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 현장직 노동조합이 생겼다. 

시대변화에 따라 고 이병철 회장 시설부터 고수되어오던 무노조를 표방해온 삼성중공업의 오랜 관행이 새로운 전기를 멎았다. 삼성중공업에 현장직 노조가 설립된 것은 1974년 창사 이후 처음이다. 

노동계는 산업재해 위험 속에서 격무에 시달리는 직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받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제구실을 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삼성중공업 노조(위원장 최길연·49)는 5일 "지난 4일 거제시에서 노조 설립 승인을 받았다"며 "민감한 내용이라 조합원 수를 밝히기 어려우며, 주중인 13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통해 에 노조 활동계획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간 삼성중공업에는 노동조합이 아닌 노동자협의회만 있었다. 노동자협의회는 노동 3권 보장을 충분하게 대변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밖에 이 회사에는 삼성중공업 사무직 노조와 해고자 등이 주축이 된 삼성중공업 일반노조가 결성돼 있었다.

이번 노조 설립은 수십 년간 산업재해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들의 안전을 지키고 권익 보호에 나서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과거 삼성중공업에서 발생했던 임금 체불 갈등도 발단이 됐다. 최길연 위원장 등 현장 노동자 147명이 밀린 돈을 받아내겠다며 6년 가까이 삼성중공업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며 갈등을 겪었다. 이들은 2심에서 패소해 상고했으며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노동계는 삼성중공업 첫 노조 탄생을 환영했다. 엄상진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사무처장은 "삼성은 여전히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남아있는 곳"이라며 "고강도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노조가 역할을 잘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 노조 역할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한 민주노총 조합원은 "삼성중공업에서 노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면서도 "아직 결성 초기인 데다 구성원 참여가 담보되지 않아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노조는 아직 상급단체 가입을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노조는 재직 중인 직원들에게 가입 신청을 받고 나서 늦어도 다음 달 중 사측에 단체교섭요구서를 전달할 계획이다. 

최길연 삼성중공업 노조 위원장은 "노동조합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다"며 "어렵게 노조를 만든 만큼 노동자협의회 체제에서 대접받지 못하고 찾지 못했던 노동자 권리를 위해 강력하게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사측 관계자는 "별다른 입장은 없고 지켜볼 사안"이라고 말했다.
<13일 오전 11시로 예고한 기자회견 보도자료>

박춘광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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