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지역경기에 '소비위축 큰 악재로 등장'
최근 거제·통영산 생굴에서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된 가운데 정부가 이를 소비자들에게 알리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립수산과학원은 거제·통영 해역의 굴에 대해 유전자 분석 결과 노로바이러스 유전체 검출을 지난 15일 확인했다.

하지만 거제·통영수협에 해당 굴 생산 중단과 용도 표시 후 가열 후 유통하라고 통보한 뒤 보도자료를 통해 소비자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

앞서 해수부가 지난해 통영·거제산 굴에서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됐을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즉각 생산 중단 조치를 알렸던 것에 반하는 결과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당시는 인명사고가 발생해 심각한 상황임을 인지했었고 이번에 발생한 노로바이러스 검출은 미약한 수치였고 전문가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논의 중이었다”며 “식품위생사고 발생 위험을 알리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보도자료를 바로 배포해 소비자들에게 현 상황을 알리지 못한 것은 인정한다”며 “식중독이나 식품위생사고를 일으킨다는 명확한 근거가 없어 신중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해수부는 20일 보도참고 자료를 통해 출하되기 전 일부해역의 굴에서 바이러스 입자가 극미량 검출됐고 검출사실을 양식어민들에게 즉시 통보 후 가열·조리용으로 용도가 표시돼 위판되도록 조치했고 지자체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용도 표시 지도하는 등 오염원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노로바이러스' 숨긴 해수부·수산과학원…'거짓말'도 한통속
뉴스핌 원문  기사전송 2018-03-22 10:29
7번 염색체의 결실로 인한 희귀 질병인 ‘윌리엄스증후군(William's Syndrome)’이 있다. 윌리엄스증후군에 걸린 사람은 매우 사교적으로 집안 금고까지 열어 보일 정도다. 그 만큼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없고 신뢰성이 짙은 경향을 띈다.

반대로 반사회적 인격 장애로 지칭되는 소시오패스(sociopath)의 특징은 옳지 않은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도 거짓말과 기만행위 등을 일삼는다.

심리학자인 마사 스타우트 저서의 ‘당신 옆의 소시오패스’를 보면, 결국 인간의 삶에 있어 양심의 본질이 중요하다는 점을 꼽고 있다. 도덕적 딜레마에 관한 얘기다.

예컨대 아이가 우물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구해야한다는 심리가 강한 것은 애정과 사랑을 기초로 한 ‘양심’에 있다. 양심이 없는 ‘악심적인 유전자’는 거짓, 은폐, 포장, 작당 등 불순한 능력을 발휘한다.

우린 세월호 사태 이후 죄의식이나 수치심 없는 새빨간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는 정부의 민낯을 봐왔다. 잘못된 행동임을 알고도 목적만 정당하다면 수단·방법 따윈 문제가 되겠냐는 ‘영혼 없는 공무원’들의 군림시대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월호 유골 은폐 사건은 더 큰 충격을 줬다. 김영석 전 해수부 장관과 윤학배 전 차관은 ‘윗선의 지시’를 강조하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문재인 정부 탄생 이후 바통을 이어받은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새해 메시지로 관행안주·관망보신·관권남용 3관 척결을 선결과제로 내세웠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거짓말로 일관하는 해수부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 기치로 환골탈태 해수부를 뽐내는 듯했으나 ‘노로바이러스(norovirus)’ 검출 은폐가 또 다시 발목을 잡은 셈이다. 일각에서는 ‘노로바이러스’ 검출 은폐가 결국 비도덕적 지도자를 따랐던 세력의 불순함과 닮은꼴로 지적하고 있다.

통영·거제 굴을 먹고 식중독에 걸렸다는 제보를 접수받은 기자가 담당과인 해수부 어촌정책과장와 국립수산과학원 식품위생가공과장에게 확인을 요청한 때는 지난 20일.당시 해당 실무자인 최모 과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굴 양식장을 매달 모니터링하고 있다. 노로바이러스 검출 얘기는 듣지 못했고 검출됐다는 보고도 없었다”고 말했다.

통영바다 현장에서 노로바이러스 여부를 조사하는 국립수산과학원 손모 과장도 “매달 2회씩 검사하고 있지만 굴에서 노로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잡아뗐다.

하지만 모두 거짓말로 드러났다. 알고 보니 통영·거제 굴에서 식중독을 일으키는 노로바이러스가 이미 검출되고도 닷새간 숨겨온 것이다.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린 채 조용히 통영·거제 생굴의 제품수거에 나섰지만, 이미 시중에 상당 물량이 유통된 후였다.

더욱이 취재에 들어가자, 이구동성 ‘검출되지 않았다’는 거짓말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풍조가 만연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해수부는 뒤늦게 소비위축과 굴 생산자의 피해도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 국민 안전과 관련해서는 ‘극미량’일뿐, 노로바이러스가 생명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국민의 건강은 뒷전이라는 얘기다.
‘국민의 안전과 안심을 지켜드리는 일은 국가의 기본적인 의무’라며 국민건강 확보에 강한 드라이브를 주문했던 이낙연 총리의 발언은 공염불이 됐다.

조직 내 엄격한 ‘필벌’ 잣대를 적용하겠다던 김영춘 장관의 새해 다짐도 ‘불신풍조’로 변질 우려가 커졌다. 6·13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 출마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출마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던 통에 조직기강이 흐트러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책임과 용기를 동반한 의무는 뒷전으로 둔 채 해수부가 ‘속이는 기술’만 능수능란해지고 있다는 질타를 받기 충분하다. 세월호 조사 방해와 은폐로 지탄을 받은 해수부의 거짓말은 애석하게도 여전히 반복중이다.

'생굴 노로바이러스' 검출, 쉬쉬한 까닭
이데일리 원문  기사전송 2018-03-21 16:20

- 매뉴얼·기준치·안전의식 '3無'
- 김영춘 "수산물 안전, 철저하게"
- 국민신뢰 얻으려면 초심 지켜야

지난 20일 기자가 찾은 한 대형마트에서 ‘익혀서 먹는 굴’을 판매하고 있었다. 해양수산부는 “가열·조리용으로 용도가 표시돼 위판되도록 조치했다. 85℃ 이상으로 가열해 섭취하면 안전하다”며 생굴 섭취를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통영·거제산 굴에서 식중독을 일으키는 노로바이러스 유전체가 지난 15일 발견됐다. 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과학원은 ‘생식용 굴 생산을 중단하고 가열·조리용으로만 유통하라’고 통영·거제 수협에 통보했다. 하지만 지난 20일 이데일리가 이 사실을 보도한 뒤에야 해수부는 검출·조치 결과를 공개했다. 해수부가 닷새간 쉬쉬하는 동안 소비자들은 음식점, 마트에서 검출 소식도 모른 채 생굴을 섭취했다.

이렇게 쉬쉬한 배경엔 세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째, 매뉴얼이 없었다. 현행 매뉴얼에는 수산과학원이 굴 유전자를 분석해 노로바이러스가 소량이라도 검출되면 가열·조리용으로만 유통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해수부 고위관계자는 “매뉴얼에 검출·조치 결과를 소비자들에게 공표하도록 하는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셈이다.

둘째, 기준치가 없었다. 굴에서 노로바이러스가 어느 정도 이상이 검출돼야 건강에 유해한 지 기준치가 설정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바이러스의 특성 때문이라고 하나, 명확한 안전 기준도 없이 식품안전 업무를 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앞서 해수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수산물의 모호한 기준치 문제를 개선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셋째, 철저한 안전 의식이 없었다. 국민식탁 안전과 관련한 문제이기 때문에 극미량이 발견됐더라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맞다. 하지만 해수부는 망설였다. 해수부 관계자는 “오픈하는 게 굉장히 조심스러운 문제였다”고 말했다. 수산업·어민 피해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안전 의식이 철저했다면, 비공개 방침을 고수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영춘 장관은 올해 신년사에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해양영토 수호, 수산물 안전 그리고 해양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낼 수 있도록 철저한 자세로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을 때까지 만전을 기하겠다”고 약속했다. 해수부가 앞으로 국민의 신뢰를 더 받으려면 신발끈을 다시 동여매고 초심을 생각할 때다.<아래는 해수부 발표자료>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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