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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아침 산책(351)손삼석]'가을 길'손삼석) 아호:현산(賢山) / 거제 연초면 출신 / 2019년 《한반도문학》 詩신인상으로 등단 / (前)거제시청 과장 /청마기념사업회장 / 눌산문예창작교실 수료

월요일 아침 산책 (351)

 

가을 길

 

 

 

 

 

 賢山 손삼석

산그늘 조용히 내려와
길게 드리운 길

비스듬히 기울어지는
그림자를 뒤로 하고
누렇게 몸을 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뒤돌아 볼 여유 없이
앞만 보고 걸어온
끝 모를 길

긴 능선 저 멀리
붉은 가을을 토하는 낙조가
생각을 멈추게 하는 해거름

아직도 마음 속 나는
그대로인데
어느새 변해버린
거울 속 모습을 보며
이제는 천천히 쉬어가며
가려합니다

눌산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감상) 산그늘이 조용히 내려앉은 어느 늦은 오후. 한 사나이가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외롭게 느껴집니다. 사나이의 고민은 ‘아직도 마음 속 나는 / 그대로인데 / 어느새 변해버린 거울 속 모습’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 때문입니다.

윤동주(1917~1945) 시인의 <자화상(自畵像)>의 분위기가 스멀스멀 느껴집니다. ‘산모퉁이를 돌아 논 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현산 시인의 <가을 길>과 윤동주의 <자화상>에 나오는 계절은 모두 가을입니다. 그리고 두 시의 인물은 모두 혼자입니다. <자화상>의 화자는 혼자서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에 있는 우물을 찾아가고, 손삼석의 <가을 길>은 ‘붉은 가을을 토하는 낙조가 /생각을 멈추게 하는 해거름’에 혼자 길을 걷고 있습니다.
두 시의 화자는 어떤 심정일까요?

두 시가 갖는 공통점은 ‘끊임없이 자신을 들여다보는 성찰’입니다. 윤동주 시인의 사나이는 ‘방황하고 고뇌하던 그 시절의 청춘’에 대한 회한이고, 손삼석 시인의 사나이는 ‘뒤돌아 볼 여유 없이 / 앞만 보고 걸어온’ 자신에 대한 회한입니다. 시를 읽는 우리는 이런 회한이 없을까요?

현산은 스스로 삶에 결론을 내립니다. ‘이제는 천천히 쉬어가며 /가려합니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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