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을 여는 시(309)

 겨울에 피는 꽃        

      






박명근

긴긴밤을
하얗게 몸을 태웠다
스물둘 젊은 청춘을
불태우고 사라져간 그대
엄동설한 초입에 서서
따듯한 품속이었던 그대를
밤을 지새우며 그리워한다

유난히 춥고
배곯았던 지나간 시절
나에게 행복을 준 그대가
겨울이면 되살아난다

한 줌의 재가 되어
떠나간 그의 잔영과
남아있는 온기를 느끼며
그를 추억하고
그리움에 흠뻑 젖어든다

추운 밤을 함께 지내며
고난을 잊게 해준 그대
사랑한다!
겨울에 피어나는 꽃

이십이공탄을

감상) 

눌산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연탄(煉炭)은 가루형태의 석탄을 뭉쳐 여러 개의 구멍을 뚫은 형태의 연료다. 연탄의 첫 시작은 일본이었는데 연탄의 구멍모양이 연실(蓮實)을 닮았다하여 연탄(蓮炭)이라고 했다. 구멍이 뚫려 있다고 ‘구멍탄’이라 불렀다. 연탄의 특징 중 하나는 구멍 개수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는 것이다. 구공탄, 십구공탄, 이십이공탄, 삼십이공탄 사십구공탄 등의 각자 고유명이 붙였다. 그러나 19공탄과 22공탄이 대중적 연탄이었다.

1960년대에는 연탄이 김장과 함께 중요한 월동준비 필수품이었다. 지금은 잊혀진 난방으로 전락했지만 찬바람이 일면 집집마다 수백 장씩 미리 쟁여 놓아야 했다. 먼 옛날 얘기 같지만 40여 년 전만 해도 서민들 일상의 모습이었다. 서울올림픽이 있었던 1988년 통계에 대한민국 가정의 78%가 연탄이 주연료였다. 1990년대에는 기름보일러가 보편화되고 연탄은 우리 가정으로부터 밀려났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의 문학작품에 나타나는 ‘가난의 아이콘’ ‘서민의 아이콘’은 연탄이었다. 연탄을 갈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는 어머니, 퇴근하면서 새끼줄에 연탄을 들고 오시는 아버지, 삼복도로와 판자촌의 좁은 골목에 연탄을 지고 나르는 모습 등 1980년대 이전에 태어난 세대라면 당시의 정서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연탄가스라는 ‘죽음의 그림자’ 때문에 서민들을 괴롭히는 괴물이 되기도 하지만, 자기를 태워 서민들의 추위를 달래주었기에 그 의미로움이 문학작품의 주제가 되기도 했다.

시인 안도현은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에서 연탄을 이렇게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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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자신의 몸뚱아리를 다 태우며 /뜨끈뜨끈한 아랫목을 만들었던 /저 연탄재를 누가 발로 함부로 찰 수 있는가? /자신의 목숨을 다 버리고 /이제 하얀 껍데기만 남아있는 /저 연탄재를 누가 함부로 발길질 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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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시인의 시 <연탄 한 장>에서는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이라며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영혼의 연탄이 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는 마음을 담기도 했다.

김명근 시인의 <겨울에 피는 꽃>은 연탄이 주는 인생의 의미를 느끼게 함과 동시에 잊었던 옛 추억을 소환하는 덤까지 전해 주었다.(눌산윤일광문예창작교실)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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