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산책 (366)

옴마의 시계 

 西亭 정현복

아들이 옴마에게 묻었다
옴마! 약국집에 간깨나
지둥에도 시계가 걸리 있고
책상 우에도 노이 있고
식구들  홀박 다
손목에 차고  댕기던데
우리 집엔  와 시계가 하나도 없노?

그 소리 들은 옴마
야이, 비러 물 놈아!
돈 디리 갖고 만다 살끼고
옴마는 시계 엄서도
모독짜는 거 하나도 엄다
망구년에 시계가 무신 필요 있노

아들이 다시 물었다
옴마! 시계가 엄서모
지금 몇 신줄 우찌 아노?

야이,  천치 새끼야!
에비당 첫 종치면 새복 네 시고
광제호 배 떠나모 아적 여덜 시다
밥 묵을 때는 배꼽이 시계다

시계 없어도 옴마는
첫닭  울면 일어나 두부를 만들고
먼동 트면 장에 팔러 가셨다
옴마의 시계는
틀린 적이 없었다.

정현복) 아호:서정(西亭) 거제면 출생, 종합문예지 ≪문장21≫에서 수필과 시로 등단. 월요문학상 수상. 거제문인협회 부회장 및 거제수필문학회 회장 지냄. 전)부산지방경찰청 특수강력수사대 반장, 세길수산 전무

거제문화원장눌산 윤일광 시인

감상) 유교에는 『효경(孝經)』이 있다면 불교에서는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이 있다. 효경은 아버지 중심이라면, 부모은중경은 어머니 중심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유교의 『효경』이 효도를 강조한 데에 비하여 부모은중경은 부모의 은혜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낳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 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요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 없어라

양주동 선생님이 작사하신 ‘어머니 마음’은 부모은중경의 요약본이라고해도 과언아 아니다. 어렵게 그 경을 다 읽지 않아도 이 노래의 가사를 1절에서 3절까지 읽으면 대충 이해할 수 있다.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어머니라는 존재는 언제 불러도 가슴 미어지는 이름이기에 시인이라면 누구나 어머니라는 소재로 한 번쯤은 시를 써 보았을 정도이다.

西亭 정현복의 詩 <옴마의 시계 >는 사투리를 적절하게 섞어 어머니에 대한 친근감을 더해 준다. 엄마는 시계가 없어도 ‘에비당 첫 종치면 새복 네 시고 /광제호 배 떠나모 아적 여덜 시다 /밥 묵을 때는 배꼽이 시계다’ 옛날 우리 엄마들의 계산법은 그래도 틀리지 않았다.
 어렵게 살다간 우리들의 어머니가 새삼 그리워지는 시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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