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368)

님이 오시면

김점규

눈이 흐릿하니 오랜 세월이 지난 것이 분명합니다
헤어짐은 아직도 슬프기 그지없습니다
눈물은 강물 되고
녹아내린 뼈는 성벽이 되었습니다
발바닥 밑에 숨겨진 남모르는 그리움
바람에 님 소식 들어있나 헤집어 봅니다
달에 님의 얼굴 들어있나 고개 들어 봅니다
이제 추슬러 훌훌 태우고 오시기를 소원합니다

님이 오시면
산이 비켜 앉은 길에 꽃들이 만세 부르고
개울물이 강 어깨를 넘나들 것입니다
파도가 축가를 부르고 섬들이 춤을 추고
만국기 휘날리고 하늘에서 금 비 쏟아질 때
나는 북을 들쳐 매고 마라도에서 유원진까지
둥둥둥 소리치며 뛰어갈 것입니다.

눌산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감상) 소설 <상록수>로 유명한 심훈 선생의 시 ‘그날이 오면’은 광복된 조국의 그날을 노래한 대표적인 저항시로 주목받고 있다.

조국의 광복이 오면 삼각산이 기뻐서 춤을 추고, 한강물이 용솟음쳐 일어날 것이며, 그날이 오면 종로의 종을 머리로 들이받아 두개골이 산산조각이라도 기꺼이 죽을 것이며, 그날이 오면 내 몸의 가죽을 벗겨서 큰북이 되어 독립을 위한 행렬의 앞장에 서겠다는 조국의 광복에 대한 기대감을 강조하고 있다. 광복의 그날이 왔을 때 터져 나올 민족적 환희와 화자의 시적 열망을 과장법과 반복법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는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시 <님이 오시면>을 읽으면 마치 심훈 선생의 <그날이 오면>을 읽는 듯, 과장법과 반복법으로 임에 대한 그리움을 강렬하게 표현하고 있다. 대개의 시에는 그리움을 은근과 은유로 독자의 감정을 충동질하지만, 이 시는 화자의 직접적 언어로 속내를 모두 내보이고 있다.
임은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슬프기 그지없는 그리움의 대상이다. 아직도 임이 오실 것이라는 기대는 소원에 불과할지라도, 아직도 그 마음에는 잊지 못하는 심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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