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21)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의 의의 및 제3자의 기망행위에 의하여 신원보증서   류에 서명날인한다는 착각에 빠진 상태로 연대보증의 서면에 서명날인한 경우, 그와 같은 행위에 민법 제110조 제2항에 정한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의 법리가 적용되는지 여부(소극) - 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다43824 판결 -

사건의 개요
① 제1심 공동피고 코메트항공해운 주식회사(이하 ‘코메트항공’이라 한다)가 항공화물운송 대행사인 소외 한솔씨에스엔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와 국제화물운송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계약 관련 채무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원고와 사이에,
  a. 2000. 1. 14. 보험금액 3,000만 원, 보험기간 2000. 1. 14.부터 2001. 1. 13.까지로
하는 이행보증보험계약 및 b. 2000. 9. 20. 보험금액 2억 원, 보험기간 2000. 9. 20.부터2001. 9. 19.까지로 하는 이행보증보험계약을 각 체결한 다음,
  각각 원고(서울보증보험 주식회사)로부터 이행보증보험증권을 발행받아 소외 회사에 교부하였고, 원고와 코메트항공은 위 각 이행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코메트항공이 부담하는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보험사고가 발생함으로써 원고가 보험금을 지급한 때에는 코메트항공과 보증인은 그 지급보험금과 약정된 지연손해금을 즉시 변상하기로 약정하였다.
 ② 그 후 코메트항공은 위 각 이행보증보험계약의 보험기간 내에 소외 회사에 대한 위 운송계약상의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고, 이에 원고는 위 각 이행보증보험증권에 기한 소외 회사의 청구에 응하여 2002. 3. 22. 소외 회사에 보험금 2억 3,000만 원(=3,000만 원 + 2억 원)을 지급하였다.
 ③ 코메트항공의 대표이사인 제1심 공동피고 소외 1과 이사 소외 2는 소외 3의 신원보증서류라고 속여 위 이행보증보험계약에 관한 제3자의 연대보증을 받아 내기로 공모한 후, 소외 2가 제1심 공동피고 소외 1의 지시에 따라 자신의 매형인 소외 4에게 ‘직장동료 중 가까운 사람에게 부탁하여 소외 4의 아들인 소외 3의 신원보증서류를 작성해 달라’고 요구하였고, 이에 속은 소외 4는 직장 동료인 피고 2에게 아들의 신원보증을 하여 달라고 부탁하여, 이에 속은 피고 2가 2000. 8. 30. 소외 3을 위한 신원보증서류로 알고 위 이행보증보험약정서의 연대보증인란에 서명날인 하였다.
 ④ 이 사건에서 피고 2는 위 연대보증약정이 착오에 기한 의사표시임을 이유로 이를 취소한다는 주장을 하지는 않았으나, 신원보증서류에 서명날인하는 것으로 잘 못 알고 위 이행보증보험약정서를 읽어보지 않은 채 서명날인한 것일 뿐 연대보증약정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⑤ 제1심 공동피고 소외 1과 소외 2는 이로 인하여 사기죄로 기소되었고, 이 사건 제1심판결 선고 후인 2003. 9. 4.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선고받아 그 무렵 확정되었다. 이 사건에서 제3자의 기망행위에 의하여 신원보증서류에 서명날인한다는 착각에 빠진 상태로 연대보증의 서면에 서명날인한 경우, 민법 제110조 제2항에 정한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의 법리가 적용되는지 여부

판결요지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란 타인의 기망행위로 말미암아 착오에 빠지게 된 결과 어떠한 의사표시를 하게 되는 경우이므로 거기에는 의사와 표시의 불일치가 있을 수 없고, 단지 의사의 형성과정 즉, 의사표시의 동기에 착오가 있는 것에 불과하며, 이 점에서 고유한 의미의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로 구분되는데,신원보증서류에 서명날인 한다는 착각에 빠진 상태로 연대보증의 서면에 서명날인한 경우, 결국 위와 같은 행위는 강학상 기명날인의 착오(또는 서명의 착오), 즉 어떤 사람이 자신의 의사와 다른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내용의 서면에, 그것을 읽지 않거나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한 채 기명날인을 하는 이른바 표시상의 착오에 해당하므로, 비록 위와 같은 착오가 제3자의 기망행위에 의하여 일어난 것이라 하더라도 그에 관하여는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에 관한 법리, 특히 상대방이 그러한 제3자의 기망행위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가 아닌 한 의사표시자가 취소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민법 제110조 제2항의 규정을 적용할 것이 아니라,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에 관한 법리만을 적용하여 취소권 행사의 가부를 가려야 한다.

해설
사기나 강박이란 남을 속이거나 위협하여 그로 하여금 의사표시를 하게 하는 것을 말하며, 이러한 불법한 수단에 기하여 행하여진 의사표시는 표의자의 의사결정의 자유가 침해된 것이므로 표의자의 자기결정에 기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민법은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제110조 제1항). 상대방 있는 의사표시에 관하여 제3자가 사기나 강박을 행한 경우에는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동조 제2항). 제1항 및 제2항의 의사표시의 취소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동조 제3항).」 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기ㆍ강박에 의한 의사표시가 취소되면, 그 의사표시를 요소로 하는 법률행위가 소급적으로(처음부터) 무효로 된다(민법 제141조). 따라서 그 법률행위에 기하여 급부가 이미 행하여졌다면 부당이득반환의 법리(민법 제741조)에 의하여 그 급부가 반환되어야 하며, 매매계약이 취소된 경우에 매도인의 매매대금반환의무와 매수인의 소유권이전등기말소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선다. 반면, 아직 이행되지 않은 급부는 이행할 필요가 없다.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는 표의자를 기망하여 착오에 빠지게 하려는 고의와 착오에 기하여 의사표시를 하게 하려는 고의, 즉 2단계의 고의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들 중 어느 한 쪽에 고의가 아니라 과실이 개재되었다면,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는 성립하지 않는다.기망행위란 표의자에게 사실과 다른 그릇된 관념을 가지게 하거나 이를 유지 또는 강화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작위에 의한 적극적 기망행위뿐만 아니라 부작위, 특히 침묵도 기망행위를 구성할 수 있다.
  
강박행위란 장차 해악이 초래될 것임을 고지하여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는 행위를 말하고, 해악이란 피강박자에게 불리한 것을 말하며(예컨대, 고소하겠다는 것 등), 그 종류나 방법은 불문한다.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착오취소, 담보책임과 경합하는 경우에는 이를 선택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가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을 충족하면, 표의자의 취소권과 손해배상청구권(민법 제750조)이 경합한다. 이 경우 사기나 강박을 당한 자가 취소와 손해배상청구 양자를 행사할 수 있으며, 취소권을 행사한 후에라도 전보되지 않은 손해가 있으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는 타인의 기망행위에 의하여 표의자가 착오에 빠진 상태에서 한 의사표시이므로 그 의사표시에 착오가 개재되어 있으므로 이 경우 착오취소와의 경합이 있게 된다. 따라서 표의자는 어느 쪽이든 그 요건을 증명하여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대법원 1985. 4. 9. 선고 85도167 판결 및 대법원 2003. 11. 13. 서고 2001다33000 판결 각 참조). 

  매매목적물에 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속이고 매도한 경우에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와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이 경합한다. 매수인 겸 피기망자는 양자를 행사할 수 있으나, 피기망자가 의사표시를 취소하였다면, 더 이상 담보책임을 물을 수 없다. 매매에 의하여 매수인이 취득하는 권리나 물건에 하자(흠) 내지 불완전한 점이 있는 경우에, 매도인이 매수인에 대하여 부담하는 책임을 매도인(賣渡人)의 담보책임(擔保責任)이라고 한다. 매도인의 담보책임은 권리의 흠결에 대한 것과 물건의 하자(흠)에 대한 것으로 대별되며, 이 중 물건에 하자가 있는 경우의 담보책임을 하자담보책임(瑕疵擔保責任)이라 하고, 권리의 흠결이 있는 경우의 담보책임을 추탈담보책임(追奪擔保責任)이라고 한다.
          
  여기서 제3자란 사기ㆍ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의 당사자와 그의 포괄승계인 외의 자로서 사기ㆍ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로 인하여 생긴 법률관계를 토대로 실질적으로 새로운 법률상의 이해관계를 가지게 된 자를 말하고, 선의란 사기ㆍ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임을 알지 못하는 것을 말하며, 선의인지 여부는 새로운 이해관계가 생겼을 때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대항하지 못한다는 것은 사기ㆍ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의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사기ㆍ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무효이지만 선의의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 표시된 대로의 효력이 생긴다. 착오란 의사표시의 내용과 내심의 의사가 일치하지 않는 것을 표시자가 모르는 것을 말하나,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는 타인의 기망행위로 말미암아 착오에 빠지게 된 결과 어떠한 의사표시를 하게 되는 경우이므로 의사와 표시의 불일치가 있을 수 없고, 단지 의사의 형성과정 즉, 의사표시의 동기에 착오가 있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피고 2는 신원보증서류에 서명날한다는 착각에 빠진 상태로 연대보증의 서면에 서명날인한 것으로서, 결국 위와 같은 행위는 강학상 기명날인의 착오 또는 서명의 착오 즉, 어떤 사람이 자신의 의사와 다른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내용의 서면에, 그것을 읽지 않거나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한 채 기명날인을 하는 이른바 표시상의 착오에 해당하므로, 비록 이와 같은 착오가 제3자의 기망행위에 의하여 일어난 것이라 하더라도 그에 관하여는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에 관한 법리, 특히 상대방이 그러한 제3자의 기망행위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가 아닌 한 의사표시자가 취소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민법 제110조 제2항의 규정을 적용할 것이 아니라,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에 관한 법리만을 적용하여 취소권 행사의 가부를 가려야 할 것이다.
  
한편, 이 사건에서 피고 2는 위 연대보증약정이 착오에 기한 의사표시임을 이유로 이를 취소한다는 주장을 한 바 없으나, 취소의 의사표시란 반드시 명시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취소자가 그 착오를 이유로 자신의 법률행위의 효력을 처음부터 배제하려고 한다는 의사가 드러나면 족한 것이며, 취소원인의 지술 없이도 취소의 의사표시는 유효한 것이므로, 피고 2의 주장 즉, 신원보증서류에 서명날인하는 것으로 잘 못 알고 위 이행보증보험약정서를 읽어보지 않은 채 서명날인한 것일 뿐 연대보증약정을 한 사실이 없다는 주장은 위 연대보증약정을 착오를 이유로 취소한다는 취지로 보지 못할 바 아니다(대법원 1966. 9. 20. 선고 66다1289 판결 참조).」 라고 판시하고 있다.

[참조조문]
민법 제109조[착오로 인한 의사표시]
①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한다.
② 전항의 의사표시의 취소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민법 제110조[사기,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①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
② 상대방 있는 의사표시에 관하여 제3자가 사기나 강박을 한 경우에는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
③ 전항의 의사표시의 취소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민법 제141조[취소의 효과]
취소할 수 있는 법률행위는 제한능력자, 착오로 인하거나 사기ㆍ강박에 의하여 의사표시를 한 자, 그의 대리인 또는 승계인만이 취소할 수 있다
민법 제741조[부당이득의 내용]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참조판례]
대법원 1966. 9. 20. 선고 66다1289 판결; 대법원 1969. 6. 10. 선고 68다1859 판결; 대법원 2000. 1. 21. 선고 99다50422 판결; 대법원 2002. 5. 14. 선고 2001다73572 판결; 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3다13604 판결.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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