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 (40)

혼밥

                    윤석희

윤석희

편의점 유리창에 비치는 세 사람
서로 등을 맞대고 있다
등지고 앉아
혼자씩 밥을 먹고 있다

모자 깊게 눌러 쓴 젊은이 
컵라면에
절망 말아먹고 있다.
나무젓가락에 감겨드는 분노
백수
질겅질겅 씹고 있다

탁자에 지팡이 세워두고
등 굽은 할아버지
플라스틱 사발에
눈물 비벼먹고 있다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외로움
독거노인
꺼이꺼이 삼키고 있다

부수수한 파머머리 여인  
김밥 한 줄
목막혀 목막혀서
목이 메인다
나무젓가락으로 집어 올리는 설움
노처녀
혓바닥으로 누르고 있다

어이 할거나
어이 할거나
식구들 등지고 홀로
혼밥 먹고 있다.

윤석희
《수필과 비평》 등단 / 수필집 「바람이어라」 「찌륵소」 펴냄 / 눌산문예창작교실 수강

눌산 윤일광 교수

감상)
지금 편의점에 앉아 혼자 밥을 먹고 있는 세 사람이다. 첫 번째는 젊은이, 두 번째는 할아버지, 세 번째는 여인이다. 이들에게 주어진 이름은 각각 백수, 독거노인, 노처녀다. 주어진 이름만으로 벌써 지친 삶의 고독과 고뇌가 묻어나고 있다.
그 모양도 젊은이는 모자를 깊게 눌러 쓰고 있고, 할아버지는 지팡이를 탁자에 세워두고 있고, 여인은 부수수한 파마머리를 하고 있다. 젊은이는 컵라면을, 할아버지는 비빔밥을, 여인은 김밥을 먹고 있다. 편의점 유리창에 비치는 세 사람의 등장인물에 대해 시인이 본 것은 ‘백수 = 절망 = 분노’를 ‘독거노인 = 눈물 = 외로움’을 ‘노처녀 = 목메임 = 설움’이다. 그리고 이 절망적인 삶에 대하여 백수는 ‘씹고’ 있고, 독거노인은 ‘삼키고’ 있고, 노처녀는 ‘누르고’ 있다.
시가 그림이고 그 그림에 이야기가 있어 다시 시가 되는 구도다. 그래서 시는 만들어지는 것이며 치밀한 설계와 과학적 공법이 필요한 것이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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