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산책 (307)

일상처럼 되어가는 새벽

                   南亭 임홍기

푸르다 못해 검은 밤
잠든 도시에 알알이 박혀
별이 된 불빛들이
내 가슴에 와서 부서져 퍼진다

회오리처럼 둥근 막을 쌓고
잠겨버린 고독한 방랑자
구름 낀 별빛은 보지 못해도
도시의 박제된 불빛의 별들은 보고 있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꿈을 꾸는 살아있는 방랑자
그에게도 고독을 알게끔 해준
새벽이 좋다

눌산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감상) 
사는 동안 위로와 격려가 필요할 때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으라. 고독한 사람에게 보내는 열 개의 편지 중 여섯 번째에 <거의 모든 이에게 고독이 찾아온다. 고독이 자라는 것은 소년이 자라나듯 고통스러운 것이며, 봄이 시작되듯 슬픈 것이다. 그러니 그냥 즐기십시오. 무언가를 시작하기 위해 신께서 주신 것으로 여기고 경건하게 맞으십시오.>라고 했다.

또한 일곱 번째 편지에서는 <고독하다는 것은 좋습니다. 사랑한다는 것 또한 좋은 것입니다. 인간과 인간이 사랑한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어려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궁극적인 것, 마지막 시련이고 시험이며 과제입니다. 그에 비하면 다른 것들은 그저 준비과정일 뿐입니다.>

남정 임홍기 시인의 詩 「일상처럼 되어가는 새벽」의 주제는 ‘고독’이다. 고독(孤獨)이란 ‘홀로 있는 듯이 외롭고 쓸쓸함’을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고독 속의 군상이다. 시의 화자가 갖는 고독의 시점은 ‘도시의 박제된 불빛의 별들은 보고’ 서 있는 것이며, 이때 ‘도시의 박제된 불빛’은 삶의 현장이며, ‘별’은 사람의 이상향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구름 낀 별빛은 보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자기 고독에 빠져있다.

그리하여 스스로를 ‘고독한 방랑자’ ‘꿈을 꾸는 살아있는 방랑자’로 표현한다. 지금의 심정을 정의한다. 지금 시적화자는 현실에 대한 심한 갈등으로 고독에 싸여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독을 알게끔 해준 /새벽이 좋다’는 것은 시를 움켜쥐고 있는 자신과 그래도 아직 시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시는 고독으로부터의 탈출구가 된다.

시적화자가 갖는 고독의 원형심상은 시인적 아름다움이다. 시인들이 살아가는 군중 속의 고독을 시로 쓸 수 있는 새벽이 좋은 것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말한다. <글을 쓸 수 없게 되면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는지 스스로에게 물어 보십시오.>라는 이 비장한 한마디는 시인이라면 누구나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애처로운 역설의 아름다움으로 이 시를 읽는다.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 제공)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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