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문인 2명이 지난 4월 10일 발행된 계간 '현대시조 제 제148호'를 통해 제91회 현대시조 신인상에 당선되어 시조시인으로 등단했다.

곽상철씨는 '십리대밭길'이 당선작으로 선정됐고, 허원영씨는 '월하노인'이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심사위원으로는 최승범, 허일, 홍오선, 이성보씨가 맡았다.

심사위원들은 심사평에서 <천착이란 말이 있다. 구멍을 뚫거나 학문을 깊이 연구함을 일컫는 말이다. 한줌 옥을 캐기 위해서는 천길 구멍을 뚫어야 한다. 입춘몸살 외 4편을 응모한 곽상철 시인. '명상' 외 4편을 응모한 허원영 시인의 작품들은 모르긴 해도 천착의 결과물이다>고 했다.

 곽상철 시인은 문장 21을 통해 수필가와 시인으로 등단했고, 월간문학을 통해 민조시로 등단했는가 하면 '느티나무그늘에서'외 3권의 시집을 상재한바 있다.  응모작 입춘몸살에서는 입춘절에 매화며 볍새가 봄기운을 재촉하고 농기구 챙기는 조급한 농부의 기상이 전운을 연상케 하고 '해금강'에서는 천년송은 오간데 없고 나래편 풍란이며, 하늘 연 억겁 세월의 십자동굴에 흐드러지게 핀 동백 울음을, '공곶이 수선화'는 하얀모자 빗겨쓴 수선화의 자랑스런 황금물결을, '동백가로수'는 붉게 피운 일편단심은 어둠을 깨우는 호롱불이되어 미혹의 길을 밝히는 동백가로수를, '십리대밭길'은 태화강 십리대밭의 맹종죽 푸른기개며 청죽향기를 투망질하는 팽나무 부챗살 가지를 읊었다. 편편이 수작이나 이중 '십리대밭길'을 당선작으로 選했다>고 했다. <시는 그 시를 쓴 시인의 인격이다. 그래서 언이인격(言而人格)이라 하지 않던가. 교육자(중학교 교장)으로서의 인격이 시편에 고스란히 녹아 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허원영 시인은 <시사문단.으로 등단한 시인이며 거제가정상담소전문상담원, 거제시보건소 문예치유강사, 거제시희망나눔재단 희망나눔교육강사, 시조창에도 일가견이 있어 거제시시조창연합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응모작 '호박지짐'에서는 편편한 솥뚜껑에 지글지글 구운 호박지짐 한 그릇에 담긴 효심을, '명상'에서는 번뇌망상 속에서 뛰노는 사념잡기도, 인시에 단전을 타고 오른 빛 한줄기도 내려놓는 명상을, '월하노인'에서는 월하노인의 전설을 시조로 구성하여 부부사랑을 다짐하고 ,'혼돈의 카오스'는 미망의 혼돈 앞에서 운명의 소용돌이를 피할지 마주할지 말설이는 담담한 아침식사를, '숭어'에서는 고현천 다리 아래 숭어떼 솟구치면 재너머 벗님께 술익었다 기별 넣고픈 깊어가는 산골의 밤을 읊었다. 이중 월하노인을 당선작으로 선했다.

선명(善鳴은 착한 울림 곧 선한 감동이란 말로 이율곡선생께서 문학의 최고단계라 했다. 전설을 시로 옮기는 상당한 기교를 필요로 한다. 그래야 짜임새 있고 운치있는 작품이 될 수 있다. 중매장이 월하노인, '돌싱'이 예삿말이 된 오늘날이다. 그래서 '어차피 정해진 인연 연리지로 살 일이다' 라는 종장은 시사하는바가 크다 하겠다. 인격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리라

십리대밭길                               곽상철 태화강 십리 대밭 올곧은 너울이여 맹종죽 푸른 기개 하늘에 맞닿았고 장수(長壽)의 염원을 담은 구갑죽차 끊는 소리 가지산 발원 정기 윤슬로 흘러내려 미소 띤 천년 강물 동해로 흘러들 제 팽나무 부챗살 가지 청죽(靑竹)향기 투망질  당선소감      돌이켜보면 수필과 시, 민조시로 등단할 때도 이맘때의 봄이었습니다. 그렇듯 내게 봄은 언제나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는 까치의 울음같고 봄까치꽃의 보라색 미소 같습니다  현대시조의 동문이 되고 싶어 현대시종에 응모했는데 이리도 반가운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늦게나마 시조시인이 된 것에 무척 자긍심을 느낍니다. 우리의 언어로 우리 고유의 문학장르인 시조를 우리 민족전통의 얼로 짓는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이제는 우리 민족의 전통문학우로의 계승은 물론, 온 세상에 우리의 시조를 한류의 한 축으로 알려야 할 때이다. 시조 세계화의 지평을 여는데 조금이나마 보템이 되길 다짐하면서 졸작을 추천해 주신 심사위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본지의 무궁한 영광을 기원합니다

월하노인                         허    원    영 달빛에 정좌하신 저 노인 누구신가 홍실로 발을 묶어 부부연 맺어주는 전설 속 한 쪽 눈이 먼 월하노인 아니신가 운명을 바꾸려고 검객을 사주했다 세월흘러 맞은 신부 이마엔 칼자욱이 어차피 정해진 인연 연리지로 살 일이다 사는 게 그런 거라 맑다가 흐리다가 부부로 산 사반세기 꿈 같은 세월인데  한백년 바래지 않을 사랑 수를 놓을 란다. 당선소감      영화아바타에는 영혼의 생명나무가 나온다. 그 나무가 구심이 되어 나비부족은 영적 소통과 교감을 이루는데 북미 인디언의 애미니즘과 자연주의가 베이스에 깔려있다. 시로 처음 문단에 등단한지 딱 10년이 흐른 지금 , 시조라는 장르로 다시 등단을 준비하게 되었다. 10년 전 지역신문에 올린 나의 당선 소감에는 인디언 부족의 '그리 될일은 꼭 그렇게 되고 만다'는 속담을 인용하면서 '글 쓰는 일은 영혼의 갈증을 푸는 일이요 숙명'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사실 그 글을 읽는 내내 부끄러웠다. 먹고사는 일에 집중하느라 글 쓰는 일에 집중하지도 매진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 숙제를 하지 않은 아이처럼 늘 찜찜했다. 그래서 목여 김용호 선생께서 시조교실 가자 했을 때 두말 없이 따라 나선 것은 10여 년 전 뱉은 말의 빚도 갚고 '이제는 거울 앞에 돌아와 앉은 누이'처럼 글을 쓰는 나의 길을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능곡 스승 문하에서 시조공부를 시작한 것은 큰 나무 아래서 필력 좋은 문우들과 공부를 하게되면 나 역시도 영향을 받아 좋은 글이 나올거라는 사심(?)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문학이라는 공통분모로 모인 이들과 영적소통과 교감을 이루며 자연 속의 삶을 글로 표현하며 살고 싶다. 짧은 시간 내놓기엔 소박한 솜씨라  스승께 누가될까 염려도 되지만 이제는 글 쓰는 일에 매진하고 싶다. 글을 쓰는 순간엔 영혼의 생명나무가 살아움직이는 것 같다. 심장이 뛰고 피가 도는 일이다. 돌고돌아 더디게 온 이 길, '그리 될 일은 꼭 그렇게 된다는' 인디언의 명언처럼 이제는 큰나무 아래서 문우들과 더불어 글 쓰는 길을 가고 싶다. 부족한 글을 선하여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큰 절 올립니다.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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