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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아침 산책(356)윤석희] '스쿠터와 만월'윤석희)《수필과 비평》에서 隨筆, 신곡문학상수상,《문장21》에서 詩로 등단 ·제22회 거제평화문학상(大賞) 수상 ·수필집 《바람이어라》《찌륵소》 펴냄 ·계룡수필문학회원 눌산문예교

월요일 아침산책 (356)

스쿠터와 만월 

 

 

 

 

 

한솜 윤석희

은퇴한 스쿠터 일곱 대가
삼영 오토바이상회 앞 인도에서
나란히 나란히 기차 놀이한다

보도블록 틈새로 기어이 빠져나온
여린 떡잎 하나
흙 한 줌 없이도
열차 타고 넝쿨 달린다

칸칸이 푸른 손 뻗으며
척박한 삶이라도 기적 울리며
꽃 등불 화안히 길을 밝힌다

갈볕에 목마른 남은 잎새
탯줄 말라가고
종착역은 저 너먼데 철길은 끊겨
시멘트 시린 바닥에 갈무리하는
한 생의 끝자락

스쿠터에 달랑 하나 남은 만월
매운 비바람 행인의 발길에 채여
손가락 아린 형제들 떠나보내고
덩그러니 차올라 홀로 깊다

땅심 애달파도 땡볕 받아 삼키며
면면히 이어온 목숨줄
너울대는 자유로만 여겼더니
안으로 안으로 응축한 생의 결구였네

나이테 한 줄 보태지 못해도
한아름 여문 DNA로 모아 두었다며
만삭의 배 품어 안고
골진 웃음 영락없는 하회탈이다

눌산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감상) 시를 읽으면 무엇인지 꼬집어 말할 수 없는 비애를 느낀다. ‘은퇴한 스쿠터’의 비애가 마치 시를 읽고 있는 자신의 현재 모습, 혹은 먼 미래의 모습으로 투영되기 때문이다.

참 잘 나간 때도 있었다. 바람을 가로지르며 쌩쌩 달려가는 스쿠터를 보면서 모두는 부러워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삼영 오토바이상회 앞 인도에서’ 줄줄이 기차놀이하듯 나란히 줄지어 서 있다. 버려진 채 서 있는 스쿠터 위로 보도블록 틈새를 빠져나온 넝쿨에 감긴 채.
그러나 ‘척박한 삶이라도 기적 울리며 /꽃 등불 화안히 길을 밝히고’ 싶은 꿈만은 버리지 못한다. 이렇게 모든 것은 끝나고 마는가? ‘갈볕(가을볕)에 목마른 남은 잎새’ 우리 삶이 다 그런 것 아닌가? 허망한 인생에 대한 의미가 안타깝다.

시는 언제나 독자에게 희망을 던져준다. 이제는 ‘한 생의 끝자락’이라 할지라도 스쿠터 위에 동그마니 올라앉은 만월이 ‘면면히 이어온 목숨줄’로 환치된다. 모두가 떠나버린 자리에 만월이 지켜주고 있다. 우울한 현실에서 그래도 하회탈 닮은 웃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저 달빛 때문은 아닐까?

달빛 속에서 보는 하회탈은 어떤 모습일까? ‘안으로 안으로 응축한 생의 결구’였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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