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37)

춘곤(春困)

           竹亭  민병재

완연한 봄에 아지랑이
창을 활짝 열었더니
나비가 날아든다
나비는 팔랑거리고
고양이는 나비 따라 폴짝거리고
꽃병이 깨어져도
봄은 짐짓 태연하기만하다

평상 끝이 아득히 가물거리고
나는 나비가 된다
바람에 새소리 물결 넘어
가고 또 오고

민병재) 《월간 순수문학》 등단 / 한국문인협회 회원 / 눌산문예창작교실 / 고현 대한항맥외과 원장

(감상) 장주(莊周:莊子)가 꿈에 나비가 되었다. 그러나 꿈에서 깨어 보니 자기는 틀림없이 장

주였다. 장주가 나비 된 꿈을 꾼 것인지, 아니면 나비가 장주가 된 꿈을 꾼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 또는 자아(自我)와 외물(外物)은 본디 하나라는 이치를 설명하는 호접지몽(胡蝶之夢)의 고사가 이 시의 신화적 원형이 된다.
시를 읽고 있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작은 미소가 지어지면서 ‘평화’를 느낀다. 편안하고 즐거운 이미지가 주는 카다르시스의 여운이 오래 남는다. 특히 <꽃병이 깨어져도 / 봄은 짐짓 태연하기만하다>는 표현은 시인의 능력을 실감케 하는  절창이다 (눌산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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