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⑦ '내 자녀 바로 보기'
                         거제대학교 겸임교수 원순련

지난해 일이다. 여름 방학을 며칠 앞 둔 어느 날 상담소로 학부모 한 분이 찾아오셨다. 상담소로 들어서자마자 통곡하며 오열을 하는 바람에 내담자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한 참이나 안정의 시간을 드린 다음 사연을 들었다.
 
  어머님 말씀으론 1학년인 아이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참으로 밝은 아이라고 했다. 유치원에서도 아무런 문제없이 잘 보냈고, 3살 터울의 형과도 사이가 좋아 형제라기보다도 친구처럼 잘 지내고 있어 초등학교에 가서 어려움이 올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단다. 그런 아이가 입학을 하고 서 너 달이 지나고 부터는 담임선생님의 전화를 자주 받게 되었단다. 이유인즉 자신의 아들이 급식시간에도, 수업시간에도 곁에 있는 친구를 못살게 괴롭혀 어려움이 많으니 가정 지도를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단다.
  그런 전화를 받은 후 어머니는 아들에게 조용히 선생님의 전화 내용을 알려주고 등교할 때마다 아이를 붙들고 친구와 잘 지내라는 당부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어머니의 그런 부탁에도 불구하고 담임선생님의 전화는 잦았고, 그럴 때마다 담임선생님께 죄송하고 미안하여 어쩔 줄을 몰랐다고 한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담임선생님과 언쟁이 일어날 상황까지 가고 말았다고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담임선생님과의 전화를 듣고 있던 남편까지 개입되어 이젠 담임선생님과 남편까지도 언쟁이 오고 가서 남편이 담임선생님의 문제점을 학교에 알리겠다는 지경까지 오고 말았단다. 결국 내담자인 어머니의 이야기는 이 상황은 자기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할 수 있는 행동을 문제라고 보는 담임교사의 문제라고 단정 짓고 있었다.

  어머니의 야기만 듣고는 아이의 문제점을 자세히 알 수 없기에 담임선생님의 양해를 얻어 그 아이의 문제점을 들어보았다. 어머니의 이야기처럼 아이는 참 착하고 바른 아이가 맞다고 했다. 그런데 혼자서는 무엇이나 잘 하지만 교육활동을 공동으로 하는 시간이 되면 아이는 모든 것에 용서를 못하는 아이라고 했다. 역할을 정할 때는 단연 자신이 우선이어야 하고, 놀이 활동에서도 자신이 속한 모둠이 이기지 않으면 분을 풀지 못한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실수한 학생을 입으로 나무라기보다는 행동을 가해 결국 다툼을 일으킨다고 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렇게 당한 아이의 학부모까지 양해를 구해야 하니 학급 운영이 정말 어렵다는 하소연을 했다. 그런데 정작 학부모께서는 그 아이의 행동을 하루 종일 지켜보지 않으니 학교에서 일어나는 아이의 행동을 도저히 믿지 않고, 담임교사의 지도방법을 믿지 않는다고 했다.

  전문인이 무엇일까?
  전문인이 되는 조건에는 많은 구비조건이 있지만 간단하게 언급하면 어느 특정분야의 일을 긴 세월 담당하고 있어 그 일에 관해 풍부하고 깊이 있는 경험을 가진 사람을 우리는 전문인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런 전문인이 되기 위해선 오랜 기간의 학습시간이 필요하고, 더 깊이 있는 분야의 달성을 위하여 계속적인 학습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들만의 단결과 보이지 않는 결속관계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전문인의 조언을 믿고, 전문인의 처방에 따른다.
  예로 우리는 병원을 가면 의사선생님의 진료에 대부분 따른다. 진료차트에 알지 못하는 영어로 진료 결과를 적어놓아도 간호사에게 무슨 뜻인지를 묻지도 않고, 어떤 주사를 어디에 몇 대를 놓는지도 묻지 않고 그냥 의사선생님의 처방에 따른다. 왜냐하면 의사선생님은 그 분야의 전문인이요 그 분야에 숱한 경험으로 풍부한 지식을 갖고 있는 전문인이기 때문이다.
  교사도 전문인이다. 적어도 아이를 지도하는 과정을 몇 년이나 배웠고 현장에 나와 담임을 하면서 많은 경험을 하고 그 경험으로 풍부하고 깊이 있는 전문 지식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가끔씩 학부모님은 그런 담임교사의 자녀에 대한 진단을 의사선생님의 진료결과 만큼 믿지 않는다. 물론 담임교사의 노력과 사명에 따라 각각 갖고 있는 전문성의 농도가 다르긴 하겠지만.

  내담자인 학부모에게 제일 먼저 내 아이가 다른 친구와 틀린 것이 아니고 다른 곳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똑같은 아이들 30명 정도를 한 교실에 두고 수업을 하는데 이런 일들이 자주 내 자녀에게 일어난다는 것은 우리 아이가 뭔가 다름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안내를 했다. 다음은 왜 우리 아이가 친구와의 원만한 생활이 되지 않는지 원인을 먼저 찾아보자고 했다. 그리고 하루 빨리 그 원인을 고치는 일이 아이의 행동을 고치는 일임을 상담하였다.

  내담자가 먼저 자신의 문제점을 찾아냈다. 내담자는 아이가 초등학교로 들어가자 발 빠르게 직장을 구하여 열심히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이제 초등학교에 간 둘째 아들에게 따뜻한 관심이 부족했다고 한다. 직장 일을 하기 전엔 아이가 등원하고 하원 할 때 엄마는 아이와 눈빛을 같이 했고 늘 집으로 돌아오면 엄마의 환한 미소가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단다. 그러나 직장인 엄마는 바쁘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의 관심이 분명히 조각난 사랑이 되고 말았을 것이란다. 아이가 먼저 안다. 우리 엄마의 관심이 사라져가고 있음을. 그리고 아이는 그 부족함의 사랑을 다른 행동으로 표출 한 것이다. 학부모 다음의 치료는 담임교사의 교육적이고 전문적인 지도와 장기적인 사랑이다. 담임교사는 내담자 부부와 만나 가정과 연계하며 교우관계를 다양하게 맺어주고, 또 다른 눈빛으로 아이를 책임져 보겠다는 말씀을 나누었다.

  우리는 얼마만큼 내 아이를 바르게 진단하고 치료하고 처방하고 있는가?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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