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비판여론 일자 도에 중징계 요청 및 급여 중단 결정
과실범 아닌 명백한 '고의범'에 관용 있을 수 있나
텔레그램 '박사방' 성 착취 사건의 모집책 공범 의혹을 받는 거제시 공무원은 다른 아동 성 착취물을 만든 혐의로 구속돼 직위해제 됐다. 그럼에도 그에게 공무원 보수 규정에 따라 급여 일부가 지급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공무원보수규정 및 지침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주빈의 행동과 그들과 연결됐던 사람들의 많은 숫자가 속속 드러나고 그들의 비행 전모가 들춰지면서 국민들의 격앙된 감정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런데 이 한가운데인 회원모집책에 거제시 공무원이 도사리고 있었다는 사실은 거제시민들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주고 있다.

거제YWCA성폭력상담소 등에서 이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 목소리를 높히고 있으나 최근들어 문란해진 젊은이들의 삐뚜러진 도덕관과 타락한 성개념에 깊은 우려를 표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황금만능이 불러온 비극적인 현실이 눈 앞에 드러나자 윤리도덕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주장되고 있다. 특히 공무원들의 일탈행위는 시민들로부터 더 깊은 실망과 분노를 안겨준다.

 거제시 공무원 A(29) 씨는 지난 2월부터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 1월 아동성착취물을 만든 혐의로 구속됐다. 미성년자 등 여성의 사진·영상 등 음란물을 제작하고 배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 1월 23일 A씨를 성범죄 혐의로 수사 중이고 비위정도가 중하다고 판단 직위해제 했다.

현행 지방공무원법 제65조의 3에는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나쁜 사람', '파면·해임·강등·정직에 해당하는 징계의결이 요구되고 있는 사람',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사람', '금품비위, 성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위행위로 인해 감사원 및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조사나 수사 중인 자로서 비위 정도가 중대하고 이로 인해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기대하기 현저히 어려운 자'에게 직위해제를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지방공무원 보수 규정' 제28조에 따라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나쁨'을 이유로 직위해제 된 공무원에게는 첫 3개월 동안 봉급의 80%, 나머지 사유는 봉급의 50%를 지급하게 돼 있다.

직위해제일로부터 3개월이 지나도 직위를 부여받지 못하면, 3개월 이후에는 봉급의 30%를 지급한다. 교원, 국가직 공무원도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직위해제 사유에 따른 봉급 지급 비율은 같다. 이런 규정 때문에 A씨는 직위해제 상태에서 지난 두 달간 봉급의 50%를 지급받았다.
이 때문에 직위해제 시 공무원 보수 규정, 지침 등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 시민단체 대표는 "성 착취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른 공무원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징계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직위해제 상태임에도 급여를 일부 지급하는 부분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규정, 지침 등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14년 충북 보은군은 직위해제 기간이 6개월을 넘으면 봉급을 지급하지 않도록 '지방공무원 보수 규정'을 개정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한 적이 있었다. 한 직원이 직위해제 후 대법원 판결로 당연 퇴직까지 2년간 일부 봉급을 받아갔기 때문이다. 이후 직위해제 기간 봉급은 당시 3개월까지는 봉급 80%에서 현재 50%까지로 낮췄다. 3개월 이후는 50%에서 30%로 바뀌었으나지급 기한은 없다.

한 변호사는 "사건마다 상황이 다를 수 있다. 무죄 추정의 원칙도 고려해야 한다. 공무원에 대한 징계절차를 최대한 빨리 밟을 수 있게 돼야 한다"고 했다. 거제시는 4월에도 규정에 따라 봉급의 50%를 지급해야 하지만, 지난 26일 사회적 여론 등을 감안해 봉급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거제시 관계자는 "지방공무원 보수 규정에 따라 2월 20일, 3월 20일에 A씨에게 봉급의 50%를 지급했다. 하지만 A씨가 반사회적인 범죄 혐의를 받고 있어서 4월에는 봉급을 일절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시민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친다"고 했다.

이런 여론을 의식한 거제시가 공직기강을 다잡는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상징적 절차일 뿐 과연 그 효용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공무원 개개인의 사생활을 일일이 간섭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그동안 누차에 걸쳐 공직기강 확립과 청렴도 제고를 위한 교육 등을 시행해 왔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다.공무원들 개개인이 공직업무에 대한 깊은 인식과 자성이 더 잘실한 시점이다.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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