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우리네 어르신들은 학문이 깊은 것도 아니고, 제대로 배움의 기회도 갖지 못했는데 어쩌면 남겨놓은 수많은 사자성어나 고사성어가 그렇게 깊이가 있고 해학이 숨어있는지 모르겠다.
 
  옛날 삶의 어려움은 어디 한두 집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어 자녀의 교육은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힘들고 어려운 세월을 사는 게 아니라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거라고 믿고 하루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이런 어려움은 남자들보다 여자의 몫이 훨씬 컸다. 가족의 먹을 것, 입을 것을 책임져야 하고, 농사일도 앞장서서 해야 하니 그 고달픔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더구나 층층시하의 대가족을 책임진 며느리의 역할을 지켜내기란 지금 생각해 보면 사람으로서 하기가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삶을 살아가다 보니 그 고달픈 인생의 한이 어쩌면 자식에게 화풀이로 해소 하는 어머니가 많았던 것 같다.

  아이들이 저녁까지 빈터에서 놀고 있으면 어머니들은 사립문 밖으로 나와 자기의 아이 이름을 부르며 이제 그만 놀고 집으로 오라는 고함을 지르곤 했다. 그런데 자식을 부르는 모든 어머니들이 저녁이 되었으니 정말 그만 놀고 어서 들어오라는 걱정의 소리가 아니었다. 어느 어머니나 똑 같이 자기 아이의 이름을 부르고는 입에 담지 못하는 험한 욕을 하면서 자식을 불러들였다.

  그 때 내가 친정어머님께 들었던 이야기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세상에! 어미가 되어서 자기 자식을 저렇게 욕을 하면 그 아이가 어떻게 될 것인지 생각    지도 않고 저런 험한 말을 하다니......  .”
  친정어머니는 늘 자식을 ‘빌어먹을 놈’부터 시작해 입에 담지 못하는 험한 말로 자식을 저렇게 빌어먹으라고 욕을 하면 그 자식이 정말 빌어먹는 놈이 되면 어쩌라고 저런 욕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가슴 아파했다.

  참 고맙게도 일곱이나 되는 우리 형제들을 한 번도 그런 가슴 아픈 소리를 듣지 않고 자랐으니 지금 생각하니 얼마나 축복 받은 일이었는지 모른다.어머닌 늘 세상일은 내가 내뱉은 말대로 되는 법이니 절대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되니 희망이 보이는 말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내가 정말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열심히 노력하면 꼭 그렇게 되는 법임을 누누이 알려 주셨다. 배움도 없으셨던 어머니께서.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는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자녀를 키우는 부모는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할 내용이어서 꼭 이 효과를 소개하고 싶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키프로스의 조각가인 피그말리온은 자기가 이상으로 여기는 여인상을 상아로 조각하기 시작했다. 그 조각을 끝낸 후 매일 바라보다가 그만 사람이 아닌 그 조각상의 여인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조각의 여인이 생명이 있어서 자기와 같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욕망이 생겼다. 그 때부터 피그말리온은 하루도 빠짐없이 아프로디테 여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제발 이 조각상의 여인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달라는 기도를 올렸다. 아프로디테 여신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기도를 올리는 그의 열정과 사랑에 감동하여 여인상에게 드디어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다. 이처럼 우리가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최선을 다하면 꼭 그 일이 그렇게 이루어진다는 내용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교육 용어로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말을 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로젠탈효과도 생각해 보자.
  1968년 하버드 대학교 사회 심리학과 교수인 로젠탈(Rosenthal, Robert)과 미국에서 20년 이상 초등학교 교장을 지낸 제이콥슨(Jacobson, Lenore)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지능 검사를 하였다. 그리고 A교사에게 검사 지능이 높은 20%의 학생을 뽑아 ‘지적 능력이나 학업 성취의 향상 가능성이 높은 학생들’이라고 말하며 잘 지도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이번엔 지능이 낮은 20%의 또 한 집단을 뽑아 ‘지적 능력이나 학업 성취의 향상 가능성이 낮은 학생들이니 그래도 잘 지도해 보라는 부탁을 B교사에게 했다. 8개월 후 이전과 같은 지능 검사를 다시 실시했는데, 그 결과 지능이 높은 20%의 명단에 속한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보다 평균 점수가 높게 나왔다. 뿐만 아니라 학교 성적도 크게 향상되었다. 그런데 지능이 낮은 20%의 집단이라고 말한 그 집단의 학생은 점수가 낮게 나오고 말았다. 중요한 사실은 20%의 두 집단의 명단은 사실은 무작위로 뽑은 집단이었다.

  이 연구 결과는 교사가 학생에게 거는 기대가 실제로 학생의 성적 향상에 효과를 미친다는 것을 입증했다. 타인이 나를 존중하고, 나에게 기대하면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여 그만큼의 효과를 이룬다는 것을 나타낸 실험으로 교사의 관심이 학생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요인이 됨을 증명하고 있다. 어디 이 피그말리온 효과와 로젠탈 효과가 교육 현장에만 해당될까? 바로 내 자녀를 키우는 부모가 가장 깊이 새겨 두어야 할 교육효과이다.
  배움이 없었던 시대의 우리네 조상들도 피그말리온 효과와 로젠탈 효과를 옛날부터 사자성어와 고사성으로 남겨 두었다.
  ‘입살이 보살이다. 믿는 대로 자란다.’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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