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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만 산문]⑦길 떠남에서 얻은 자유''재부거제향인(일운면출신)/해운대구중동행정복지센터근무/시인/수필가./소설가

                ⑦길 떠남에서 얻은 자유 

                                             김       경        만 
 

삶에서, 여행은 설렘과 새로움 그리고 충만함을 꿈꾸게 한다. 떠나기 전 준비하면서 느끼는 설렘은 오월의 아침처럼 싱그럽기만 하고 여행지에서 대하는 새로움은 환희로 갈무리 지어지고 돌아와 앉으면 무언지 모를 충만함으로 삶의 활력이 됨을 경험한다. 또한, 여행은 일상에서 상실한 힘과 사랑을 우리에게 돌려주기에 변화시키는 힘이 있는 듯하다. 정녕 갈 곳이 없다면 빛이 쏟아지는 통로처럼 늘 변화하는 마음의 길을 따라 걸어봄도 우릴 변화시킨다. 일찍이 오페라 작곡의 대가인 바그너는 여행과 변화를 사랑하는 사람은 생명이 있는 사람이라며 정처 없는 여행을 통해 변화를 꾀하라고 권하였다.

봄날의 푸른 생명력을 예찬하기 위해 길 떠남을 계획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부산 친구 몇이 경기도에 있는 사찰인 군포 법해사에 들러 기로 하였다. 동이 트기 시작한 듯하였지만, 빗소리만 투둑 들릴 뿐 새벽이 밝아 오진 않았다. 날이 궂으니 다음으로 미루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여러 날 계획한 것이라 결행하기로 하였다. 길을 나서니 어느새 비는 그치고 그야말로 싱그러움이 한창이었다. 꽃을 떨어낸 이파리들이 참으로 매혹적이다. 내 안에 숨은 욕망과 절제에서 벗어나 자연과 하나가 되고 자유롭게 마음을 표출하고 배우고 느끼는 시간이 된다. 무릇 길 떠남은 또 다른 나를 찾을 기회라고 하지 않았던가. 한 번에 포용할 수 없는 산을 바라보며 자연의 큰 힘을 느꼈다. 달리는 내내 고속도로를 지나는 소나기성 폭우를 만났지만 목적지를 향한 일행의 마음에 즐거움만 보태었다. 내비게이션의 오류로 말미암아 오후 두 시에 이르러서야 도심 속 포교원인 법해사에 도착했다. 부처님 오신 날 행사로 분주한 그곳은 고교동창인 영경스님이 주지로 있는 암자이다.

인근에 사는 벗이 대웅전 앞에서 기다렸다, 화들짝 반긴다. 늦은 점심 공양을 맛있게 먹고서야 주지 스님을 만나 합장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접견실에 둘러앉아 오랜 시간 사랑을 나누었다. 스님은
“더없이 좋은 날, 기쁨의 날, 생명의 날에 인류의 큰 스승이신 부처님 오신 참 뜻을 새기며 이웃과 함께 맑은 향기, 연꽃 같은 지혜와 자비로 연등을 밝혀 행복한 세상의 등불이 되는 벗님들 되세요. 우리 불가(佛家)에서는 모든 사람은 다 불성(佛性)을 지닌 존재이므로 누구나 다 부처라고 합니다. 다만, 그것을 모르고 중생놀음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죠. 모두 깨우침 얻어 부처가 되세요. 벗님들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라며 합장으로 축원하여 주었다. 인근에 산다는 또 다른 친구가 반가이 찾아든다. 30여 년 만에 만나는 친구다. 옛 벗을 오랜만에 만날 때는 늘 두려움이 앞선다. 예전의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미안함과 그 친구의 얼굴에 드리우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이젠 극복할 때도 되었는데 쉽지가 않다…….


벗들과 함께한 시간은 훈훈함으로 채워졌다. 지금의 법해사가 있기까지 친구스님의 노고와 공덕이 느껴져 대하는 순간 뿌듯한 마음이 되었다. 어떤 분야이건 정상궤도에 이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이 틀림없을 터이니. 어둠을 밝히는 연등 아래서 대광명의 날을 함께 기뻐하면서 존경하는 마음과 함께 더욱 정진하여 큰 스님이 되길 소망하였다.

멀리서 찾아든 옛 동창을 반기는 이들과 헤어짐이 아쉬워 인근의 음식점으로 옮겨 정담을 더 나누었다. 스님도 자리를 비우기엔 어려움이 있을 터인데도 멀리서 달려온 속세 벗들을 어쩌지 못해 따라나서 함께 하였다. 하하 호호 회포를 더 풀고서야 모두와 헤어져 비 내리는 고속도로에 차를 올렸다. 돌아올 길은 멀다. 일기예보대로 국지성 소나기가 퍼부어 평소보다 두어 시간 더 지체한 후 새벽녘에 무사히 안착했다. 잠자리에 들면서 오늘 여행에 대해 생각한다. 여행은 사는 법을 배우게 하는 듯하다. 낯선 곳에 가면 일상생활에서 닫히고 무뎌진 마음이 열리고, 빈손의 자유로움도 느끼게 된다. 한 걸음 물러나 내 삶을 밖에서 담담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해 준다. 몇 날을 계획하고 떠난 이번 여행이기에 모든 시간이 충만하게 채워졌다. 여행에는 정답이 없다. 본인의 몫만큼만 만나고, 느끼고 남는 것이리라. 여행은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고 만들어 가는 것이다. 여행은 즐겁고 아름답고 행복해야 하는데 이 모두는 나에게 또는 여행지의 모든 것을 얼마나 배려하느냐에 달렸다. 이 모두는 여행자의 몫이다. 여행도 인생과 같지 않은가. 쉽게 사는 것보다는 적당한 고통과 어려움이 있어야 보람되기에 여행 또한 그러함이 있어야 한다. 집에서 떠난 몸 그대로 무사히 돌아오되 가슴과 머리에는 많은 추억을 담아 오는 것이 가장 잘하는 여행이다. 하여, 이번 여행은 짧았지만 여러 면에서 행복하고 충족된 길 떠남이었다. 어딘가로 떠난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즐거운 일이다. 사랑하는 벗이 머무르고 있고 진정으로 맞아주는 곳이니 더할 나위 있겠는가. 나비의 꿈을 꾸기 위해 눈을 감는다.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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