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거제시조選-232」

      여름휴가

    윤 미 정

   구조라 뜨건 햇살
   모래 위에 진을 치고

   윤돌섬 언저리에
   흘러가는 하얀 구름 

   효성이 
   지극한 형제들
   이야기꽃 피운다.

   잠시도 쉬지 않는
   이름값 하는 볕살

   파도는 숨 고르고
   윤슬은 고혹한데

   누워서 
   바라본 하늘에
   내 마음을 담는다.

▲윤미정  
     -경상남도 자원봉사자 체험수기 일반부 최우수상(2009년)
     -2020년 현대시조 등단
     -능곡시조교실 수강
     -거제시조문학회 사무국장
     -제2회 금요시조문학상 수상  

《감상》
 

능곡이성보시조시인 계간현대시조발행인

시조 작품 <여름휴가>는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구조라해수욕장에서의 정경을 2수 연작으로 읊은 윤미정 시인의 작품이다.

 예년엔 나무 그늘에 놓인 평상에 앉아서 매미 소리를 듣는 것으로도 피서가 되었는데 이제는 턱도 없다. 사방 천지가 후끈거리는데 나무 그늘인들 별수 있으랴. 그래서 찾는 게 바다다.

 구조라 해수욕장은 거제에서 손꼽히는 해수욕장이다. 지난날엔 바다 축제도 열리고 여름 시인 학교로도 이름을 날린 곳이다.
 / 구조라 뜨건 햇살 모래 위에 진을 치고 / 있다. 건너 보이는 / 윤돌섬 언저리에 / 하얀 뭉게구름이 흘러가는 모습이 윤돌섬 전설속 효성이 지극한 삼형제들이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처럼 보였나보다.

한여름 햇살, 잠시도 쉬지 않고 내리쬐는 볕살이려니 그 위용이 어떠한지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 볕살에 / 파도도 숨을 고르고 / 반짝이는 잔물결인 윤슬은 고혹스럽다. 아름다움이나 매력같은것에 홀려서 정신을 못 차릴 만한 것을 두고 고혹스럽다고 하지 않던가. 구조라 앞바다의 윤슬에 넋을 놓은 시인이다. 바다에 누워서 바라본 하늘, 하얀 구름이 흘러가는 하늘이다. 그 하늘에다 마음을 담은 시인, 이에서 또 무엇을 바라리오.

여름휴가, 나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지가 30년이 넘었다. 지인이 “언제나 마음만은 푸른 맘으로 현실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삶이 가장 행복한 것 아닌가요” 하면서 아랫글을 카톡으로 보내왔다.
 “60대는 늦가을 단풍이고
  70대는 초겨울 낙엽의 계절
  80대는 한겨울 백설의 계절
  90대는 잠자는 계절이다.”

여름휴가를 즐기는 이들이 부러워서 옮겨 보았다.

◎잘되면 내 탓•2

자신을 바보로 내세운 사람이 있었다. 김수환 추기경과 성철 스님이었다. 김수환 추기경은 ‘내가 바보다’라며 카톨릭이란 종교를 초월하여 많은 사랑을 베풀었고, 성철스님은 자신이야말로 ‘가장 못난이’라며 항상 절하고 자신을 낮추었다.
난세를 살아가는 방법에는 자신을 송두리째 드러내고 사는 방법도 있고, 자신을 철저히 감추고 사는 방법도 있다. 난세에는 자신을 감추고 사는 것도 아름다운 삶의 방식이 아닌가 싶다

제 잘난 멋에 산다고들 하지만 내놓고 보면 무엇 하나 잘났다고 내세울 것이 있었던가.
자신을 바보로 내세운 사람은 남 탓을 하지 않는다.
예전 미국 마이애미 롱비치 법정에서 있었던 실화 한 토막을 소개한다.

남편 없이 홀로 두 아들을 키워가면서 정성을 다해 교회를 섬기며 살아가는 중년의 미국 여성분이 있었다.

어느 날 아들 형제가 절벽이 낀 산속에서 죽창을 던지며 전쟁 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때 그 지역의 유명한 인사가 말을 타고 그곳을 산책하다가 하필 아들 형제가 던진 죽창이 말의 눈에 명중하였다. 놀란 말이 펄쩍펄쩍 뛰는 바람에 말과 저명인사가 그만 낭떠러지에 떨어져 죽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말에서 떨어져 죽은 인사도 큰 문제인데 그 말의 가격도 자그마치 1000만 불이 넘는 세계에서 몇 마리밖에 없는 엄청나게 비싼 명마였다.

두 아들은 재판을 받게 되었다. 판사가 형제에게 누구의 죽창이 말의 눈을 찔렀느냐고 물었다. 형제는 서로 자기가 던진 죽창이 말의 눈을 찔렀다고 주장했다. 서로 자기가 범인이라고 자청하였다.

형제의 마음씨가 아름답고 우애가 남다르기에 판사는 형제의 어머니를 재판장에 불러 세우고
 “부인, 한 아들만 사형에 처하면 되는데 형제가 서로 자기 죽창이 말의 눈을 찔렀다고 주장하니 부인이 한 아들을 정하도록 하십시오.”

한참 침묵을 지키더니 기도가 끝난 부인이 하는 말이
“작은아들을 사형에 처해 주십시오”
판사가 “왜 작은 아들입니까?”
“판사님 큰아들은 전처의 소생이고, 작은아들은 제가 낳은 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아니, 부인 자기 몸으로 낳은 아들이 더 귀하고 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판사님, 옳은 말씀입니다. 제 몸으로 낳은 아들이 더 귀하지요. 그러나 저는 그리스도인이고 하나님의 자녀로서 교회에서 배우고 익힌 나의 삶은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사는 삶입니다. 그런데 제가 큰아들을 죽게 한다면 하나님께 영광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장내가 숙연해지고 재판정이 쥐 죽은 듯 고요 속에 묻혀있을 때였다. 부인의 말에 감동받은 판사가 근엄한 음성으로 “부인 지금까지 30년 넘게 재판해 오면서 오늘과 같이 인간애로 감동받기는 처음입니다.”두 아들도 또 어머니도 미국 사회를 아름답게 선도할 모범적 가족이라고 판단한 판사는 힘주어 판결문을 낭독했다.
 “내가 판사의 권한으로 두 아들을 무죄로 석방한다.”

두 아들의 아름답고 기특한 정신 또 숭고한 신앙생활을 바탕으로 전처의 아들과 친자식을 함께 키우며 두 아들이 서로가 범인이라고 주장하게끔 한 엄마의 인성교육, 인간성을 바로 세우도록 가정에서 교육한 어머니의 숭고한 모습이 오늘의 미국이라는 나라를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生佛이었던 素山 洪俊五 선생, 열두 번째 시집이자 마지막 시집이 된 <구슬내 물안개>에 실린 ‘山房 日記’ 9수 중 2, 3수를 옮겨 본다.

 [2]
      창은 구름 비끼고
      구름은 창을 비껴
      푸른 산 마루턱에
      하늘 베고 누운 산옹(山翁)
      인생은
      한 줄기 바람
      구름 속을 노니는….

 [3]
      해 지자 물소리가
      방문턱에 넘나든다

      어둠은 먹을 풀어
      묵화 한 점
      내다 걸고

      노을빛
      쓸고 간 자리
      별이 하나 
      나 하나.

(이후 다음 주에 계속)

 -능곡시조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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