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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오피니언 기고·칼럼 [金曜巨濟時調選]
「금요거제시조選-221」강민진 '꿀벌'▲강민진/1964년 통영욕지출생/2019년현대시조등단/거제제일고등학교교장/능곡시조교실수강/거제시조문학회회원/제1회금요시조문학상

「금요거제시조選 - 221」

         꿀벌

 

 

 

 

 

       강 민 진

   춘풍에 살랄 살랑
   꽃가지 흔들리니

   달콤한 꽃내음은
   허공에 흩날리고

   자꾸만
   어그러지는
   입 맞춤만 애닯구나.

◎전도(顚倒)
‘밥을 팔아 죽을 사 먹는다.’는 표현이 있다. 죽을 팔아 밥을 사 먹어야 하련만 밥을 팔아 죽을 사 먹는다니 이게 바로 전도다. 전도(顚倒)는 차례, 위치, 이치, 가치관 따위가 뒤바뀌어 원래와 달리 거꾸로 됨을 말한다. 살기 위해 먹는 것인지, 먹기 위해 사는 것인지 아리송한 이들이 의외로 많다.

 독일의 심리학자 E.플라트너(Ernet Platner, 1744~1818)의 책에 이런 우화가 나온다. 어떤 여행자가 바닷가에서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배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어부를 보았다. 여행자가 물었다.
 “왜 고기를 안 잡고 졸고 있으시오?” 
 어부가 자랑스러운 듯이 대답했다.
 “고기는 아침에 벌써 다 잡았소. 오늘, 내일, 모레 3일 동안 잡을 분량을 한번에 잡아들였다오.”
 여행자는 납득할 수가 없었다. 물고기가 그렇게 많다면 왜 더 잡으려고 하지 않는가. 그는 어부를 위해 사업 시나리오를 구상해 주었다. 우선 모터가 달린 배를 사면 물고기를 더 많이 잡을 수 있다. 그것을 팔면 그 돈으로 물고기를 더 많이 실을 수 있는 범선을 한두 척 구입 할 수 있다. 그러면 물고기를 더욱 많이 잡게 될 것이고, 더 많은 돈을 벌면 물고기 가공공장을 차려 국제무역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행자는 자신의 아이디어에 열광했다. 그때 어부가 물었다.
 “그 모든것을 이루고 나면 뭘 하지요?”
 여행자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한가로이 햇볕을 쬐면서 바다나 바라보며 즐기면 되지 않겠소?”
 그러자 어부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나는 벌써 그렇게 하고 있지 않소!”
 일을 꾸미는 데만 열중하다 보니, 왜 그 일을 꾸미고 있는지를 잊어버렸다. 여행자의 사업 구상을 듣노라면 살기 위해서 돈을 버는 것인지, 돈을 벌기 위해 사는 것인지 헷갈린다. 이렇게 맹목적으로 돈을 벌겠다며 무리하다가 병을 얻고는 번 돈을 고스란히 병 고치는 데 쏟아붓는 허망한 인생이 되고 만다. 개발을 한다며 산과 강을 오염시킨 뒤 웰빙 운운하면서 유기농산물과 식수를 비싼 돈 주고 사먹는 것도 마찬가지의 어리석음이다. 여행자가 어부였다면, 아마 그 바닷가에는 벌써 수산공장이 들어서고 기계 소리가 파도 소리보다 더 요란하게 울리고 있을 것이다. 희수(喜壽)을 넘긴 나이이고 보니 지난날을 뒤돌아보면 나 또한 위의 여행자와 다를 바 없음을 깨닫는다.

   행간을 서성이는
   오자(誤字)같은 나날들을

   타래실 사이사이
   누벼가는 일손의 바늘

   바늘귀 헛 보이는 눈
   수심 갈래 눈물 갈래.


   행마법에 없는 수순
   곤마의 연속이다

   돌아올 수 없는 강
   서둘러 건너놓고

   승산이 없는 승부수
   던질 곳도 마땅찮다.
 - 拙詩, ‘오늘2’, 전문

사연이 있어 새벽같이 일터로 갔더니 뒷산에서 ‘호오오 익’ 하는 팔색조 울음소리가 들렸다. 마치 어리석은 나를 비웃는 것 같아 도리질을 했다.(이후 다음 주에 계속)

《감상》

능곡이성보시인계간현대시조발행인

시조 작품 〈꿀벌〉은 꿀을 얻기 위한 꿀벌의 쉬임없는 날개짓을 두고 단수로 읊은 강민진 시인의 작품이다. 감상에 앞서 시인의 ‘시작 노트’를 옮겨 본다.

   “바람에 꽃가지가 계속해서 흔들려도 꿀벌은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는 날갯짓에 꽃 속으로 안착하여 꿀을 따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이러한 안쓰러운 과정 속에서 꿀벌의 멋진 근성을 발견하고 배우며 또한 식물의 번식까지 도와주는 고맙고 유익한 친구임을 다시 한번 느껴보면서 이 글을 적어 보았습니다.”

 우리는 작은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그냥 지나치는 경향이 있다. 큰 것만 동경하다 보니 작은 것은 무시하는 것이다. 조선 초기에 사가독서(賜暇讀書)라는 제도가 있었다. 독서를 위해 약간의 휴가를 주는 것으로, 원래 의도는 관리들이 관직에 등용되고 나서 일을 핑계로 책을 멀리하는 경향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당초의 의도가 차츰 발전하면서, 자기개발과 동시에 집안을 돌보고 자식 교육도 챙기라는 의미의, 이를테면 ‘어명이요. 재충전하시오!’가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작은 여유는 관리들에게 새로운 정책에 대한 아이디어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 준 것이 되었다.
 
시인은 작은 것을 놓치지 않는 눈을 가진 것 같다. 그래서 바람에 꽃가지가 쉼 없이 흔들리자 꿀벌도 끊임없이 하는 날갯짓을 놓치지 않고 보았다. / 춘풍에 살랄 살랑 꽃가지 흔들리니 / 바람 따라 달콤한 꽃내음도 허공에 흩날린다. 하지만 꽃 속으로 파고드는 꿀벌에겐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끊임없는 시도로 꽃 속으로 파고들기에 이른다. / 자꾸만 어그러지는 입 맞춤만 애닯구나 / 하였지만 실상은 그 끈질김을 찬하는 것이리라. 작은 것을 놓치지 않는 시인의 눈, 그 범상함이 오늘을 있게 하였지 싶다. 때 이른 더위에 시원한 꿀차 한잔 마시고 싶다. 
- 능곡시조교실 제공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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