운함이 느껴지는 말이 있다. 
"모든 거 다 내려놓고 오로지 건강만 챙겨라!"
오로지 순수한 마음으로 나의 건강을 염려해 전해주는 위로인 줄 너무도 잘 안다. 진심으로 나의 건강을 걱정하는 위로의 말이면서도 한편으론 년령, 건강을 고려해 언론인이기를 포기하라는 뜻으로 들리기도 해 때론 서운하다. 언론인의 사명을 다하는 일과 내 생명의 고귀함을 지키는 일의 중요도는 말하나 마나다. 그래서 건강만 챙기라는 위로다. 내가 기사문도 제대로 쓰지 못하면서 기자노릇을 한다는 말인가? 온갖 비난을 받아오며 직업이라고 살아온 언론인이란 허장성세가 부질없다. 그런데 이러한 비난을 받을 땐 너무나 황당하고 그 상대의 진의도 왜곡되게 들려온다. 그때마다 언론인의 사명감을 반추해 본다. 지역신문 탄생과 현재 이르는 34년. 나는 초창기를 건너뛴 28년째다. 풀뿌리 언론인 지역신문이 본격적 태동의 계기는 1987년. 민주화투쟁 이후 부활한 지방자치 발전에 이바지해온 지역신문 역사를 함께 하면서 나는 나의 생을 마감할 것이다. 친구의 말대로 '돈 안되는 직업'을 가진 어리석은 사람이 바로 나다. “지방자치가 순기능을 하고 지방소멸이 아닌 지역성장을 통해 국가가 지탱돼야 건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지역신문의 존재 이유다. 주어진 임무를 잘 수행하려는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 교수가 언젠가 언론인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한 적 있다.“언론인은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사명감을 망각하는 순간 더 이상 언론인이 아니다” 라며 언론인으로서의 마음가짐을 당부했던 그 말이 다시금 떠 오른다. 언론이 바로서야 지방행정이나 의회가 바로 선다고 나는 믿고 있는 사람이다. 

역사는 영원한 것이다. 허나 돈과 권력은 한 줌 흙에 불과 한 것은 새삼 강조가 필요없다. 그러나 그들의 위세나 위력은 대단하다. 아무리 짖어대도 묵묵부답 제 갈길로만 간다. 무슨 명분이던 세상은 자기가 보고 싶은대로 보겠다면 할 말이 없다. 공무원이 잘못된 행정처리로 의혹을 사고도 "단순실수"라고 강변하며 징계건, 수사건 내가 감당하면 될 것 아니냐는 대답에는 어의가 없다. 문제는 이런 일들이 알게 모르게 물밑에서 교묘한 방법으로 횟수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궁극적으로는 시민을 위한 목적이 이뤄져야 겠지만 그 방법도 민주적이어야 당위성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공정과 상식을 지키기 위해 땀 흘려 일하는 기자들은 오늘도 세상의 정의를 바로 잡기 위해 뛰고 있는데, 권력과 돈 앞에선 말만 뻔지르르하게 떠들고 뒤에서 저지르는 온갖 이권개입과 비윤리적인 행동으로 일관하며 언론을 팔아 먹는 사람들이 많아 사회문제다. 광활한 인류의 바다에서 개별인간의 고유함이 퇴색하는 것은 우리에게 큰교훈으로 던져준다. 뉴스타파,김만배...거론되는 액수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이유다. 정말 스스로가 참다운 언론인으로 남고 싶다면 누구보다 강인한 사명감만이 자신을 지탱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오로지 언론인으로서 비록 제대로 된 대우는 받지 못할 지라도 죽음을 맞는 순간까지 열심히 일하다 가는 것을 소망으로 여기고 사는 사람이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열심히 기사문을 쓰다가 떠나고 싶은 것이다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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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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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민 2023-11-20 09:09:05

    사명을 다 되돌아보니
    주위에 아무것도 남지 않더라 는
    말이 있더라
    친구가 떠나더니
    가족도 떠나고
    나중에 건강잃고 병들어
    나도 떠나더라
    이러면 인생 헛 살은거다
    그저 단순하게
    닥치는대로 일해 능력만큼 돈벌어
    부모에게 효도하고 처자식 먹여살리고
    나이들어 삼시세끼 걱정 없으면
    성공한 인생이다
    뭐 별거 있간디
    어느 직종이나 직책에있어 힘들지 않은 일 없다
    힘든것이 당연한것이고 버티고 이겨내는것이
    나를 지키고 가족을 지키는것이다
    남 탓 하기전에 나를 먼저 되돌아보고
    나는 떳떳한데 남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
    이런 일도 세상사더라   삭제

    • 응원합니다 2023-11-18 12:56:04

      건강챙기시고 늘 응원합니다.   삭제

      • 임 천 2023-11-18 06:57:06

        먼저
        거제시 문화상을 수상하신 데
        그 영광을 함께 합니다.
        건강은 의지력과 의학의 힘에
        맡기시고 사명감이 식지 않았다면
        거제시민을 대변해
        주셔야 되지 겠습니까.   삭제

        • 최재경 2023-11-18 04:42:36

          힘내세요.
          다들 지켜보고 있습니다.화이팅!!!   삭제

          • 화이팅! 2023-11-17 18:59:42

            박춘광 화이팅! 힘내소서! 오래 오래 사소서!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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