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거제시조選-172」         
    또돈안골사모

                   



    
     김  용  호

   이 무슨 낱말인가
   또돈안골사모라니
   사모는 어림잡아 
   사람 모임 같은데
   또돈이
   안골사모인가
   당최 모를 말이구나.

   그 뜻이 무엇인지
   넌지시 물어보니
   빙긋이 웃음띠고
   먼산을
   바라보며 또 돈 안되는 일만
   골라 하는 사람이라.

   그제야 나도 웃음 
   덩달아 지으면서
   그래서 부인께서
   그렇게 붙였군요
   스스로 되돌아보니
   나 또한 또돈안골.

 ◎  서불 전설과 사마천의 사기(史記)•2
 보임안서(報任安書)는 사마천이 흉노에 항복한 이릉(李陵)을 변호하다 궁형(宮刑)을 당하고 뒤에 태사령(太史令)으로 일할 무렵 역모의 죄를 짓고 사형집행을 앞두고 있는 친구 임안에게 보낸 편지글이다. 이 편지글은 『史記』 후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의 아픈 마음이 절절히 담겨 있는 최고의 명문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다시 새겨 볼 부분만 나름대로 간추려 옮겨 본다. 저는 비록 보잘 것 없는 존재이기는 하나 군자들의 가르침만은 거듭 귀에 담고 있습니다. 생각건대 자신은 비천한 처지에 빠진 불구자입니다. 행동을 하기만 하면 남의 비난을 받으며, 더 나아가고자 하나 도리어 더 나빠질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홀로 우울하고 절망하여 함께 이야기를 나눌 사람은 없습니다.
 속담에 말하길 ‘누구를 위해 하는가, 누구더러 들으라고 하는가’ 했습니다. 종자기(鍾子期)가 죽고 난 후 백아(伯牙)는 두 번 다시 금(琴)을 연주하지 않았습니다. 그 까닭이 무엇이겠습니까.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하여 행동하고 여자는 자기를 기쁘게 해주는 사람을 위하여 화장하는 것입니다.(士爲知己者用 女爲悅己者容)
 그러나 저와 같은 사람은 신체가 이미 망가졌으니 아무리 수후(隨候)나 화씨(和氏)의 구슬과 같은 재능이 있고 행동은 허유(許由), 백이(伯夷)와 같이 개결(介潔)하다 할지라도 끝내 영예를 얻지 못할 것이며, 도리어 남의 비웃음이나 당하고 스스로 부끄러워하기에 족할 따름입니다. 지금 당신께서는 불측(不測)의 죄를 안고 계시는데 만 1개월이 지나 형을 집행하는 12월이 임박하였습니다. 저는 또 천자를 쫓아 옹(雍) 땅으로 가야 하는데 갑자기 불행한 일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제가 듣기로는 자신을 수양하는 것은 지(智)의 표시이며, 남에게 사랑을 베푸는 것은 인(仁)의 실마리이며, 주고받는 것은 의(義)가 드러나는 일이며, 치욕을 당함은 용(勇)을 결단하게 되며, 뜻을 세우는 것은 행동의 목적이라고 합니다.(修身者 智之符也, 愛施者 仁之端也, 取與者 義之表也, 恥辱者 勇之決也, 立名者 行之極也)
 선비는 이 다섯을 갖춘 후에야 세상에 몸을 의탁하고 군자의 대열에 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利)를 탐내는 것보다 더 참혹한 화(禍)가 없으며, 상심(傷心)하는 것보다 고통스러운 슬픔은 없고, 조상을 욕되게 하는 것보다 더 추한 행위는 없으며, 宮刑을 받는 것보다 더 큰 치욕은 없습니다. 저와 이릉(李陵)은 함께 시중(侍中)으로 있었지만 평소에 서로 친하지는 않았습니다. 취향이 서로 달라 함께 술을 마신 적도 없고 은근한 교제의 즐거움도 나눈 적도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그의 사람됨을 보니 비범한 선비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며 부모를 효성으로 모시며 선비들과의 사귐에 신의가 있고 재물에 청렴하며 주고받는 데는 의롭고 분별함에 겸양이 있고 아랫사람에게 공손 검약하였습니다.  항상 생각하기를 분발하여 나라의 위급에 목숨을 바침에는 자신을 돌보지 않았으니, 그것이 평소에 쌓은바 였으므로 저는 國士의 풍모가 있다고 여겼습니다. 무릇 신하 된 자가 만 번의 죽음에 나아가며 자신의 생명을 돌보지 않고 조정의 어려움을 구하려 달려 나갔으니 이것은 뛰어난 일이었습니다. 지금 일을 하다가 하나만 부당하다고 해도 자신과 처자식을 보전하기에 급급한 신하들이 마음대로 그 잘못을 과장하니 저는 진실로 마음속으로 통분하였습니다.

 『史記』 <회남형산열전(淮南衡山列傳)>: “옛날 진(秦)이 성인의 도를 단절시키고…, 또한 서불더러 바다에 들어가 신통한 이물(異物)을 구해오라 했더니 돌아와서 거짓말을 하기를 ‘신(臣)은 해중에서 대신(大神)을 만났는데, 그대는 서황(西皇) 인가라고 하기에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대는 무엇을 구하려는가 하고 묻기에 연년익수약(延年益壽葯)을 청하옵니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대신은 진왕은 예(禮)가 박정하여 발견하더라도 얻지는 못할 지어다 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신은 곧바로 동남향으로 봉래산에 이르러 지초(芝草)로 지은 궁궐을 보았는데, 거기에는 용 모양을 한 구릿빛 사자(使者)가 있어 하늘을 비쳐 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재배(再拜)하고 나서 무슨 재물을 헌상하면 되겠나이까 하고 물었더니 해신(海神)이 이르기를 ’동남동녀와 더불어 여러 가지 장인들(百工)이 일을 도모하면 곧 얻을 지어다 라고 하였습니다’ 라고 하였다. 그러자 진 황제는 대단히 기뻐하여 동남동녀 3천 명을 파견하고 여기에 갖가지 곡식과 장인들을 보태주니 서불은 드디어 평원(平原) 광택(廣澤)을 얻고 왕이 되어 돌아오지 않았다.“

 서불은 진시황을 속이고 동남동녀 3천 명과 백 가지의 기술을 지닌 장인 2천 명과 5곡을 갖추어 동도하고는 왕국을 건설하고 돌아가지 않았다. 서불이 평원 광택을 찾아가는 도중 들린 곳 중의 한 곳이 거제 해금강이다. 

   해일을 딛고 서서
   엉 버틴 만년 세월
   
   들쑥날쑥 돌갗마다
   곰삭은 삶의 흔적

   우주의 한켠을 허물고
   솟아오른 절규 하나.

   진종일 칭얼대는
   물살을 잠재우며

   하늘에다 무진장(無盡藏)이란
   편액을 걸까 보다

   입 깨문 눈총의 끝에
   수평선이 일어난다.
          - 拙詩, ‘해금강 촛대바위 운(韻)’, 전문.

 그래서 우제봉에 ‘徐巿過此’라는 암각을 남기고 절경 해금강을 노닐며 장생초의 하나인 석곡(石斛)을 만났으리라. (이후 다음 주에 계속)

《감상》

능곡 이성보 시인/게간현대시조발행인

 시조작품 〈또돈안골사모〉는 필자가 웃자고 일컬은 말인데 이를 3수 연작으로 읊은 김용호 시인의 작품이다.
 이런 우스개가 있다.
 겉은 멀쩡한데 실속이 없는 못난 사람이 있었다. 하는 일마다 파토를 내는 통에 마누라에게 번번이 혼쭐이 났다. 이번이 마지막이란 각오로 수박을 사다 이문을 남기고 팔기로 했다. 수박 열통을 한 통에 두냥씩 주고 사서는 세냥을 받고 팔기로 하였는데 헤아려보니 이문이 열냥이었다. 그래서 이문 열냥 어치인 다섯통의 수박을 미리 먹어 치웠다. 나머지 다섯통의 수박을 다음날 장에 가서 팔기로 하고선 바지개에 담아 지개를 대문 앞에 세워 두었는데 밤사이에 누가 지개채 지고 가버렸다. 새벽에 이를 본 못난 사람은 신이 나서 자는 마누라를 깨워 소리쳤다.
 “임자 임자! 어떤 바보 자식이 아무 이문도 없는 수박을 지고 가버렸다.”
 못난 사람은 나 같은 사람이었나 보다. 그런가 하면 사고나 치고 아버지의 속을 썩인 아들이 돈 되는 일을 한 사연도 있다. 하나 있는 아들을 감옥에 보내고 시골에 혼자 사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앞마당에 토마토와 채소를 심고 싶었는데 마당이 딱딱하여 손을 쓸 수가 없었다.그래서 감옥에 가 있는 아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아들아 앞마당에 토마토와 채소를 심고 싶은데 힘이 들어서 할 수가 없구나. 네가 있었으면 아무 문제도 아닐 텐데 ….
 며칠 뒤에 교도소에 있는 아들에게서 편지가 왔다.
 아버지 앞마당을 파면 안되요, 거기에 시체가 있어요.
 새벽에 교도소에 있는 검열관이 이 소식을 경찰에 즉시 연락했고, 그리고 다음 날 경찰은 할아버지 앞마당을 모조리 파헤쳐 시체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리 파헤쳐도 시체는 없었다. 그리고 며칠후 교도소에 있는 아들에게서 편지가 왔다. 아버지 이제 마당에다 토마토와 채소를 심어도 될 거예요.지금 이곳에서 제가 아버지에게 해 줄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에요. 아버지 사랑해요.살다보면 돈 되는 일도 생기는 모양이다. 돈 안되는 일만 골라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일수록 앞날이 밝은 사회라 믿는다. 지난날 나는 봉사단체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그들은 파아란 조끼를 입고 폼재며 사진찍는 사람들이란 편견 말이다. 얼추 20여년 일이다. 이곳(거제자연예술랜드)의 후정에서 경로잔치를 열었었다. 주목국악예술단의 협찬으로 연 경로잔치였다. 300명을 예상하여 준비했다. 노인분들이 적게 오실까봐 혹시나 하고 마을 경로당마다 전화했다. 왠걸, 1,300여명의 노인분들이 찾아들었다. 준비한 음료며 과자, 과일은 삽시간에 동이 났다. 인근 동부면사무소 주변의 상점, 조금 떨어진 거제면의 상점과 빵집, 과자집, 슈퍼의 과자와 빵 과일들도 모자랐다. 바구니 담은 과일등을 나누어 드린는데 앞자리에 앉은 할머니들께서 낚아채어 발을 떼지 못하게 하곤 모두 치마 밑에 감추었다. 이때 멀찍이서 지켜보던 자원봉사자 10여명이 나섰다. 그리곤 할머니들의 치마밑을 덜추어 숨겨놓은 물품들을 찾아내어 골고루 나누어 주었다. 자원봉사자들은 그렇게 되리라 예상하고 있었으나 나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차였다. 처음 자원봉사자들이 도와 주시겠다고 찾아 왔을 때 예의 편견 때문에 시컨둥 했었다. 그날 이후로 자원봉사자에 대한 나의 편견은 완전히 바뀌었다. 어설픈 재능기부등은 이때부터 비롯된 것임을 실토한다. 경로잔치를 함부로 열어서는 안된다는 교훈도 말이다. 더러는 돈 안되는 일도 하고 살자. 수의(壽衣)엔 주머니가 없다고 하지 않던가.<능곡시조교실 제공>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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