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씨 성이 흔한 성이 아닌데 온창일(23기) 과 온만금(30기) 이라는 육사 교수가 있었다. 그래도 생도들은 마음속으로 조상 바보 온달에서 어떻게 저런 형제 석학이 나오냐며 궁금해했었다. 형은 육사 전사학 교수로 재직했었고 동생은 군대 사회학의 권위자였다. 35년여 전의 강의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 온창일 교수의 당부가 있었다. 우리 군은 언젠가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을 해야 할 것이며 1차 세계대전 후, 패전국 독일에 가해진 베르사유 조약에 의거 군병력 축소를 초급 장교와 부사관 중심으로 슬기롭게 극복한 독일군 운영 방식을 역설했다. 국가의 공공 스포츠로는 양궁이나 사격을 장려하여 생활 스포츠로 보급해야 한다는 주장도 기억난다. 어려서부터 양궁과 사격 운동으로 어깨 견착 사격의 기본기를 익혀서 군대에 잘 적응하게 하려는 의도이다. 그러한 스포츠의 저변 확장은 정치의 영역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그 당시 생도 시절부터 했었다. 세월은 흘러 굳이 모병제가 아니라도 저출산의 영향으로 과거 80만 국군은 추억의 시절이다. 이스라엘처럼 군 징집의 대상으로 여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을 징집의 대상으로 군 정책에 반영하려면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체력장의 부활이다.

체력은 국력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전 국민의 뇌리에 새겨져 건강한 개인이 곧 부강한 국가 양성의 기본 토대라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체력장은 1970년대 초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시작되어 1993년까지 전국의 초중고 학생들의 체력 단련의 시간이자 고등학교와 대학교 입시의 성적에도 반영되어 체력장은 인재 양성의 필수 과목이었다. 그러나 심상찮게 언론의 보도를 통해 입시 체력장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고교생들의 사망 소식은 문민정부의 출범으로 군사독재문화 청산이라는 정치적 광풍과 서울의 입시 과열 학군을 중심으로 체력장이 학습 방해 요소라는 기득권 학벌주의 세력의 주장과 맞물려 1994년부터 대학입시에서부터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그 당시의 체력장을 공감하는 세대는 40대부터 60대까지 이르게 된다. 많은 이들이 체력장 6종목인 100미터와 오래달리기, 던지기, 윗몸 일으키기, 멀리뛰기 그리고 턱걸이를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PAPS(Physical Activity Promotion System)라는 학생건강체력평가제도가 학생들의 건강과 체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도입되었지만, 그 취지를 잘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경제성장과 시대와 사회의 발전으로 청소년들의 체격이 신장하는 대신 체력의 저하라는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한 교육 정책이었지만, 현재 학생과 교사 모두 무관심하여 많은 문제점을 낳고 행정과 예산의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국민 약골의 시대를 넘어 국가 문약(文弱)의 암흑기가 도래할까 걱정이 되는 부분이다.

필자는 가끔 2011년을 떠올려 본다. 당시 거제시의 윤영 국회의원은 소위 친이명박계 인사로 2010년 지방 선거 공천 잡음의 거센 후폭풍으로 친박근혜계가 주도하는 2012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공천이 어렵게 되었다. 무소속 출마까지 불사하던 중 필자를 조용히 불러 내년 2012년 국회의원 총선에서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지 직접 물어보았다. 필자는 당시 2010년 지방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도의원 선거에 나오고 또 그 해당 선거구가 공천 사고로 이듬해에 재선거를 치르게 되어 무소속으로 연이어 도전했었다. “내년에 재선하면 꼭 체력장 입시 부활에 앞장선다.”라는 약속으로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그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 횟집 방안에서 팔굽혀펴기를 얼마나 하는지 시켜 보았다. 필자보다 13살이나 많은 윤의원은 제법 열심히 잘했었다. 그러나 그 이듬해에 윤의원은 불출마했다. 일부 시민들은 필자의 2010년 도의원 선거 운동은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외쳐대는 “필승” 구호를 연상하실 것이다. 지금도 본인이 해병대 출신이라고 믿고 계실 것이다. 2011년 4월 재선거에서는 여당, 야당 단일후보, 그리고 3명의 쟁쟁한 무소속 후보들이 맞붙은 필사적인 선거였다. 다행스럽게도 꼴찌였지만 득표율이 10%가 넘어서 선거비용의 50%를 보전받게 되었다. 아마 윤의원도 필자의 순수 득표율을 보고 무소속 출마를 고려했을 것이다. 재선거였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관심과 호응도가 낮았다. 본격적인 선거에 돌입해서는 유세차에 철봉을 만들어 13일간 1,100여 회 정도의 턱걸이 횟수를 기록했다. 턱걸이는 아주 천천히 정확하게 했다.

필자가 턱걸이에 애착을 갖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박통과 전통을 못마땅해하는 리영희 교수를 겨냥한 것이다. 리교수는 1974년 반공과 독재의 시대에 “전환시대의 논리”라는 책으로 반미와 친중의 확장적 사고의 틀을 소개한 사상가였다. 청년들과 지식인들에게 엄청난 사상적 충격과 좌파 이데올로기의 무장을 주도한 책이었다. 책은 386 운동권 학생들의 필독서였으며 리영희는 정신적 지주였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며 좌파의 역할과 자리매김의 급부상을 꾀하며 좌우의 협력을 통해 역사와 시대의 진보가 열린다고 주장했다. 일리 있는 관점이다. 그러나 반공과 억압의 시대에 큰 파문을 일으켰지만 지난 문민정부의 출범 이후 좌우의 대립 양상은 극심해지고 통일에 대한 진취적인 사고는 부재한 것이 현실이다. 그는 새의 날개처럼 좌우의 실존에는 충실했으나 좌파나 공산주의자들의 선동적이고 폭력적인 본질은 외면하는 크나큰 오류를 범했다. 모택동과 홍위병의 광란을 미화했었다.

아무리 오른팔에 힘이 있어도 그 팔로 턱걸이하기는 힘들다. 왼팔과 왼손이 균형을 잡아 주지 않으면 하나도 해 내지를 못한다. 턱걸이를 10개 하는 양아치 학생이 5개 하는 순둥이 학우를 괴롭히지 못하는 자기방어다. 덩치가 크다고 많이 하는 것도 아니다. 자기 신체는 오롯이 자신의 두 팔이 감당해야 한다. 퓨셥(Push-up)과 적절히 썩어 가면서 운동해야만 극대치의 풀업(Pull-up)이 가능하다. 턱걸이를 비롯한 체력장 입시는 군 개혁만이 아니라 사교육 절감에도 특효약인 교육 개혁이다. 전 국민의 턱걸이는 군과 교육의 일거양득이자 통일로 가는 부스터다.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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