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 (363)

마지막 항해

 김복언

붉은 노을은 초교 화강암 돌담을 스쳐 오두막집 흙담벽에 와 닿는다

수산고 졸업한 친구 선장이 잠시 라스팔마스에 가서 돈 많이 벌어 3년 후에 돌아오겠다는 편지 한 장 남기고 떠났지만 다시 오지 않았다 주인 잃고 쓸쓸히 홀로 남은 노모의 앉은뱅이 의자는 유리벽에 갇혀 있다

작은 방 벽에 술 취해 크게 쓴 언약의
마지막 편지
돌아오겠다는 약속은
육신은 져버렸지만
친구 선장은 저 하늘에서 참다랑어 고기를 잡느라고 오늘도 바쁜가 보다

항상 취기에 마이크 잡고 낙엽지던 그 숲속에 노랫소리가 노을 속으로 울린다

김복언) 거제면출생 / 국립목포해양대 졸업 / 경상대대학원 / 삼성중공업 32년 근무 / 거제대학 교수 퇴임 / 2017년 《문예비전》겨울호 시 신인상 등단 / 2020년 《문학세계》수필신인상 / 2019 대한민국 평생교육 특별대상 / 눌산 문예창작교실 수료

눌산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감상) 김복언 시인의 시 <마지막 항해>는 한 편의 이야기다. 수산고를 졸업한 친구 선장과 있었던 일을 시적 언어로 풀어내었다. 선장 친구는 라스팔마스에 가서 돈 많이 벌어 3년 후에 오겠다는 편지 한 장 남기고 떠났는데 영원히 돌아오지 못했다. 시를 읽어가는 동안 친구에 대한 그리움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이 시의 구성은, 친구에 대한 그리움이 시의 전경화라면, ‘초교 화강암 돌담을 스쳐 오두막집 흙담벽에 와 닿은’ 붉은 노을과 ‘주인 잃고 쓸쓸히 홀로 남은 노모의 앉은뱅이 의자’라는 시각적 심상과 술이 취하면 부르던 친구 선장의 유행가 가락이 청각적 심상으로 어울려져 시의 후경화를 만들고 주고 있다는 점이다.

시란 시인이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멋대로 늘리고 줄이면서 독자와 줄다리기한다. 때로는 친절하게 설명하다가 때로는 빈칸을 만들어 호흡하고, 때론 전혀 연관 없던 세계를 만나게 한다. 이런 시의 속성을 김복언 시인은 시 <마지막 항해>를 통해 잘 묘사하고 있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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