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거제시조選-237」

       꽃의 말

심 옥 배

   바라본 산이 좋아
   노자산 찾았는데

   새소리 물소리가
   시끄럽게 들리더만

   꽃의 말
   귀 기울이니
   산이 활짝
   웃
   더
   라.

▲심옥배 
     -(사)한자녀더갖기운동연합본부 거제지부 지부장
     -<한국수필>등단
      -2012<한국수필> 신인상
     -2021년 현대시조 등단
     -한국수필문학회 회원
     -경남수필문학회 감사
     -거제수필문학회 회원
     -거제문협 사무국장, 경남문협 이사
     -국제펜 경남펜문학 회원
     -거제시조문학회 회원
     -능곡시조교실 수강
     -시조집 「별 그리며 머무는 달」

《감상》
 

능곡이성보시조시인 계간현대시조발행인

시조 작품 <꽃의 말>은 산을 좋아하는 심옥배시인이 거제 명산의 하나인 노자산을 찾아 혼자 몰래 핀 꽃에 귀 기울인 감흥을 단수로 읊은 작품이다.

 노자산은 거제시 동부면 구천리, 부춘리, 학동을 끼고 있으며 해발 565m다. 가을 단풍이 절경으로 이름나 있으며 남쪽으로 가라산과 연결되어 있다. 이 산에는 여러 종류의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신비의 산으로 불로초의 절경지에 살기 때문에 늙지 아니하고 오래 사는 신선이 된다고 하여 노자산이란 이름이 생겼다고 하며 또, 거제의 산중에서 제일 어른이라 하여 노자산이라고 한단다.

 논어 전편 옹야(雍也)에 ‘知者樂水 仁者樂山’이 나온다.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樂山樂水는 여기에서 비롯했다. 
 ‘樂’ 자는 세 가지 音이 있다.
 첫째 : 풍류 ‘악’이라고 읽고
 둘째 : 즐길 ‘락’이라고 읽고
 셋째 : 좋아할 ‘요’라고 읽는다.
 요산요수는 고요한 산과 맑은 물을 좋아하는 마음을 가리키는 성어로 산수경치를 아름답게 느끼는 인간의 감정을 표현해 주고 있다.
 이 성어는 논어에 처음 등장하였으며 그 유래는 仁者와 智者의 특성과 관련되어 있다. 즉, 어진 자는 의리에 밝고 산과 같이 중후(重厚)하여 변하지 않으므로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자는 사리에 통달하여 물과 같이 막힘이 없으므로 물을 좋아한다. 이러한 의미로 요산요수는 인간의 덕목과 산수경치의 아름다움을 함께 담고 있는 성어로 볼 수 있다.
 산은 태풍이나 눈보라가 몰아쳐도 항상 묵묵히 그 자리에 있다. 세월이 흘러가도 흔들림 없이 그대로다. 그래서 산과 같이 의리를 굳게 지킬 줄 아는 사람을 어진 사람이라 여겼다.
 물은 또 어떤가. 물은 어디든 흘러가고 막힘이 없다. 잠시 머물러 있거나 갇혀 있어도 결국은 바다로 간다. 지혜로운 사람은 물과 같다고 말한다. 세상의 이치에 통달했기 때문에 물을 좋아한다.
 
 시인은 등산을 즐긴다. / 바라본 산이 좋아 노자산 찾았는데 / 그날따라 / 새소리 물소리가 시끄럽게 들리더만 / 하고 여운을 남긴다. 사는게 고달프면 청아하게 들리던 새소리 물소리가 시끄럽게 들리기도 하리라. 그래서 몰래 핀 꽃에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그랬더니 산이 활짝 웃더란다. 樂山의 깊은 뜻을 시인은 깨닫고 있었지 싶다. ‘웃더라’를 한 행씩 썼음도 재치가 엿보인다.
 노자산의 단풍 절경을 감상하고 싶어진다. 그것도 케이블카를 타고 말이다. 인근에 있으니 그런 호사를 누릴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활짝 웃는 노자산의 위용도 보았으면 싶다.

◎신념 (信念)

좀처럼 끝날 것 같지 않던 폭염도 300mm가 넘는 폭우에는 마침내 항서를 쓰고 말았다. 계절의 순환은 약간의 이변이 있기는 하나 무난히 이루어지고 있다. 기다리면 되련만 이번 더위는 그 정도가 심했기에 견디기 정말 힘들었다. 그러나 계절의 순환은 사람들에겐 신념과도 같은 것이다.

자기 작품에 대한 신념을 지닌 작가가 있었다.
역사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Gone with the wind’〉의 작가 마가렛 미첼(margaret mitchell)은 1900년 11월 8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태어났다.
신문기자를 꿈꾸던 그녀는 드디어 <애틀랜타 저널>에 입사 했다. 뛰어난 인터뷰 기사로 실력을 인정받게 되었으며, 직장동료였던 존 마쉬와 결혼했다. 하지만 그녀는 사고로 다리를 다쳐 젊은 나이에 신문기자직을 그만두어야 했다. 큰 꿈을 안고 입문한 기자직이었는데 26세의 꽃다운 나이에 다리 부상으로 직장까지 잃게 되어 절망했다.
“다리를 다쳐서 기자 생활은 못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야.” 그녀는 마음을 다잡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녀는 어린시절부터 아버지와 오빠가 해주는 남북전쟁에 관한 일화를 들으며 남부의 역사에 관심을 가졌다. 이를 바탕으로 10년 간의 집필 끝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소설 한 편을 탈고 했다. 이 소설은 남부의 관점에서 남북전쟁과 재건시대를 다루었다. 
그녀는 원고를 가지고 3년 동안 이곳저곳의 출판사를 찾아다녔다. 그러나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가 쓴 것도 아닌 풋내기가 쓴 소설을 누구도 거들떠 보지도 않고 읽어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출판사를 찾아다녔고 나중에는 원고가 다 헤어져서 너덜너덜 해질 정도가 되었다.

그녀의 원고를 책으로 내준 곳은 33번째 찾아간 출판사였다. 1936년 맥밀란 출판사에 의해 6월 30일 출간되었다.
맥밀란 출판사에서의 출간 사연은 이러했다.
어느날 그녀는 뤠이션 사장을 만나려고 했다. 하지만 약속을 잡아주지 않자 사장이 출장가는 시간에 맞춰서 기차역에 나갔다.
“사장님, 여행을 하시면서 이 원고를 제발 한 번만 읽어 주세요.” 사장은 마가렛이 하도 간절하게 부탁을 해서 원고를 받아 가방에 넣었지만 일정이 바빠 원고를 읽지 못했다. 출장을 마치고 집에 왔는데 전보가 와있었다.

“원고를 한 번만 읽어 주세요. 미첼로부터.”
몇 달 후에 전보가 또 왔다. “원고를 한 번만 읽어 주세요. 미첼로부터.”
 세 번째 전보가 왔을 때 사장은 기차역에서 간곡하게 애원하던 얼굴이 생각나서 너덜너덜한 원고를 읽기 시작했다. 사장은 소설을 읽다가 푹 빠졌다. 마가렛이 10년 동안 쓴 소설을 한꺼번에 다 읽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그때까지 미국 출판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소설로 알려져 있다. 출판 직후 6개월 동안 100만부가 팔렸고 하루에 5만 부가 팔리기도 했다. 이때가 1936년인데 당시에는 굉장한 사건이었다. 1939년까지 미국에서만 200만 부를 기록했으며 미첼이 죽기 전까지 40개 국에서 총 800만 부가 팔렸다. 출간된 다음 해인 1937년에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이 소설의 영화제작권은 5만 달러에 팔렸고 1939년 비비안리, 클라크 게이블 주연의 영화는 1940년 아카데미상을 수상했고, 20년 이상 총수입에서 최고 기록을 지녔다. 미국판 ‘토지’로 런닝타임이 3시간 42분의 대작 영화였다.

그녀는 벼락스타가 되면서 부담이 커지자 이후 작품을 쓰지 않았으며 조용히 지냈다.
 1949년 8월 11일 저녁, 남편 존 마쉬와 영화 ‘켄터베리이야기’를 보러 가다가 애틀란타 13번가의 피치트리 거리를 건너다가 과속으로 달리던 자동차에 치여 5일 후 48세로 세상을 떠났다.

대체로 사람들은 몇 차례의 거절에도 큰 상처를 받고 좌절하기 마련인데. 그녀는 어떻게 32번의 거절을 이겨 냈을까. 강한 인내심, 불굴의 의지, 남다른 오기로는 33번의 도전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거기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이 소설은 반드시 세상의 평가를 받을거라는 자기 작품에 대한 의심 없는 믿음이었다.

  샛 별 지자 종다리 떴다 호미 메고 사립나니 
  긴 수풀 찬 이슬에 베잠방이 다 젖는다
  아이야 시절이 좋을손 옷이 젖다 관계하랴.

작가의 신념이 돋보이는 이 시조는 조선 영조 36년에 영주군수를 지낸 이재(李在, 연대미상, 한성부윤(漢城府尹)역임)의 작품으로 전해 온다.

농경시대에 봄이 오면 농사를 준비했다. 샛별이 지고 종달새가 지저귀면 호미 메고 사립문을 나선다. 긴 수풀에 맺혀있는 이슬에 가랑이가 짧은 홑바지가 다 젖는다. 아, 시절이 좋다면 옷이 젖는 것이 뭐가 불편할까.
농사에 전념하면서 풍년이 들기를 바라는 백성의 염원은 간절하다. 천하가 태평하여 자신의 생업에 전념할 수 있는 세상이면 이에서 더 무엇을 바라리.
                                    (이후 다음 주에 계속)

                                   - 능곡시조교실 제공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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