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고향은 어머니 품속같고 떠나온 옛 고향집을 생각하면 부모님의 애틋한 사랑에 눈시울을 적신다. 고향을 생각하면 어딘가 모르게 따뜻하고 정겨우며 어릴적 뛰놀던 앞 뜰과 시냇물,푸른 앞 바다는 동심을 키우고 젊음을 불사르는 원천이 된다. 

이 글은 문 전대통령과 동년배로 살지만 전직 국가원수에 대한 글이라 매우 조심스럽고 신경쓰이는 글이다. 혹여 필요이상의 확대해석이나 오해는 없었으면 좋겠다. 특히 지난 총선에 영향을 미친다고 트집잡는 이들이 있을까 해서 이제사 노출하며, 순수한 내 개인적인 느낌을 표현한 것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옛날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이나 고향 마을의 뒷동산이나 시냇물 흐르던 마을 앞 시냇가를 지날 때면 나이가 들어갈 수록 새록새록 다시금 추억에 젖어드는 곳이 고향이고, 옛집이다. 피난살이라는 것이 너무너무 어려웠고 괄시, 배고픔, 눈물겨운 사연들도 많이 있었을 것이라 당시의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은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 그것조차도 아련한 추억이 되어 아름다운 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모님이 이북에서 피난와 거제면 명진리에서 태어나 피난살이를 하면서 부산으로 이사하기전까지 살았던 곳이다. 그렇다면 코흘리게 시절 부모님과 이곳 마을에 대한 기억은 세상 그 어느 곳에 비할데 없는 깊은 감정이 묻어있을 터이다.

일설에 의하면 문 대통령은 이곳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고 이북에서 테어나 부모님과 함께 이곳으로 피난와서 살았던 것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어찌했건 부모님과 함께 이곳 명진리에서 어린시설을 보낸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런 연고가 있고 스스로 거제에서 태어났음을 주장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거제에 오면 옛집을 한번 쯤 둘러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러나 그가 대통령에 출마했을 때는 물론 대통령 재임기간 중에도 안태봉인 거제명진 옛집을 한번도 찾은 일이 없었다. 

부모님이 피난살이를 하고 자기의 동심을 키우던 명진리 생가는 지금 어떤가. 마치 폐가를 방불케 할 정도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당시 변광용 전 시장이 시비를 투입해서라도 생가를 복원하겠다고 하자 청와대측에서 극구 만류해서 생가복원사업은 이뤄지지 않았고, 찾는 이들을 위해 주차시설 정도만 넓혔다.

이런 반면에 같은 거제출신인 김영삼 대통령은 거제를 방문할 때면 으례히 외포 생가를 찾았고,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는 부모님 묘소를 들려가며 고향에 대한 진한 애향심을 보여 주었다.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어려운 피난 시절을 보낸 옛 아련한 추억이 있다면 크게 개축을 하지는 않더라도 생가다운 모습으로 단장하는 정도가 있어야 할 터이나 대통령 선거 후 김정숙 여사가 내려와서 거제면민들과 옛정을 나눈일 외에는 달리 기억이 없다. 

대통령 재임 중에도 조선소에 방문을 했지만 명진리를 찾았던 사실은 없었고 그 가족들도 이곳을 왕래했단 소문은 전해지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전 김정숙어사와 함께 같은 당 소속의 변광용시장의 국회의원 출마를 격려하기 위해 거제를 방문해 계룡산 등산을 한 것이 언론에 보도됐다. 물론 거제를 찾는 목적과 일정 등을 고려한다면 꼭 고향마을에 한번 들려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문 대통령의 고향 사랑에는 어딘가 석연찮은 점이 있다. 그러니 혹자들은 문 대통령이 거제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설을 주장하는 것이 아닐까?

문 대통령 스스로 거제는 두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자기 고향이라고 말하면서도 재임 기간에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을 울산현대중공업에 매각하는사실을 막을 수는 없었을까? 물론 대통령 재임시절 정부의 의중이 아니라 외국의 반대로 매각은 불발됐지만 거제경제에 미칠 파장이나 고향사람들이 입게될 경제적 영향을 한번쯤 고려해 보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왜 고향사람들에게 충분히 설득하거나 이해를 구하는 일을 무시했을까 

고향을 고려하기 보다는 대한민국의 건전한 발전과 나라의 대형사업인 조선업의 성장 발전을 위해 불가피 했다면 적어도 고향 시민들에게 공청회나 설명회 등 시민들이 이해하고 납득갈 수 있는 자리는 만들지 못하고 전격적으로 매각을 발표하자 노조를 비롯한 시민들은 불만과 반대에 부디쳤던 것이다. 그때에도 번광용 시장 조차 중앙정부에서 하는 일이라고 반대의사를 펼 수 없다고 해 여러명의 노동자들만 전과자로 만들었다. 칼자루를 자기가 지었다고 해서 후일의 판단이나 역사적 비난은 생각 조차 못한 것일까? 이런 사실은 이번 총선에서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또 문대통령은 재임중 "퇴임하면 고향에서 없는 사람처럼 조용히 살 것"이라고 했다. 양산이 고향인가? 사람이 사는 것은 어디에나 가능하겠지만 '고향으로 돌아가 조용히 살겠다' 란 말은 하지 말았어야 하며, 조용히 지내는 것이 자기 당의 사람들이라고 격려 후원을 하러 다니는 모습은 전직 국가원수로서 바람직한 발걸음이 아니었다.  어쩌면 고향은 정치 이념보다 앞서는 개념일수도 있다. 그가 국민 전체의 대통령이었음을 잊어버렸는가?  변광용시장이 잘 따라 주었기 때문에 특별히 애정이 넘쳐서 찾아와 격려 후원을 할 수는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만큼이나 생가도 한번 쯤 둘러보고 옛고향 사람들을 한번쯤 만나고 가는 일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이제는 자유로운 사인의 신분이 아닌가. 언제라도 고향은 시기 불문코 찾아올 수 있다. 지척에 있으니 맘 먹기 달렸다. 가족들과 함께 생가도 한번 둘러보고 옛고향 사람들과 대화도 하는 전직 대통령. 그래야만 모름지기 고향이 거제인 전직 대통령이리라. 자신의 탯줄을 끊어주았다는 할머니가 요양병원에 입원하고 계신다고 했는데 한번 찾아보는 인간미가 정치인 문재인 보다 훨씬 아름답게 보일 것만 같아 기분이 매우 씁쓸하다. 

"잊혀진 삶을 살겠다더니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거제가 대통령 둘을 배출했는데. 오늘 우리 변광용 후보가 좋은 기운 듬뿍 받아 당선되길 바랬지만 거제시민들에게 영향을 주지 못했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과 거제를 방문한 적이 있었고 지난 해와 올 해 고향사랑기부금 최고액인 500만 원을 전달한바 있다. 한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이 매주 수요일마다 산행을 한다. 그래서 늘 하던 곳 말고 거제에 와서 트레킹 한번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오게 된 것"이라며 "2시간 정도 산행하고 모노레일 타고 내려와서 선대위 가족들과 식사하고 일정을 마무리했다"고 한다.
 

문 전 대통령은 "거제가 대통령을 두 명 배출했는데, 그 거제 기운의 뿌리다. 변광용 후보가 좋은 기운을 듬뿍 받으시길 (바란다)"라고 했다. 이어 “결국 대통령은 국민 전체의 통합을 가장 중요시 여겨야 될 위치고 특히 퇴임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로 그런 입장에 서야 하는데 특정인, 특정 당을 위해 개별 선거운동을 한다는 건 대단히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서진석 개혁신당 선거대책위 부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그간 역대 대통령들이 간간이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적은 있지만, 이렇게 활발하게 현안에 목소리를 내고 현직 정치인처럼 자주 대중에 모습을 드러낸 적은 흔치 않다. 스스로 잊히고 싶다고 말해놓고선 왜 또다시 정치에 끼어들려고 하는가”라며 “차라리 잊히는 것이 두려웠다고 솔직하게 고백하시라”고 꼬집기도 했다.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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