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 (43)
갯메꽃

서정 정  현  복

하나님은
파도 소리를
무척 좋아하시는가 보다

하늘에서
파도 소리 듣고 싶어
바닷가에 갯메꽃이란
나팔을 달아 두었나 보다

갯메꽃은
제 본분이 뭔지
분명히 아는가 보다

척박한 모래밭에
깊게 뿌리 내리고
거센 비바람
휩쓸고 가는 밤에도
움츠려 들지 않고

파도 소리
귀 담아 두었다가
날이 새면 하늘 항해
나팔을 불어야 한다는 것을

눌산 윤일광 교수

(감상)
시는 상상력의 산물이다. 상상력이 배제된 시는 시가 아니라 일상 생활문일 뿐이다. 그 상상력이 얼마만큼 새롭고 참신한가 하는 것은 시인의 역량에서 비롯된다.
시 ‘갯메꽃’을 두고 시인은 하나님이 파도소리를 좋아한다는 엉뚱한 상상을 한다. 이런 엉뚱한 상상이 이 시를 이끌어나가는 중요한 시적 장치가 된다. 하나님이 파도소리가 듣고 싶어 갯메꽃에게 나팔을 달아두었고, 갯메꽃은 파도소리를 귀담아 두었다가 날이 새면 하나님 들으라고 하늘을 향해 나팔을 분다는 이란 일련의 구성이 매우 잘 짜여 있어 독자가 읽는 데도 무리 없이 받아들여진다.
시어가 어렵지 않다는 점, 상상력이 기발하다는 점, 기승전결의 구조를 짜임새 있게 갖추었다는 점을 칭찬하고 싶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제공)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저작권자 © 거제타임라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