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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두옥 영상산책 58] '한민족 정신적 성지 백두산 천지 기행'<영상/글>주두옥: 내외통신 대기자/ 전 해성고등학교장/거제시종합사회복지관운영위원장

       - 백두산 천지의 변화무쌍한 자연을 여름에 만나다 - 

백두산 서파코스의 천지

여행의 설레임보다는 사진 촬영 욕심으로 7월 중순 백두산 야생화가 핀다는 소식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여행사 모객에 발을 담근다. 2,744m 민족의 정기가 서린 곳, 화산 분화구에 담긴 호수를 16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가 에워싼 장엄한 천지 모습을 그리며 어떤 작품이 만들어질까 구상만 해도 즐겁다. 기록으로 보면 천지 못의 최고 수심이 373m 둘레가 13.17km의 큰 댐 물의 총량에 못지않다. 더욱 신기한 것은 엄청난 지하수가 솟구쳐 그 양 만큼 비룡폭포(중국은 장백폭포)가 되고 쉼 없이 쏟아내어 낙하하는 장엄한 모습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담아내고자 한다.                   

비룡폭포 낙하 물보라

언제부터인지 중국여행길이 순탄치 않았다. 한동안은 중국인들이 여행사를 통해 모객하여 명동거리와 면세점과 백화점에 북적대던 때가 있었지만 미묘한 정치적 이해관계로 아직 그 이전으로 회복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또 최근 3년간은 코로나로 어느 나라든지 외국여행은 엄두를 낼 수 없었다. 다행하게도 올해부터는 자유로워진 분위기라 7월 17일부터 5일간의 일정으로 백두산 천지를 향한다.                  

백두산 북파코스 마지막 종점(정상에서 아래로 본 모습)

 백두산 여행은 인천에서는 조선족자치구가 있는 길림성 연길에 직항이 있으나 부산 출발은 심양만 직항이 있다. 서울에서의 백두산여행은 4일 일정이면 되지만 부산 쪽은 심양에서 연길을 지나 백두산 여행의 숙박지인 이도백하역까지는 최고속도 293km를 고속열차로 4시간 정도 이동하기에 일정이 하루 더 필요하다.

이도백하에서 백두산 산문 입구 마을

백두산 여행의 가장 가까운 숙박지는 이도백하라는 도시다. 최근 이곳에 최신식호텔과 식당들이 들어서고 있다. 이곳에서 백두산 승합차 탑승 산문 승차장까지는 일반관광버스로 4시간 가량 소요되는데 불편한 것은 계속 한 버스로 가는 것이 아니라 4구간으로 나뉘고 한 구간을 지나면 다른 버스로 탑승한다. 그때마다 줄을 서서 기다리고 또 타고 오르기를 해야 한다. 수년 전에는 한 버스로 계속 산문까지 이동한 것과는 다르다. 그 이유는 중국 당국의 사정이다.

 백두산 정상 주변 산야

백두산 천지를 관광하는 코스는 4곳이다. 제일 붐비는 곳이 북파코스 다음이 서파코스 남파 코스는 북한과 중국의 국경이 접한 곳이고 동파는 북한 쪽 코스다. 이번 여행 일정은 둘째 날은 서파코스, 셋째 날은 북파코스를 탐방한다. 

 백두산 12봉의 이름(중국 쪽 명칭으로 설명)

서파코스로 향하는 첫날, 차창 밖 산길의 길섶에는 각종의 야생화가 간간이 피어있고 키가 큰 갯취의 노란 꽃대가 주종이다. 겨울에 매우 추운 곳이라 이곳에서 잘 견디는 자작나무가  많다. 껍질이 흰색이라 무리지어 빽빽하게 서서 산을 오르는 관광객들을 사열하듯 하다. 

자작나무는 백두산 나무의 주종이다  

 백두산 마지막 구간은 작은 승합차로만 갈 수 있는 굴곡 심한 길이다. 20여 분 오르면 천지로 향하는 종점이다. 이 구간은 민둥산으로 악천후 기후에 풀조차 자라기 어려운 조건임을 말해주듯 돌밭이다. 간혹 골진 지형에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에 간간이 야생화가 피었으나 감상 가치가 있는 정도는 아니다. 여행사들이 백두산을 홍보할 때 야생화 군락을 볼 수 있는 7월이라 하여 기대한 만큼 실망도 크다.

서파코스 1,200계단에서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가마 

여행 2일째 백두산을 오르는 산문에서 20여 분을 봉고로 서파 계단 입구까지 왔다. 이곳에서 천지를 오르는 길은 완만한 1200계단인데 계단의 앞면에 탐방객들이 볼 수 있게 10단위로 숫자를 표기하였다. 높은 숫자만큼이나 힘이 소진된다. 오르는 길에 한겨울 옷인 붉은 롱코트의 등에다 장백산이라 새긴 옷을 입은 가마꾼들이 2인 1조로 10여 대가 기다리고 있다. 정상까지 한국 돈으로 5만원 안팎의 요금이다. 가족 단위로 오면 나이가 든 분들이나 산행에 무리가 있는 분들이 간간이 이용하는 모습을 본다. 
 서파코스계단은 왼쪽은 기존의 돌계단 오른쪽은 10여 년 전 새로 만든 계단
 
 서파 정상을 50여m 남긴 1,100계단 지점에 오르니 숨이 턱까지 찬다. 조선의 문장가 정철이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하는 길에 금강산 최고봉인 비로봉을 오르면서 “오르지 못하고 내려가는 것이 이상할 것 없다”(산행의 힘듬과 개인의 어떤 일이나 능력, 사망하는 나이 등을 빗대어서 하는 말이기도 하다)는 관동별곡의 글귀가 맴돈다. 천지에 가까워질수록 여름인데도 이른 봄의 꽃샘추위처럼 차가운 바람이 인다. 땀 범벅인 온몸이 우화등선(羽化登仙-겨드랑에 날개가 돋아 날아오를 것 같다)의 경지다. 검은 먹구름이 온몸을 휘감더니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아차! 몇 분만 더 일찍 올 걸 하고 후회되는 순간 정상에 오르니 변화무쌍한 날씨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금새 맑은 하늘에 뭉개구름들이 듬성듬성 이다. 

쾌청한 날씨에 속살까지 보여주는 천지의 모습 

 천지는 기상의 변화로 관광객을 한없이 반기다가도 쫒아 내듯 변덕을 부린다고 하는 말이 생각난다. 천지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두어 평 되는 나무데크는 콩나물시루처럼 몰려 작품 사진은커녕 일반 사진 한 장도 얻기가 힘든 지경이다. 겨우 조망권을 확보하고 솟구친 산봉우리들이 천지의 푸른 물을 담고 있는 풍광이 펼쳐지자 힘들게 오르던 계단 숫자만큼이나 기쁨으로 승화된다.

   북파코스 천지 한 부분으로 짙은 안개속에서 1시간여 기다려 얻은 사진 

유난히도 푸른 물빛에 여러 산봉우리가 천지 못에 구름과 같이 반영되니 아름다움을 넘어선 절경이다. 이 시기에 온갖 야생화들이 피는 계절이라고 기대했는데 천지 못의 가장자리는 풀 밖이다. 정보를 잘못 알았는지 멍해진다. 다양한 종류의 야생화가 푸른 물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아쉽지만 나름으로 솟은 16개 봉우리들의 각기 다른 특징의 형상을 감상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험난한 기후변화로 나무가 자라지 못하는 천지 정상 
금강대협곡 중국어 안내판
  금강대협곡 일부 구간의 모습

서파를 하산하여 20여 분 버스로 이동 금강대협곡으로 향한다. 이곳은 화산활동 당시 생긴 협곡으로 기기묘묘한 바윗돌들이 간간이 솟아있다. 탐방객들을 위한 나무데크길은 잘 되어 있으나 탐방로 주변 나무들이 자라 정작 시야를 가려 세계자연유산인 협곡지질공원을 제대로 볼 수가 없어 아쉽다.

백두산 산문으로 가는 길은 4번 정도 버스를 갈아타고 또 줄서기를 반복한다  

여행 3일째 백두산 북파 쪽 천지관광이다. 북파를 오르는 산문까지 숙소에서부터 버스 갈아타고 오르기를 네다섯 번하고 나니 번거로움이 따르고 그때마다 긴 줄을 서고 또 같은 방법으로 반복하다 보니 피곤한 탐방길이다. 

버스로 산길을 오르면서 촬영항 길섶의 야생화 갯취의 모습  

산문에서 북파관광지까지는 12인승 작은 봉고로 이동한다. 굽이굽이 산길을 오르는 백두산의 다양한 야생화들이 꽃을 피운 모습을 담으려 카메라에 망원렌즈까지 끼워 안간힘을 써 보았으나 무리 지어 핀 곳은 없고 작고 낮은 꽃들뿐이다. 덜컹거리는 차창 밖으로의 촬영은 무리다. 

 북파코스 정상에서 하늘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관광 인파 이날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백두산 관광코스 4곳 중 북파인 이곳이 천지 관광으로는 손꼽는 곳이기도 하다. 또 그런 것이 차에서 내려 10여 분만 오르면 담수 된 천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편안한 탐방길이다. 백두산 아래쪽은 해가 쨍한데 막상 천지에 오르니 날씨가 실종되었다. 10m 앞이 보이지 않는다. 천지를 볼 수 없자 먼 길 달려왔던 관광객들은 하마 하늘이 열릴까 하여 하산을 미루니  이들 숫자는 시간이 갈수록 누적되어 천여 명을 넘어선다. 한 시간을 기다려도 더 기다려도 하늘은 닫힌 채 묵묵부답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천지 탐방로는 인산인해의 광장이 다. 인파는 안전로프 밖으로 진을 친다. 다음 일정관계로 주어진 1시간을 지켜야 한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음 코스인 비룡폭포로 하산한다.          

   비룡폭포의 장엄한 모습 

북파를 오르던 산문에서 하차하여 10여 분 버스로 이동 비룡폭포(중국인들은 장백폭포)로 향한다. 이곳은 온천수로 유명하고 그 뜨거운 온천수로 삶은 계란을 맛보는 곳이다. 비룡폭포는 먼발치에서도 흰 이빨처럼 낙하하는 모습이 보인다. 북파에서 담수 된 푸른 천지를 못 본 보상이라도 받아야 할 듯 기대가 크다. 일반폭포는 하천이나 강의 물이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인데 이곳 비룡폭포는 특이한 형태다. 해발 약 1,700m의 고봉에서 솟구쳐 오르는 지하수가 백록담을 넘쳐서 흘러내리는 물이다. 폭포의 뒷배경은 신비스럽다. 기기묘묘한 산봉우리에 휘감은 구름들이 신선이 사는 산수 절경을 연출하고 그 앞으로 쏟아 내리며 물보라를 일으키며 낙하의 모습이라 어느 미사여구로도 표현이 불가하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특이한 폭포다.

비룡폭포 아래 유황온천수가 솟아 주변 땅이 황색이다  

여행 4일째는 관광보다는 조선족 자치구 길림성의 연변에서 계획된 쇼핑 두어 곳 둘러 북한 지역이 보이는 도문이란 마을로 이동한다. 그 강변 공원은 파이프로 된 철제 대형 조형물들이 별스런 의미가 없이 여러 개가 서 있다. 대한민국에서 온 이북의 실향민들이라면 향수를 불러일으킬 것이나 아무런 감정 없이 두만강이 국경인 북한의 산야만 바라보는 정도다. 북한 쪽으로 통하는 다리는 통제되고 사진도 마음대로 담지 못하게 하는 이곳을 여행지로 선택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다음날은 심양에서 비행기로 귀국을 한다. 이곳에서 1시간 거리의 연길시로 이동하고 심양의 마지막 속소까지 고속열차를 4시간가량 소요 되는데 도착시간이 늦은 밤이라 저녁식사를 열차 안에서 준비한 도시락으로 한다. 열차 내부가 깔끔하고 의자 간 거리도 한국의 KTX보다 넓어 편안하다. 과거의 중국 일반 열차와는 다르다. 달리는 속도와 기차 정보를 자막으로 안내한다. 
 
 중국여행지는 어느 관광지나 중국자국민들이 넘친다. 과거 10여 년 전 중국 여행의 모습과는 다르다. 가는 곳마다 긴 줄을 서는 것은 기본이다. 먹는 음식도 각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춤으로 나오고 대부분의 숙박업소도 과거보다는 정갈한 편이다. 그러나 이곳을 여행하려면 휴대폰 기기 사용이 원활하지 못하니 미리 대비해야 한다.

주두옥 기자  gjt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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