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리 기와(裳四里瓦片)

거제는 우리나라 남단에 위치한 큰 섬이다. 섬이면서도 토지가 비옥하고 물이 풍부하여 농경문화가 일직부터 발달 하였다. 그런 여건으로 변한 때는 거제도에 두로국(瀆盧國)이란 나라가 있었다. 그 치소(治所)는 사등성이 있는 곳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
 
  그 후 신라 문무왕 때 상군(裳郡)이 설치되었고, 경덕왕 때 거제군이라 하였다. 983년에 둔덕면 거림리에 기성현(岐城縣)이 설치되었다. 둔덕에 기성현이 설치된 것은, 첫째는 비옥한 토지가 있었고, 물이 풍부하여 농업이 발달하였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그동안 많은 외침을 당했기 때문에 육지와 가까운 둔덕면에다 현을 설치하였다.

   또 다른 조건은 우두봉(牛頭峰) 아래 산마루에 신라시대 축성한 기성(岐城)의 방어성지가 있기 때문이다.  기성현(岐城縣)이란 이름도 뒤 산에 있는 기성(岐城)의 이름을 따서 기성현이라 하였다. 기성현은 둔덕면 거림 마을과 농막마을 사이 들판에 있었다. 현이 없어지고, 그 자리는 비옥한 토지로 농사를 짓고 있었다. 그래서 기성현이 두로국(瀆盧國)의 왕도지 였던 사등성 주변으로 알고 있기도 했다.

  문화재 업무를 보면서 둔덕 기성(岐城)을 비롯하여 고려무덤 등 유적지 조사차 다니면서 기성현지가 어디였을까? 하는 의문점을 가지고 거림리 앞 들판을 답사하다가 흩어져 있는 토기 편린을 발견하고, 이 지역이 기성현지 였을 것이다 하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그 후 문화재 전문위원인 동아대 심봉근 박사와 이용현 위원 등과 수차래 답사를 하여, 주변에서 내려오는 전설적인 말과, 문헌을 종합하여 검토를 한바, 기성(岐城)이 있는 곳에 현이 설치되어 기성현이라 하였다는 것을 확정 짖게 되었다.  
      
  1996년 2월 거림리 일대에 농경지 정리를 한다는 말을 듣고, 동아대 이용현교수와 현장에 갔다. 마침 그때 기성현 동헌지(東軒址)를 도자로 밀고 있었다. 그곳에서 동헌의 주춧돌이 발견되었다. 경지 정리를 하면, 기성현지가 없어질 것 같았다. 급히 시청으로 돌아와서 긴급 발굴 보고서를 작성하여 조상도 시장의 승인을 받아, 그 지역은 당분간 공사를 중단케 하고, 동아대학 박물관과 발굴 계약을 하였다. 

  벼농사를 지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발굴을 한다면 모를 심지 못하여 농사를 못 짖게 된다면서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있었다. 현지에 나가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긴급 발굴을 하겠다고 설득을 하고, 주민들의 협조를 요청 했다.

   1996년 4월 20일부터 5월 30일 까지, 거림리 274번지 일대를 40일간 동아대학 박물관에서 발굴을 하였다. 발굴 기간 내 심봉근 동아대 박물관장이 이 마을에서 숙박을 하면서 발굴을 했다. 비가오지 않고 날씨가 좋아서 무사히 잘 마무리 하였다. 발굴현장에는 두꺼운 비닐을 깔아 유적지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조치하고, 경지 정리를 서둘러 모를 심게 하였다. 40일간 매일 발굴현장에 출장을 나가서 발굴에 도움이 될 수 있게 협조를 하였다.

  현장주변 전답 가에는 당시의 멧돌과, (돌학?) 기와편 등이 있었다. 그런 유물들이 중요한 자료적 가치가 있었다. 발굴현장에서는 당시의 건물 형태와 주춧돌, 토기편, 분청사기 편, 백자 편, 다양한 기와조각이 발견되었다. 그중에 문양이 새겨진 기와조각이 있었다. 그 문양은 상사리(裳四里)란 글이 양각되어 있었다. 상사리란 말은 677년 신라 문무왕 때 거제에 상군(裳君)이 설치되었을 때 마을지명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기와조각에 새겨진 글자가 옛 역사를 밝히는데 가장 중요한 자료적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귀중한 보물을 얻은 것 같았다. 이곳에서 출토된 유물은 동아대학 박물관에 소장하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기성현(岐城縣)이 거제도에는 없었고 강원도에 있었다는 등 거부설을 주장해 오다가, 여기서 출토된 상사리(裳四里) 기와 편을 보고, 거제 둔덕설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동안 거제관내의 문화유적자료조사와 발굴에서, 가장 보람을 느낀 것이 아주현지(鵝州縣址) 발굴에서 출토된 영락(瓔珞=옥구슬)과 기성현지에서 출토된 상사리(裳四里) 기와조각이다. 이 두 가지의 유물이 거제의 상고사를 정리하는데 가장 큰 도움을 주었다.  
   
내 일생에 가장 기쁨을 주었던 이 두 곳의 유적지 중에서 기성현지는 복원을 하여 옛 역사를 재조명 하면서 관광 자원으로 활용 했으면 한다. 기성현지는 고려 18대 의종왕이 피신 와서 3년 동안 살다간 유적지다. 그때는 제2의 고려국이 거림리 기성현에 있었다. 이런 귀중한 유적지가 농경지사업으로 없어질 번 한 것을 어렵게 구해 냈다. 그때의 고충은 힘이 들고 어려웠지만, 상사리 기와편이 발견됨으로 힘들었던 일들은 기쁨으로 충만하게 되었다.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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