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산책 (362)

산책

 海瑟  강미정

사그락거리는 숲속 걸음에
생각을 밟았습니다
무정한 세월의 서운함과
무심한 바람의 스침에
걸어온 발자국 힘겨웠다고
긴 한숨 숲속에 남깁니다

나뭇잎 사이사이 조각 햇살
고개 들어 마주하는 시간
곧게 뻗은 나무들과 스치는 인연
그 인연 따라 걷고 또 걷습니다
사그락거리는 숲속 걸음에
생각을 챙겼습니다

강미정) 아호 해슬(海瑟). 영남대학교 음악대학졸. 종합문예잡지《문장21》 詩신인상 수상. 사)한국오카리나팬플룻총연합 거제지부장. 사)한국우쿨렐레교육협회 거제지부장. 거제시 여성협의회 조이음악봉사단 회장. 거제도예술모임 부회장. 거제문화원 문화학교 강사.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수료

거제문화원장눌산 윤일광 시인

감상) 곧게 뻗은 나무들 사이로 간간이 햇살이 비치는 낮입니다. 화자는 느긋한 기분으로 한가로이 거닐면서 생각을 밟고 있습니다. 그것은 ‘무정한 세월의 서운함’이 독자의 가슴에까지 전해 옵니다. 삶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화자는 은근하게 내비칩니다. 그러나 그것이 피할 수 없는 인연이라는 자위로 삶을 위로합니다.

시의 분위기가 차분하게 갈아앉습니다. 침울한 느낌마져 듭니다. 화자의 깊은 생각이 발자국 하나하나에 찍히는 듯 다가옵니다. 이렇게 깊은 사색을 하며 산책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화자에게는 행복입니다. 이런 시간마저 가질 수 없는 바쁜 일상의 현대인에게 이런 여유로움이 부러울 지경입니다.

조금도 조급하지 않고, 조금도 흥분되지 않고, 조금도 분산되지 않는 시입니다. 조용하고 침착한 화자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시를 읽어보십시오. 독자도 함께 산책을 나서는 길동무가 될 것입니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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