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동 고분군(鵝州洞古墳群)
무너지던 유적지

공직생활을 마감하는 해다. 그동안 거제의 문화유적 발굴조사 보존과 관광을 위해서 일생을 몸 바쳐 왔다. 그 과정에서 많은 희비애락이 있었다. 1997년 가을, 해가 뉘 웃 거리던 때, 장승포 지역에 일본 어업인이 살았던 잔존 유물 조사차 출장길에 올랐다. 옥포를 지나 대우조선소 입구를 지나는데, 용소 마을 뒤편에서 크레인이 고인돌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그 지역은 고인돌과 고분군이 있는 지역이다. 급하게 차를 세우고 공사현장으로 달려갔다. 대우조선 노동조합에서 복지관을 짓는 다고 한다. 
  “이 지역은 고인돌과 고분이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현장 발굴을 끝낸 후, 공사를 해야 합니다. 공사를 중단 하세요”  현장감독이 “당신 어디서 왔는데, 시장이 허가를 준 공사를 하라 마라 하는 거요” 하면서 성질을 내면서 달려든다. 
  “거제시 문화공보실에서 나왔는데, 문화재를 담당하는 공무원이요” 하면서 문화재 보호법에 대한 설명을 하고, 공사를 중단 시켰다.  현장 감독은 눈을 부릅뜨고 달려 들 듯이 하면서, 
“거제시청에는 시장이 두 놈이 있나? 어떤 시장은 공사를하라고 허가를 내어 주고, 어떤 놈은 못하게 하고 이런 법이 어디 있노” 하면서 노발대발을 한다.
  
공사를 못하게 중단 시키고, 장승포 일본 어업지역을 둘러보고 있는데 시장 실에서 전화가 왔다. 얼른 시장실로 오라고 한다. 아주고분군 때문일 것이란 생각을 하면서 급히 달려와서 시장실로 갔다. 시장실에는 대우조선 노동조합장과 조합간부 7명이 시장 실을 점거하고 항의를 하고 있었다. 시장은 말문이 막혀서 그들의 동태만 살피고 있었다. 시장 실에 들어서자 시장이 왕방울 같은 눈을 부아리 면서,
  “이 새끼야 너는 정년이 다 되었는데, 또 나가서 일을 저질렀느냐,”며 노기 찬 얼굴로 바라본다. “시장님 그 지역은 고인돌과 고분이 있는 문화재 보호지역입니다.”이 세끼야 문화재 보존지역으로 지정도 안 된 곳인데, 보존이고 관리고 뭐가 필요하냐? 내가 허가 해 주었으니 아무 말 말고 잠자코 있어라”
   “시장님! 지정은 안 되어도 문화유적이 산재해 있는 곳입니다. 기본조사는 해 두었던 곳입니다. 발굴을 한 후에 공사를 해야 합니다.”
   “야 이 새끼야 니가 시장이가 내가 시장이지 하라 못하라 무슨 참견이야” 시장은 성질이 많이 났다. 시장이 노발대발 성질을 내자, 노동조합원들도 성질을 가라앉히고, 나를 바라보면서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2019년 5월 2일부터 발굴조사

“노동조합장님과 여러분은 저의 사무실로 가서 이 일에 대해서 의논 합시다.” 그 사람들을 대리고 사무실에 와서 문화재에 대한 중요성을 설명하고 발굴 후에 복지관을 짓도록 하자고 설득을 했다. 그들은 다수의 힘으로 법 이전에 언제라도 밀어 붙이기 식이었다. 거제시에서 공사를 못하게 하면 문화재 관리국에 노동조합원을 때 거리로 데리고 올라가서 대모를 하겠다고 얼음장을 놓는다. 그들을 설득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문화재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그들을 설득 하여 그 지역을 빠른 시일 내 발굴 한 후에 집을 짓기로 타협이 되었다. 그런 내용을 노동조합원들과 같이 가서, 시장에게 말씀 드렸더니 시장은 안도의 한숨을 쉰다. 긴급 발굴 허가 신청을 하여, 발굴조사는 동아대학교 박물관에서 하기로 했다. 여기에 더는 비용은 노동조합에서 부담했다.
  
 청동기 시대 지석묘와 신라시대 고분지역 
  아주동고분군은 거제시 아주동 744-1번지 외 32필지 약 63,252㎡로 고인돌과 고분군이 있었다.아주동 고분지역은 옥녀봉이 옥포항으로 내려 뻗은 왼쪽 속 날개에 해당되는 지점이다. 고려시대 아주현(鵝州縣, 巨老縣)이 있었던 곳으로 거제의 동방해역으로 부산과 가깝다. 항구를 벗어나면 대한해협의 일본 대마도다. 옥포항 주위에 옥포, 국산, 아주, 아양의 넓고 비옥한 땅이 있고, 조용한 항구가 있었기 때문에 일찍이 거제군의 속현인 아주현이 설치되었던 곳이다. 이런 여건 때문에 오래전부터 많은 인류가 정착하여 살았던 곳이다. 

대우조선소가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해안변과 야산, 전답 곳곳에서 삼한시대의 토기편이 많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지석묘가 용소골을 비롯하여 아주 아양리 일대에 많이 있었다. 1995년도 지표조사를 할 때 용소골 일대에 지석묘 3기와 고분군이 발견되었다. 그 후부터 이 지역을 관심 있게 관찰 하였다. 이 지역의 유적은 청동기시대(靑銅器時代) 지석묘와 신라시대(新羅時代) 고분(古墳)이 복합적으로 형성된 유적지다.
  문헌상에는 신라시대 아주현(鵝洲縣) 치소지(治所址)가 위치한 곳으로 알려진 곳인데, 그 이전의 고분과 신라시대 석실묘(石室墓)가 산록과 전답에 집중 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지역이다.

긴급 발굴
  공사를 중단시키고 문화재관리국에 긴급 발굴요청을 하여 동아대학교 박물관(관장 심봉근)에 의하여 1996. 8. 13∼9. 12까지 발굴조사를 실시하였다. 긴급 발굴을 위해 매일 5. 6명씩 대우조선 노동조합에서 노동인력을 지윈 받았다. 한 달간의 조사가 끝나고 마지막 발굴보고회가 현장에서 있었다. 발굴된 유구 수는 27기에서 총 181점의 유물이 출토되었다. 시대별로는 B·C 4세기부터 A·D 7세기까지 다양한 유물이 발견되었다. 유병식마제석검(有柄式磨製石劍)을 비롯하여 천하석제 옥구슬(天河石製曲玉)등을 비롯하여 귀중한 자료가 나왔다. 옥구슬 같은 것은 그 당시 귀족이나 군왕이 사용했던 귀한 물건들이다. 이런 것들이 이 지역에서 발견된 것은 일찍이 막강한 집단세력이 거제의 동북부지역을 통치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이한 것은 두로국(瀆盧國) 보다 2세기나 3세기가 앞선 시대의 옥구슬이 발견된 것이다. 이런 것들은 통일신라의 찬란한 문화를 엿볼 수 있다. 

  가야 멸망기에 거제에서는 신라의 석실묘가 일부 계층에서 유행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신라와는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백제지역 보다 신라지역과의 교류가 더 많았던 것을 이 유적은 잘 나타내고 있다. 두로국(瀆盧國)이 거제다. 동래다 하는 논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부산 동래의 지명과 두로국의 한문 독로(瀆盧)와 음이 같기 때문에 부산에서 동래를 주장해 왔는데 이번 고분군 발굴로 거제지역이 확실시 될 정도로 고대의 문화와 정치집단이 크게 발달하였던 것을 증언한다. 
 청동기시대의 지석묘와 신라시대의 고분이 같은 장소에 많이 있는 것은 여러 시기의 묘가 복합적으로 매장되었던 것을 의미한다. 발굴지역 외에도 많은 유구가 지표조사 과정에서 확인되었던 것을 필자가 퇴직 후 이 지역이 주거지역이 되면서 다 없어졌다. 남은 유적지를 발굴 하여 거제지역의 상고사 자료로 활용 했어야 하는데, 없어져 버려서 너무 아쉬움이 많다.   

없어지던 유적 발굴의 공로자
  그곳에서 발굴된 유물은 청동기시대의 마제석검, 돌도끼, 돌칼, 돌화살, 점문토기, 옥구슬(瓔珞) 등 다양한 유물이 발견되었다. 그 중에서 신라시대의 옥구슬은 귀족이 사용하던 귀중한 유물이다. 발굴보고회 현장에 참석한 문화재 위원들은 이곳에서 발굴된 유물들을 보면서 거제의 새로운 역사에 감탄을 한다. 보고회가 끝나자 대 다수가 이 지역을 보존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면서 보존을 주장한다. 그런 말이 나오자, 발굴 주체 측인 심봉근 동아대학 박물관장이 나와서 문화재 위원들에게, 
  “대우조선 노동조합복지관을 짓다가 중단하고 긴급 발굴케 하면서, 발굴 후에 집을 짓기로 했는데, 집을 못 짓게 되면, 발굴 후 집을 짓게 해 주겠다고 약속한, 거제시 공보실 이승철씨가 그들의 압박에 견디지 못할 것이니, 없어 질 번 한 이 귀중한 문화재를 발굴케 한 그 공로를 봐서라도 이승철씨와 노동조합과의 약속 이행을 위해서 집을 짓게 해 줘야 한다며”, 심봉근 관장이 설명을 하여, 대우조선 노동조합 복지관을 짓기로 결정이 되었다. 복지관을 짓게 하라고 하자, 필자와 대우조선 노동조합원들도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되었다.
  
공직생활을 할 때, 출장가고 싶은 예감이 들면, 출장 가는 곳에서 문화재가 발견되거나 중요한 일이 생겼다. 정년이 몇 달 남지 않았다고 조용히 지내라고 했는데, 그날은 어쩐지 장승포 방향으로 가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때 그곳을 지나지 않았더라면, 청동기 시대와 신라시대의 중요한 문화유적이 도자의 이빨에 깡그리 없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그곳을 지날 때 마다 그때 그 순간의 일들이 생생이 떠오른다.  없어질 뻔 했던 유적에서 많은 역사의 유물이 발견되어 거제의 옛 역사가 새롭게 정리하게 되었다. 
  퇴직 후에도 거제향토사에 관심을 갖고 거제의 문화유산과 민요, 설화 등을 조사하는 일을 하고 있다.  공직에서 경험한 지식을 사회에 나와서도 일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오늘도 섬지방의 옛 문화를 찾아 길을 나선다.

박춘광 기자  gjtline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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