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거제시조選-173」
         수리취개떡

      김영자

   단오에 쓰시려고
   수리취 꺾으시다

   헛디뎌 넘어져서
   멍들고 다쳤어도

   자식들 손주 사랑에
   웃음 잃지 않으시고.

   그 잎을 곱게 골라
   찐 개떡 빚어주던

   든든한 굴뚝 마냥 
   보고픈 내 할머니

   그리움 푸른 멍 되어
   이끼처럼 번져난다.

◎서불 전설과 사마천의 사기(史記)•3
전설은 구전되어 오는 역사의 그림자이다. 소설 「關釜連絡船」을 쓴 작가 이병주(李炳注, 1921~1992) 선생은 「記錄이 햇빛에 바래지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神話가 역사의 그림자인 전설이 때로는 역사로 자리매김 되기도 한다. 거제에서의 서불 전설도 사마천으로 인해 역사적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서복문화(徐福文化) (徐市과 徐福은 동일 인물임)는 2000년이 훨씬 넘는 오랜 세월 동안 기록으로 또는 전설로 그 맥이 이어져 오고 있다. 21세기인 오늘날에 와서 서복문화가 세인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서복문화의 본질이 장수와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의 갈망과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지난주에 이어 보임안서(報任安書)의 계속이다.

사람은 본래 한번 죽게 마련인데 죽음에는 태산처럼 무거운 것도 있고 혹은 기러기 털처럼 가벼운 것도 있으니,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쓰는 것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선조를 욕되지 않게 하는 것이고 다음은 자신을 욕되지 않게 하는 것이며 
그다음은 이치와 얼굴을 욕되지 않게 하는 것이며,
그다음은 자신의 언사와 교령(敎令)을 욕되지 않게 하는 것이며,
그다음은 몸이 결박당하는 치욕을 당하지 않는 것이요,
그다음은 죄수복을 입는 치욕을 당하지 않는 것이며,
그다음은 형틀을 쓰고 밧줄로 묶여서 매질을 당하는 치욕을 받지 않는 것이며,
그다음은 삭발당하고 쇠고랑을 차는 치욕을 받지 않는 것이며,
그다음은 살갗이 찢기고 몸뚱이와 손발이 잘리는 치욕을 당하지 않는 것이요,

가장 나쁜 것은 宮刑을 당하는 것으로 치욕의 극치입니다. 옛 책에 이르기를 “형벌을 大夫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이 말은 선비의 절개를 강제로 어찌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사나운 호랑이가 깊은 산중에 있을 때는 온갖 짐승들이 두려워서 떨지만 함정에 빠지게 되면 꼬리를 흔들며 먹이를 구걸하니 이는 점차 위세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지금 손발이 묶이고 머리에는 형구를 쓰고 살을 드러내어 채찍을 맞으며 옥에 갇혀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는 때를 당하니 옥리를 보면 머리를 조아리고 옥졸을 보면 두려워서 한숨을 쉽니다. 왜 그렇겠습니까. 오랫동안 감옥에 갇혀 자신이 위세가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지경에 이르고도 치욕스럽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소위 뻔뻔스러운 사람일 뿐이니 이를 어찌 귀하다고 하겠습니까. 게다가 周文王은 제후의 우두머리이었으나 羑里에 갇혔었고 이사(李斯)는 재상이었으나 五刑을 받았습니다. 

회음후 韓信은 왕이었으나 진현에서 형틀에 매이고 계포(季布)는 목에 칼을 쓴 노예가 되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왕후장상의 지위에 올라 명성을 이웃 나라까지 떨쳤으나 죄를 지어 법망에 저촉되었는데도 자결하지 못하고 세속에 구차하게 살았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한가지로, 그들이 거기에 삶이 어찌 욕되지 않겠습니까. 이로써 말하건대 용기와 비겁은 형세에 좌우되고, 강함과 약함은 형편에 따릅니다. 참으로 그렇습니다. 이것이 어찌 괴이한 일이겠습니까. 대저 사람이 처벌되기 전에 일찌감치 자살하지 못하고 채찍질을 당하여 학대를 받고 나서 절개를 지키려고 한다 해도 이는 역시 때 늦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 천한 노비나 하녀조차도 능히 자결할 수 있는데, 하물며 저와 같은 사람은 더욱 부득이합니다. 고통을 감내하고 구차하게 살면서도 더러운 감옥 속에서 사양하지 않는 까닭은 제 마음속에 있는 것을 다 드러내지 못한 채 비루하게 세상을 떠나면 후대에 文彩가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한스럽게 여겨서입니다.

   부처님 닮은 돌에
   몸통 돌 이어 붙여

   넓적한 기단석 위
   곧추세워 놓고 보니

   귀 없는 돌부처 되어
   하늘 바래 웃습디다.

   천년을 곰삭아도
   미소는 그대론데
   
   그 미소 따라 웃다
   허파에 바람들라
   
   선 채로 열반에 들어
   하늘 바래 웃습니다.
           졸시 ‘인상석•2’, 전문.

나는 거제서복회 고문직을 맡고 있으면서 서복문화에 관한 학술 논문을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과 일본 서복학회의 심포지움 등에 십여 차례 발표한 바 있다. 특히 내가 제작한 인상석 3,000여 점을 두고 서복이 동행한 동남동녀 3,000명을 재현한 것이라 제작 사연을 말하곤 한다.(다음주 계속)
       

현대시조발발행인 능곡이성보

감상)
시조 작품 <수리취개떡>은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손녀가 단오날을 맞아 그 내리사랑을 2수 연작으로 읊은 김영자 시인의 작품이다.수리취는 우리나라 전역의 높은 산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양지나 반그늘의 물 빠짐이 좋고 토양이 비옥한 곳에서 자란다.
 수리취는 국화과에 속하며 잎과 열매가 우엉과 비슷해 산에서 나는 우엉이라고 해 산우방(山牛蒡)이라고도 한다. 어린잎은 식용하는데 한방에서는 피를 멈추게 하거나 붓기를 가라앉히는 데에 약재로 쓰기도 한다. 수리취는 떡으로 만들어 먹는 것이 보편적인데, 이러한 특성 때문에 ‘떡취’라고 부르기도 한다. 특히 예로부터 단오날에는 수리취를 섞은 절편을 만드는 것이 전통이었다.

개떡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구황식품이다. 옛날 보릿고개가 있던 시절, 떡이라고 하긴 뭣하지만 그렇다고 떡이 아닌 것도 아닌 이 음식을 가짜 떡이란 뜻으로 개떡이라고 불렀다.
 원래는 구할 수 있는 모든 곡물의 가루를 최대한 양을 늘리기 위해 나물과 반죽해서 찐 것이다. 보릿고개가 심했을 때는 쑥 등 나물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곡물 반죽은 개떡이라며, 밀가루 개떡, 보릿가루와 보리순을 넣은 것은 보리개떡이었다.

 시인은 ‘시작노트’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던 어린 시절, 단오날이면 할머니께서 진녹색을 띠던 단오 개떡을 빚어 대나무 소쿠리에 소복하게 담아두셨다. 산에서 수리취 꺾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져서 어깨와 팔다리에 푸른 멍이 들어 뼈마디가 쑤시고 아프시다면서도 손주들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시던 끝없는 내리사랑을 베푸셨던 할머니, 할머니 어깨의 푸른 멍이 바위에 피어나던 이끼로 보이던 어린 시절, 대지였고, 바다였고, 환하게 빛나던 달 같던 할머니, 단오날이면 늘 생각납니다.”

시인의 어릴 적 할머니께선 단오날이면 진녹색을 띤 단오 개떡을 빚으셨다. 그것도 많이. / 단오에 쓰시려고 수리취 꺾으시다 / 그만 발을 / 헛디뎌 넘어져서 / 어깨며 팔다리에 / 멍들고 다쳤어도 / 자식들 손주 사랑에 웃음 잃지 않으셨다 /.다치신 몸을 아랑곳하지 않고 / 그 잎을 곱게 골라 찐 개떡 빚어주던 / 손길이 아니던가. 어릴 적 보아왔던 굴뚝, 언제나 하이얀 연기 솔솔 피어오르던 그 / 든든한 굴뚝 마냥 보고픈 내 할머니 / 당신 어깨의 그 푸른 멍자욱이 그리움 되어 이끼처럼 번져나고 있다.; <수리취개떡〉은 우리를 어린 시절로 내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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