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 (367)

해금강 호텔 

일산 곽상철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서
잊힌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이름자도 영광의 세월을 
부둥켜안고 떨어져 나뒹굴고
위세 등등했던 호텔의 수위실도 
'출입 금지'라는 삐딱하게 붙은 
획들로 기운 폐허를 본다

무시로 해금강의 사계를 새겼던 
창은 풍광을 박살 내며 
깨어진 조각으로 널브러져

진시황 불로초 꾼의 천년 세월이 무상하듯 명승은 그대로 건만 
잠시 너를 바라보던 창틀은 
세월 쌓인 뒤숭숭한 흉물로 남아

나는 너에게 
너는 내게서 잊히리니 
어찌 잠시의 부귀영화를
영원하다 하리오.

곽상철 : 종합문예잡지≪문장21≫에서 隨筆 및 詩로 등단 /《월간문학》 민조시 당선 /한국문협회원, 거제문협 이사 /(전)둔덕중학교 교장 /고운 최치원문학상 수상 /제4회 월요문학상 수상 /<오륙도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시집《살아있는 것은 다 아름다워라》 등 4권 출간.

거제문화원장눌산 윤일광 시인

감상) 곽 시인은 2012년에 등단한 이후 이번에 다섯 번째 시집 《남풍 불어 참 좋았더라》가 곧 출간하게 된다. 어쭙잖은 산술로도 거의 2년에 한 번꼴로 시집이 나왔으니 그 끓어오르는 시마(詩魔)의 저력에 놀랄 뿐이다. 시인이라면 누구나 해야 할 일이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되는 일이 아니다. 얼마나 부지런해야 이렇게 할 수 있을까?
그는 시, 수필, 민조시, 시조를 두루 섭렵한 전천후시인이다. <고운 최치원문학상>과 <월요문학상>을 수상했고, <오륙도신문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되었다.

고전주의 이래로 ‘예술은 과연 타고난 것인가 아니면 만들어지는 것인가’에 대한 원초적 논쟁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곽 시인을 보면 타고난 문학적 재능이 대단하다고 느낀다. 타고나지 않고서는 이런 ‘이룸’은 힘들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 곽 시인만큼 노력하는 시인도 드물다. 우리가 그를 주저하지 않고 ‘시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시집 해설 중에서>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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