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 (44)
강아지풀

도원 김  영  미

하솜털같은 강아지풀은
봄볕따라 피어났습니다
가냘픈 몸으로 긴 목을 내밀고
숲 무리들 속에 피어났습니다
비의 무리, 인사하듯 찾아들자
솜털마다 눈물방울 알알이 맺혔습니다
그렁그렁한 눈망울
강아지 꼬리 잔털마다 매달았습니다.
바람결에 휘적대며 끊어질 듯하지만
결코 꺾어지지는 않습니다
강렬한 태양의 끈끈한 눈짓을
허리 꼿꼿이 펴고 올곧게 바라보려 합니다
아, 낯선 태양의 엉큼한 눈빛, 짖궃은 눈빛만은
차마 바라볼 수 없습니다
하염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강아지풀의 눈길.
시선이 땅에 머무릅니다. 외로 꼰 고개가
파르르 설렙니다.
비에 젖은 강아지풀 솜털은 윤슬 꽃입니다
 

눌산 윤일광 교수

(감상)
‘강아지풀’은 우리 거제에서도 밭이나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해살이풀이다. 우리는 강아지풀이라 하지만 일본사람들은 ‘고양이풀’이라 한다. 문화의 차이다. 필자의 집 마당에도 올해는 강아지풀이 무성하다.

시인은 강아지풀이라는 소재를 통해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노자사상을 이야기 하고 싶어 한다. ‘바람결에 휘적대며 끊어질 듯하지만 / 결코 꺾어지지는 않습니다’라는 표현은 바로 시인이 하고 싶은 말일 것이다. 그런데 ‘엉큼한 눈빛의 태양’에 ‘하염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 강아지풀의 눈길’이라는 표현은 시인이 무엇인가를 숨겨둔 또 다른 의미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그건 시인만이 알고 있는 비밀일 것이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건 독자의 몫이다. 시는 그래서 재미있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제공)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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